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동아리 활동을 통해 내 나름대로의 사회복지의 길을 모색해나갔다. 또 모교의 중앙신학교를 통해 사회사업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중앙신학교의 교훈은 ‘경천애인(敬天愛人)’이다. 경천애인의 뜻을 알아가며 이를 실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회복지의 길로 뛰어든 나의 한평생을 지켜준 사명이다.
중앙신학교를 통하여 나의 신앙관은 성숙해졌다. 그리고 사회복지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은 한층 더 넓어졌다.
1946년 8월 중앙신학교를 설립한 우원 이호빈 박사는 일본 동지사대학에서 사회사업을 전공한 김덕준 교수와 함께 중앙신학교에 사회사업교육을 위한 사회사업학과를 설치하였다. 이로써 1953년 6월 한국 최초로 대학에 사회사업학과가 개설되었다.
당시 한국사회는 전쟁 직후의 폐허 속에서 피난민, 전쟁고아, 전쟁미망인, 상이군인들이 넘쳐났다. 또한 가난과 질병 그리고 이념적 갈등으로 사회적으로 매우 혼란한 시기였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 중앙신학교 사회사업학과는 ‘경천애인’과 ‘홍익인간’의 이상을 토대로 실천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창설된 것이다.
중앙신학교 개원 초기부터 사회사업학과 설립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한 김덕준 교수는 사회사업학과 설치에는 YMCA 간사 훈련과정을 둔다는 조건으로 YMCA와 협약을 체결하였다. 중앙신학교 사회사업학과는 설립초기부터 당시 미국 사회사업학과의 커리큘럼을 도입하여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사회복지교육을 실시하였다.
나는 중앙신학교의 그러한 커리큘럼을 통해 받은 사회복지 교육을 머리로 이해하고, 몸으로 실천하며 체득하고 있었다. 또 그곳에서 만난 여러 교수의 이론적 교육방법과 실천적이고 모범적인 모습을 통한 사회복지에 관한 나름대로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 중 4년간 스승으로 모셨던, 김덕준 교수는 내게 특별한 존재였다. 그는 사회복지에 대한 철학과 복지에 관한 선진적인 생각을 내게 심어주고 나를 변화시켜 준 분이다.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교회 사회사업가로 첫 발을 디딜 수 있게 추천한 분도 김덕준 교수이다.
김덕준 교수는 학장으로 있을 때 많은 후학을 미국의 플로리다대학(University of South Florida)이나 일본의 동지사대학으로 유학을 보내주었다. 그 덕분으로 그들로 하여금 오늘날 한국 사회복지계의 기틀을 세우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했다.
김덕준 교수는 우리에게 사회사업가의 자질을 강조하며 사회복지사는 전문인임을 늘 강조하였다. 목사이기도 한 그는 수업시간에 항상 사회사업가가 되려면 예수의 마음과 같은 이웃사랑의 마음을 갖고 출발하라고 강조하였다. 그는 퍽 인자한 사람이었다. 늘 웃는 모습으로 제자들을 대하였고, 인생 선배로서 우리를 자상하게 격려해주었다.
학교를 졸업할 무렵이 되자, 김덕준 교수는 나를 특별히 따로 부르셨다. 그리고 내게 해주신 말씀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였다. 이 말씀을 주시면서 누구에게든 부끄럽지 않은 사회사업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것은 평생 사회복지사로 살아온 나를 이끌어준 말씀이셨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이 말씀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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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7년 중부직업소년 수업을 마치고 난 뒤 연 크리스마스 파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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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신학교의 교육이념이며 목표인 경천애인은 김덕준 교수를 비롯해 초기 설립자들이 바라보는 사회복지에 관한 꿈이며 비전이었다. 그러한 꿈과 비전을 갖고 수많은 전문 사회복지사들을 배출해낸 중앙신학교는 1989년 10월 강남대학교로 개편한 뒤에도 그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 .
강남대학교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중앙대학 내에 독립단과대학으로 사회복지대학과 사회복지학부를 설립하였다. 이로써 강남대학교는 본격적인 사회복지전문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아니 교회가 무슨 사회사업을 합니까?”
학생회장이던 나는 4학년이 되자 ‘취업자명단’을 만들어야 했다. 나는 그동안 과거 선배들이 취업을 앞두고 좀 더 좋은 자리 때문에 시기와 질투가 생기면서 분열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취업자 명단을 작성하기 전 동기들에게 먼저 단단히 일러두었다. “우리는 취업문제로 관계를 망가뜨리지 말자.” 대신 조금씩 양보하면서도 불만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나는 41명의 졸업생 명단을 놓고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가장 먼저 우선적으로 배치한 친구들은 가정형편이 안 좋은 사람들을 택했다. 그 다음으로 지방출신의 친구들을 그 뒤에 배치했다. 이렇게 한명씩 배치한 뒤 명단 가장 맨 나중에 내 이름을 넣었다. 나는 이 명단을 당시 학과장이던 강만춘 교수에게 올리며 “취업할 곳을 이렇게 차례대로 주십시오.”하고 말했다.
취업자 명단에 따라 친구들이 하나 둘씩 취업해나가고, 마지막 날은 나에게 돌아온 것은 부산에 난 자리였다. 그런데 부산은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이었다. 부산에 취직한다 해도 새 거처를 마련하고, 직장을 다니기에는 생활비도 부족한 정도였다 .나는 생각 끝에 부산행을 포기했다.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던 내게 어느 날 학장이 된 김덕준 교수님이 불렀다.
“최 군, 성남교회에 갈래?”
“성남교회요? 교회가 무슨 사회사업을 합니까?”
내가 그렇게 반문했던 것은 당시만 해도 사회복지라는 터전은 그야말로 미개척지였고, 교회가 사회복지 일을 한다는 것이 낮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중앙신학교 사회사업학과에서는 1968년부터 성남교회 주변의 실태 지역조사를 하고 있었다. 성남교회는 서울역 근처인 동자동에 있던 교회였는데, 당시 서울역 주변은 사회사업가가 해야 할 일과 장소가 많은 곳이었다. 나는 학생으로서 그 조사작업에 함께 하였기 때문에 성남교회 주변상황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던 중 중앙신학교 김덕준 학장과 성남교회 전택완(천우사 사장) 장로 등이 ‘성남교회에 사회사업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성남교회는 그동안 빈민운동을 펼쳐온 교회였다. 그러했기에 사회사업에 대한 남다른 활동을 기대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