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감각과 과학적인 사고가 융합된 작품세계
김창동(소설가, 문학저널 발행인)
수필가 김문호는 선천적인 섬세한 감각과 과학적인 사고를 잘 융합시킨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마디로 김문호의 수필은 선이 굵어 힘찬 기(氣)를 분출해내면서도 토속적인 맛깔과 무늬를 가진 것이 특징을 보인다.
이것은 김문호 수필가가 전통 양반가의 후손으로 출생하여 집성촌인 시골에서 유년기를 보내면서 학습된 감성적 가치와 바다와 더불어 살아온 외항선 선장으로써 체험된 삶의 철학이 작품의 좋은 토양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문호의 수필은 무엇보다 맛깔이 걸쭉하여 읽는 이를 매료시킨다. 그리고 김문호의 작품들은 문장구조가 내연적이기보다는 외연적 분위기가 더 짙은 편이며 아주 논리적이고 한 치의 허점도 없이 잘 직조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바다의 거친 파도와 싸우며 살아가는 뱃사람들은 감성이 거칠고 단순한 사고를 가졌을 것이라고 속단해버리는데 그것은 잘못된 편견이다.
특히 김문호 수필가는 선장으로서 승선한 식구들의 안위와 생명을 책임져야 했던 만큼 늘 감성을 예리한 칼날처럼 날카롭게 세우고 있어야 했으며 항로를 정확히 판독해 내어 목적지 항구까지 성공적인 항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이로 콤파스 같은 과학적이고 정확한 사고능력이 필요하다.
섬세한 감성과 과학적 사고를 삶의 축으로 삼지 않으면 항로를 이탈하여 난파의 위험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냉철한 직관력으로 현실을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김문호의 작품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며 선이 굵은 남자의 숨결이 느껴진다.
김문호의 자전적 에세이 <내 인생의 자이로콤파스>는 마도로스라는 특별한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경험했던 소중한 이야기들을 친근하고 유려한 필치로 그려냈다.
참으로 오랜만에 질감과 향기가 좋은 수필을 읽을 수 있어서 대단히 즐거운 기분이며 이 자전적 에세이가 많은 독자들에게 애독되기를 갈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