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설립과 정구장 개장
부임한 다음해 1976년에 성당 앞터에 유치원을 만들어 어린이 교육과 어머니 선교에 관심을 두었다. 젊은 엄마들이 유치원에 들락거리면서 성당과 친해지는 기쁨도 있었다. 또 옆에 밭이었던 곳에 정구장을 조성해 젊은이들을 모임 터로 만들어주었다. 정구장 개장식에는 교구장 김제덕 주교님과 동료 신부님들이 오셔서 축하해주고 하루를 즐기고 가셨다.
나는 이때에 이곳 젊은이들과 운동으로 많은 인연을 맺었다. 정구장에서 운동하고 주로 맥주를 마셨는데 하루에 한 상자씩은 먹은 것 같다. 신부가 술꾼이란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게 내가 먹은 것이 아니라 운동한 친구들과 함께 먹은 것이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 나도 사실은 그때에는 겁 없이 마셨던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이런 인연으로 사회친구들도 성당을 찾아 성당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신자들도 활성화되어 사제생활동안 바쁘게 지냈다.
신자들과 성지순례
성지순례를 가면 공소 신자들이 많아 버스 7대가 움직였으므로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지금 같으면 휴대폰으로 각 차마다 연락책에게 지시도 하고 통제하기가 쉬웠을 텐데 그 시절에는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 일리 정말 어려웠다. 한번 휴게실에서 쉬면 배차 점검을 하는데 30분 이상 걸렸다.
당시 고속도로 휴게실에는 화장실이 변변치 않아 낮 부끄러운 일들이 있었다. 노인 한분이 다른 고속버스에 탑승하여 당황했던 일들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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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명축일 때 김재덕(아구스티노) 주교님과 김종택(요셉) 신부님 축하 오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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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대축일이 되면 공소 신자들이 본당에 와서 축일 미사에 참례했다. 미사 후 친목놀이로 공소대항 줄다리기 등 여러 행사가 있었다. 그럴 때면 본당은 잔치로 시끌벅적했다.
견진 때는 주교님 모시고 교리대회와 노래자랑 축제도 열렸다. 당시 찍은 사진들을 보며 흑백사진 속에 보이는 깨알만한 얼굴들을 기억해본다.
진안성당 첫 번째 보좌신부 부임
나는 진안본당으로 부임하고 2년 만에 보좌신부를 얻게 되었다. 첫 보좌가 왕수해(세례자 요한) 신부이고, 두 번째가 이순성 신부였다. 30대 초반인데 나이차도 별로 없었지만 잘 살아주어 지금 생각하면 고마울 뿐이다.
신학생으로 있던 권이복 신부가 여름방학 때 부귀면 황금리 공소서 공소증축 자금을 모아 놓기도 했다. 모두가 열심히 일했다. 본당 박문규(안드레아) 회장님은 당시 공화당 무진장 사무국장 직책을 맡아 정치 문제로 나와 견해가 달랐지만 신자로서 본분을 다해줌에 감사드린다.
또한 영적으로 힘이 되어주셨던 함연국(아오스딩) 회장님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은 두 분 다 작고하셨다. 주님!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한들공소 본당 승격
앞에서도 말했지만 공소가 많아서 한들에 성당을 분가하라는 교구 지침에 따라 사제관을 새로 증축하고 1978년에 한들공소가 본당으로 승격되었다. 첫 부임신부는 지금은 작고하신 소순형 신부였다.
하지만 몇 년간 본당 신부가 있다가 다시 공소로 전락하고 말았다. 본당 승격 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좋아라 하셨던 그 모습도 눈에 선하다. 지금은 대부분이 작고하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주님!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5월에는 성모상 앞에서 성모의 밤 행사도 해마다 했다.
생각해보면 사제 초년기라 경험도 부족하고 실수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신자들이 잘 보살펴주시고 기도해주셔서 첫 본당의 소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진안 본당은 내가 처음 사목을 시작한 나의 첫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 나이 30대 초반 겁 없이 주님을 좋아했었다. 하루하루가 참으로 행복했다.
도와주신 신자들께 감사를 드린다. 하느님, 당신 제자가 첫발을 내디딘 이곳에 많은 사랑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외딴집
동네 어귀
외딴 집 한 채
뒤뜰엔 키 큰 포플러 나무 몇 그루
가을 어느 날 나뭇잎 떨어지고
바람 불면 읊어대는 외로운 나무다
작년에 까치가 집을 지었고
올 봄엔 집을 수리하느라 요란스럽다
아랫마을에서도 토담집 고치는 소리에
외딴 집은 외롭지 않다
까치가 이사 온 후로
이제는 외딴집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