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을 내면서
이 회고록은 원래 본인이 예정하였던 정년기념퇴임기념논문집의 뒷부분에 싣기 위하여 지나간 회고의 일부를 단편적으로 기초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전문분야의 논문이 별로 잘 읽혀지지 않는 것을 생각할 때 오히려 필자가 인생이란 강물의 물결을 따라 굽이쳐 흘러온 발자취를 써서 현세의 물질풍요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에게 우리 세대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굶기를 밥 먹듯이 하면서, 험하던 보릿고개를 허덕허덕 넘던 지나간 인고의 기록을 들려주는 것이 분별을 잃어가는 생활을 자숙시키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던 중 근래에 와서는 흘러가는 사회상이 너무나 험악하여 큰 위험의 벼랑에 서 있는 위기감까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철학자도 못되고 종교가도 아닌 필자가 감히 이들의 인성을 회복하여 사회를 정화시키고 평화로운 우리 향토를 건설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뜻에서 감히 나의 정신세계의 변화를 덧붙이게 되었습니다.
‘나의 믿음’이 현 사회의 사상과 거리감이 없지 않아 독자 여러분의 꾸지람이 있을 것이나 그 질타는 달게 받겠습니다.
이와 같이 회고록은 처음부터 일관된 계획으로 쓰여지지 못하였으므로 상당한 부분이 두서가 없을 뿐만 아니라 나의 삶의 기록을 일기 식으로 나열하여 읽기에 거북한 부분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이 점 사과드리며 아무쪼록 이 작은 책이 한 평생 성실하고 조용하게 살아온 한 과학도의, 삶의 집념으로 읽어주시면 더 없는 기쁨으로 여기겠습니다.
1991년 8월
수원 고등동 우거에서
만취 김재욱
1991년 쓴 아버님의 회고록이 2022년 히스토리스의 지면에 연재되게 되어, 보다 많은 분들이 아버님의 삶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다시 아버님 시대와 역사와 삶이 독자들과의 공감대를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아들 중호
2022년 6월
봉정사(奉呈辭)
만취 김재욱 교수님께서는 36년이란 오랜 교육생활을 마무리 하는 정년을 맞이하여 퇴임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선생님은 수많은 제자를 사회에 배출하여 학계와 산업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신 것만을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근대화 초창기에서 이룩하신 업적이 얼마나 큰가를 가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선생님은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식품공학과의 초대 학과장으로 남다른 저력을 기울여 학과와 우리나라 식품공학의 발전에 튼튼한 초석을 마련하여 놓았을 뿐만 아니라 불모지였던 농업실업학교에서 농산가공, 식품가공 교육의 선도적 역할을 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많은 연구논문과 수많은 저서를 세상에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논문집의 발간을 고사하시고 선생님께서 살아오신 삶의 토막을 글로 엮어 제자와 후학들의 삶의 귀중한 참고로 할 수 있도록 회고록을 오랜 기간 집필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빈틈없는 성품은 범인(凡人)이 간직할 수 없는 귀중한 자료들도 많이 소장하고 있음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생님은 정년퇴임을 교단에서의 학문생활의 마무리로만 그치시지 않으시고 대국적 견지에서 인생의 삶의 한 획을 그어 정리하고자 지난날의 인고의 삶, 발전의 세대에 살아오신 집념을 펴내셨습니다.
김 선생님의 문하생들은 선생님의 귀중한 생의 경험이 많은 제자와 후학들이 그들의 미래에 펼쳐질 삶에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도록 회고록으로 출판하게 되어 오늘 만취 김재욱 교수님의 회고록 <굽이쳐 흘러온 한 잎새는>을 선생님께 바치는 바입니다.
1991년 8월
만취 김재욱 교수 정년퇴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 전재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