불시에 다녀간 박 의장의 지시에 의한 분석실 편제 및 개소(開所) 때문에 세관 직원들은 요령 소리 나도록 뛰어야만 했다. 그리고 두 달이 채 못 된 10월 2일에 개소식(開所式)을 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내가 여기에 쏟은 열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1961년 10월 2일, 내 손에 의해 만들어진 각령(閣令) 1700호에 의해 직제가 공포되는 동시에 개소식(開所式)을 가졌다. 각령 1700호를 화룡점정으로 해서 6년간의 마라톤이 끝이 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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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1년 10월 2일 개최된 감정분석소 개소식. 흰 가운을 입은 앞줄 왼쪽이 필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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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감정분석소 설립에 직접적인 도움은 못 주고 방관만 하던 총무처의 조직 관리국 관계관들은 각령을 기안해서 결국 분석소를 만들게 되었다. 그들은 나중에 "저렇게 지독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며 혀를 차며 감탄했다고 한다.
그동안 분석실 태동을 위해 가슴 졸였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감회가 새롭다. 주사의 직급으로 엄청난 일을 벌여 놓고 마무리도 못한 채 사장되어 버리거나 유야무야로 끝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 때문에 피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이다.
직제에 의해 직원들을 채용하는 일도 내 손에 의해 이루어졌다. 신문공고를 낸 후 채용 과정을 거쳐서 화학과(化學科)· 약학과(藥學科)· 기계과(機械科)· 전기과(電氣科)· 물리학과(物理學)· 섬유과(纖維科) 등 공과대학 출신 35명을 전문 과학직으로 선발했다.
공과대학 출신을 한 사람이라도 더 채용하려고 행정 담당까지 공과 출신으로 채용했다. 이때 선발된 사람들로 인해 감정 업무는 서서히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감정 업무의 기틀을 세우는 데 거름 역할을 했다. 이런 인연 탓이었는지 당시 내가 뽑은 분석소 직원들과는 지금까지도 끈끈한 유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내 사무실에는 ‘1961. APP & ANALISIS M.O.F(재무부 감정분석소)’라고 새겨진 시계가 하나 걸려 있다. 이 시계는 내가 광주은행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퇴임한 후 IBS컨설팅회사 대표로 있을 때, 감정분석소 발족시 내 손으로 채용했던 당시 직원들이 나의 공직 퇴임을 기념해서 선물했던 시계이다. 나에게는 매우 감회가 깊은 선물이다.
당시 감정분석소의 직제는 재무부 감정분석소 제1과·제2과로 나뉘어졌는데, 제1과는 화학분석을, 제2과는 물리측정을 담당했다. 분석소의 초대 소장(技正:서기관)은 감정계장이었던 강만희(姜萬熙) 씨가 되었다. 그는 경성공업전문학교 광산과를 졸업했는데 기정(技正)으로 승격하면서 부임했다.
그 밑의 제1과장은 최원형(崔遠馨) 씨로, 경희대 화학과를 졸업했는데 부산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최근까지 부산에서 대학교수로 재임하다 정년 퇴임하고 지금은 수원에 거주하고 있다. 제2과장은 나였는데, 나는 본 업무 외에도 감정장비 도입 문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사무관 시험을 준비해 합격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초인적인 노력이 아니었나 싶다.
그 때는 정말 나에게는 사명감밖에는 없었다. 그만큼 순수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다’라는 철저한 사명의식이 어떤 일을 착수할 때 내가 가지는 마음가짐이었다.
나의 땀과 고통으로 설립되었던 분석소는 다시 한 번 난관을 겪기도 한다. 그것은 별도 기관이 아닌 부산세관 분석실로 발전적 해체를 한 것이었다. 초대 강만희(姜萬熙) 씨에 이어 2대 분석실장은 서울공대 기계과 출신인 김경식(金京植) 씨였고, 3대 소장이 바로 나였다. 그 후 분석실은 꾸준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20년이 지난 후인 1980년 6월 14일에 관세중앙분석소로 승격되었고, 초대 소장은 백도명(白道明·작고) 씨가 담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