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의 1학년의 교양과목을 마치고 2학년부터는 수원에 돌아와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2학년 때는 공통필요로 체육, 재배학통론, 보통작물학, 농장실습, 축산원론을 수강하고 전공과목으로는 비료학, 분석화학, 생물화학, 물리화학, 토양학, 물리생물화학, 물리화학, 화학을 배우게 되었다.
그런데 2학년이 끝나니 2년 전에 대구에 내려갔던 친구들이 그곳의 초급대학을 마치고 더 진학하려하니 다시 수원에 편입학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교섭과정에서 과거에 대구로 내려갈 때 약간의 앙금이 남아있었으므로 이쪽에서 몇 가지 요구사항이 있었다.
즉, 지금 같으면 아무것도 아니나 그 당시에는 성적을 B급 이상 주는 일이 드물었을 때라 편입학한 이후의 성적이 평균 B급 이상이 되어야 졸업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부치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였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김광섭, 김성환, 이성우, 이상건, 이준구, 서상호, 신석진, 최원대 등의 여러 친구가 들어와서 총 14명이 되었다.
그러나 편입한 이후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구에서 편입해온 학생들의 하숙집에 가보니 언제나 여러 친구들이 모여 앉아 학과목의 공부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기관총 쏘는 식으로 빠르게 읽어가는 김호식 선생님의 소위 살인강의를 위시하여 여러 학과목의 성적이 평균 B급 되기는 아무리 해도 틀렸으니, 일치감치 보따리 싸고 집으로 내려가자는 등 의견이 분분하여 보기에도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수원에 내려와서 하숙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마땅한 곳이 없어 헤메 다녔으나 이곳저곳 하숙집을 구하던 중 인자하신 석만균 선생님(당시 수원농어고등학교 교사)을 만나게 되어 댁에서 조덕현 군과 함께 하숙을 하게 되었다.
그 집은 옛날 동산농산 사택이었고,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하숙 값으로는 보통 한 달에 쌀 4말만 주면 될 때라 언제나 집에 갔다 올 때는 쌀을 특수하게 만든 배낭에 넣어 멜빵으로 어깨에 둘러매어 운반하였다. 쌀을 기차로 운반하는 것도 통제할 때어서 어떤 때는 쌀을 경찰에 뺏길 뻔 할 때도 있었다.
1948년 7월 22일 첫딸인 상호를 영동 집에서 출산하였다.
3, 4학년에 가서는 체육, 독일학, 농산제조학, 영양식품화학, 합성화학, 전기화학, 공장경영학, 무기제조화학, 비료화학, 농업화학, 위생물실험, 영양식품실험, 영양연구법 등의 강의와 졸업논문이라 하며 두 사람씩 짝을 지워 한 가지 테마를 정하여 연구를 하게 되었는데, 나는 최원대 씨(대구농림고등학교 교장까지 하다가 퇴직)와 짝이 되어 식물종자의 유지함량을 분석하는 실험을 하였다.
그때 유지를 전공하신 최경상 선생님이 학과장을 맡으시고 학장님으로 계시는 조백현 선생님, 48년에 종앙농업기술원으로 가셨으나, 미생물, 관계 과목을 가라치신 김호식 선생님, 영양식품화학을 맡으신 장정현 선생님, 비료학을 가르치신 길원식 선생님, 분석화학을 맡으신 김준모 선생님, 물리화학을 맡으신 한상준 선생님, 전기화학 등을 가르치신 심문택 선생님이 교수로 계셨다.
그 당시 교수부족도 있고 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휴강하는 일도 가끔 있었다. 그때는 교과서라는 것이 없이 선생님이 노트해오신 그대로 읽고 나면 학생들은 열심히 필기하고 선생님이 다시 설명하는 식이었다. 따라서 한 학기가 지나도 시험을 치는 분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실습시간에도 별로 많지 않은 실험실습기구를 구색있게 잘 갖추어 선생님이나 학생이나 다 같이 장차 이 교육이 국가의 이 분야의 개척자, 중견을 양성하고 양성된다는 기대와 열성으로 실험을 열심히 하였다. 사회는 여전히 어수선하여 다른 전문학교에서는 실습을 소홀히 하는 수가 많았으나 우리들은 지금 생각을 해도 열성을 다하여 정해진 실험실습 시간에는 구애를 받지 않고 밤이 되기까지 실험을 하였던 것이다.
