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소년회관에 있으면서도 나는 많은 사람과 만났다 .사회복지의 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인연들은 내가 살아가는 힘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인연 중에 푸른 얼 클럽 회장이었던 김진영 씨는 지금도 만나는 사람 중 한명이다. 치과대를 졸업하고 개업을 한 그는 가난한 사회사업과 관련있는 사람들을 소개하면 돈을 거의 받지 않고 진료를 해주었다. 형편이 어려운 사회사업가를 위해서는 무료진료도 종종 해주었다.
김건영 씨는 1974년에 처음 만난 뒤부터 가족끼리도 친해져 여전히 좋은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의사로서 돈을 벌기보다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와 수고를 계속 해왔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내가 사회복지에 나선 길위에서 행복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청소년회관 야학을 통해 인연을 맺은 학생들의 모습도 나에게는 기쁨이다. 그들은 진학을 한 뒤 사회 곳곳에서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감당하고 있다. 공무원이 되어 지하철공사에 다니는 이도 있고, 구청과 경찰서 등에서 근무하는 이들도 있다.
한번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야학에서 만난 학생 송인관이었다. 그는 어엿한 지하철공사의 역장이 되어 있었다.
또 송파종합사회복지관 관장으로 있을 때는 생각지도 않게 도움을 받은 적도 있었다. 1991년 송파구청에 갔을 때 그곳에서 최재욱을 만났다. 그도 서우청소년회관의 야학에서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송파구청 가정복지과 어린이집 담당 공무원이 되어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난 뒤 그가 물었다.
“선생님, 그런데 여기는 어떤 일로 오셨어요?”
“우리 복지관에서 어린이집을 짓게 되었는데 말이야......”
내 말을 귀기울여 듣던 그 덕분에 송파종합사회복지관은 아주 수월하게 건축비 3억원을 받아서 어린이집을 건립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회관에서 가르쳤던 학생들은 사회 곳곳에 널리 퍼져 있어서 우연한 기회에 내가 하는 사업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성남종합사회복지관을 지을 때는 이사비용과 차량을 제자 오세창, 윤정자가 도와줘 한결 수월하게 해결했던 적도 있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수많은 인연을 만들면서 정리된 생각이 있다. 그것은 사회의 선배들이나 학교의 선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람을 키우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다. 사람과의 인연만큼 향기로운 것이 없다. 사람다운 사람, 인간다운 냄새 나는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야말로 아름다운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관계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간은 만나면서부터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관계가 지속되는 한 우리의 삶은 더욱 더 윤택해지고 풍성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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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9년 2월 23일 서울청소년회관 부설 고등공민학교 제3회 졸업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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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연맹의 창단
내가 서울청소년회관에 있는 동안 한국사회는 격동의 세월을 보냈다. 박정희 유신정권이 물러나고, 1980년 전두환정권이 등장했다. 전두환 정권의 실세 중 한 사람인 허문도 씨는 대통령 비서실 정무 제1비서관이었다. 그는 북한의 <노동적위대>란 청소년단체처럼 우리나라도 강한 청소년단체를 만들고자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체가 <한국청소년연맹>이었다.
한국청소년연맹의 초대 총장은 구윤서 씨였다. 그는 이디오피아에 농업고문으로 가 있다가 후배인 허문도 씨의 부름을 받고 국내로 돌아와 총장직을 맡고 있었다. 대학 선후배인 이들은 한국의 ‘청소년을 잘 키워야겠다’는 점에서 서로 의기투합하고 있었다.
내가 한국청소년연맹의 지도국장으로 가게 된 것은 연맹이 만들어진 초기였다. 나와 친근하게 지냈던 이만근(흥사단), 이광영(유네스코), 최청평(유네스코), 김종국(청소년회관) 등도 나와 함께 스카웃 되었다. 나와 이들은 청소년연맹 창단 멤버이다,
1980년 10월 어느날 구윤서 총장이 불러서 모이게 된 우리가 향한 곳은 한 여관방이었다. 구 총장이 알려준 여관방이었는데, 그곳에는 구 총장의 후배인 김상영 씨가 먼저 와 있었다. 여관방에 모인 우리가 할 일은 한국청소년연맹의 전반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일 이전에 청소년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일이 더 시급했다. 우리는 토론 끝에 청소년의 연령을 12세에서 24세로 정의했다. 그 다음에는 초, 중, 고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청소년연맹 조직의 틀을 짰다. 틀을 짠 뒤에 해야 할 일은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운영에 관한 밑그림까지 그리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장기투숙한 여관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
구윤서 총장은 먼저 나에게 총무국장 자리를 제안했다. 하지만 나는 돈을 쓸 줄만 알았고, 예산을 배분하고 운영하는 일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활동지도국으로 가게 되었다. 기획실은 김상영, 연수원장은 이광영, 문화홍보국장은 이만근, 총무국장은 최청평이 맡았다.
조직이 구성되자 다음 지시는 우리에게 자신의 부서에서 일할 과장 두 사람을 데리고 오라는 것이었다. 각자 과장 두 사람을 데려오자, 그 과장들은 또 주임을 뽑아왔고, 주임들은 같이 일할 직원들을 선정해 데려왔다. 나는 이때 조직에서 사람을 뽑을 때 이 방법이 참으로 합리적이고 유용한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각자 자신의 밑에서 일할 사람만 데려오게 하니, 제일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이 뿁혀 왔던 것이다.
내가 맡은 활동지도국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주 업무였다. 하지만 교육청과 관련한 정보와 지식이 내게는 없었다. 도움을 줄 사람을 찾던 끝에 우리집 옆집에 사는 이강법 선생을 알게 되었다. 이강법 선생은 중학교 교감이었는데, 그 안주인이 나의 아내와 친구인데다가 나를 친동생처럼 사랑해주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강법 선생을 통해 음악부터 국어까지 활동지도국 자문위원이 될만한 사람들을 소개받았다. 그리고 장학사인 국문학자 이경법 씨를 소개받아 전문위원으로 모셨다. 이경법 장학사는 한국청소년연맹의 기틀을 미련하여 만든 단체에 명칭을 만들었다. 초등학교의 <아람단>, 중학교의 <누리단>, 고등학교의 <한별단>, 대학교의 <한울단>이 그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이경범 장학사의 건의로 만든 명칭들이다. 그의 업적을 공적으로 인정해주기 위해 나는 한국청소년연맹에 몇 번이나 추천하여 표창하게 했지만,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아 있다.
나는 그해 사회사업가 교수들인 김융일, 조휘일, 김성이, 김만두 교수와 현직에 있는 교장, 교감 20여명을 전문위원으로 구성하여 한국청소년연맹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게 했다. 이들과 함께 나는 한국청소년연맹의 기본 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전문위원들의 활약은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교재를 만들었고, 교복의 형태도 구성했다. 교복의 구성은 청으로 된 바지와 조끼, 그리고 베레모를 쓰도록 했다. 교복이 청바지인 뜻은 일하라는 뜻이고, 베레모를 쓰는 것은 상징적인 뜻에서 구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