1950년 5월이 되어 대구에서 편입학한 학생들의 염려와는 달리 농화학과는 총 14명이 영광의 졸업을 하게 되었다. 대학원에는 4명이 시험을 쳤으나 나와 조덕현, 신윤종이 합격이 되어 문교부에 발령 상신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발령도 받지 못한 채 6.25사변이 발발하였던 것이다.
- 스승 김호식 교수님 (서울대 동창회보 1981. 11.1. 게재) -
필자가 김호식 교수님을 스승으로 모시게 된 것은 우리나라가 일제에서 해방되던 해인 1945년 10월이었다.
이 해의 4월에 필자는 그 당시 대구에 있었던 대구농업전문학교 농예화학과에 입학하였으나 겨우 한 학기가 지난 8월 15일에 해방이 되어 일본인 교수가 각기 일본으로 돌아가고 나니 대구 농업전문학교에는 한국인 교수로는 이봉희 교수님 한분밖에 남지 않았다. 수원에 있는 수원농림전문학교에도 한국인 교수로는 조백현 교수님과 지영린 교수님, 그리고 현신규 교수님 세분밖에 남지 않았다.
따라서 두 학교가 다 같이 교수부족으로 함께 교육을 하여야겠다는 취지 아래 대구농업전문학교가 수원으로 이전을 하게 되어 수원농립전문학교에 병치되어 교문에는 두 학교의 교패가 나란히 걸렸었으나 수원농림전문학교의 교장이신 조백현 교수님이 대구농업전문학교의 교장을 겸임하시어 실질적으로 한 학교로서 강의를 위시한 교육이 진행되었다.
그 당시에는 수원농림전문학교에는 농화학과가 없었으므로 우리들만이 농화학과의 학생이 되어 교육을 받았는데, 농화학과의 교수로서는 교장이신 조백현 교수님 한분밖에 안계셨으므로 이때 김호식 교수님이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전신)에서 오시게 되었다.
두 분 교수님 중 조백현 교수님은 교장을 맡고 계셨으므로 농화학과로 명칭이 바뀐 과는 김호진 교수님이 도맡아서 강의나 제반 일을 진행하시었다. 그리하여 그 후 유지화학 교수로 최경조 교수님이, 생물화학 교수로 이춘녕 교수님, 영양화학 교수로 장정호 교수님, 유기화학 교수로 이종진 교수님, 토양비료 교수로서 길원근 교수님, 그리고 분석화학 교수로서 김준모 교수님이 오시게 되어 고명하고 쟁쟁한 교수진을 모시게 되었다,
해방된 다음 해인 1946년 3월에 병립되었던 대구농업전문학교가 대구로 내려가고 대구농업전문학교의 학생이었던 필자를 포함한 수원체류 학생을 가지고 수원농림전문학교에 농화학과가 신설되어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학장이던 조백현 교수님도 농화학과 교수이신데다가 교장이신 김호진 교수님의 꿌꿋한 성품과 탁월하신 통솔성으로 인하여 여러 교수님들은 열성을 다하여 교육을 하셨고, 그 수는 많지 않으나 학생들도 열심히 강의를 듣고 실험도 충실하게 하였다.
그 당시는 학교의 시설도 일제시대의 것 그대로였고, 실험실습기구도 별로 많지 않았으나 그런대로 각 과목에 해당하는 실험은 골고루 하였는데, 이것은 오로지 김호진 교수님과 여러 교수님의 교육열 소산이라고 보겠다.
그 당시 김호진 교수님의 특별한 전공은 기억나지 않고 중요한 과목을 여러 가지 강의하신 것으로 생각이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