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연맹 사직과 스웨덴 행의 ...

한국청소년연맹은 1981년부터 단원을 각 학교 별로 조직하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뽑은 전체단원은 30만명이었다. 이는 보이스카웃과 맞먹는 숫자였다.

한국청소년연맹의 예산은 각 기업들이 1억원씩 낸 돈으로 마련되었다. 전두환 대통령이 이 연맹의 총재였기 때문에 예산을 마련하는 일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국청소년연맹에서 내가 하는 일은 새로운 기획을 하는 것이므로, 보람된 일들이 많았다. 세상에 없는 내용들이 만들어지고 시행되는 것을 보는 것은 일을 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쉬는 날도 없이 밤낮으로 일을 하느라 몸은 말할 것도 없이 늘 고단했다. 밤을 새워 계획을 짜고 서둘러 추진해야 하는 일들이 잦았다.

직원들도 집에 가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는데, 주말이면 겨우 집에 가서 속옷만 갈아입고 올 정도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나 또한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당뇨에 걸리게 되었는데, 그때 걸린 당뇨로 인해 지금껏 당뇨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주야로 일하고 휴가도 없이 일하다가 생긴 병이었다. 일을 열심히 하다가 받은 옐로우 카드인셈이다.

비록 건강을 잃었지만 열심히 일한 대가라고 생각하는 나는 그래서 나의 당뇨를 명예훈장처럼 여기고 있다. 당뇨환자임을 숨기지 않는 나는 당뇨협회 이사를 맡기도 했다. 그렇게 3년정도 한국청소년연맹 일을 하니 연맹은 점차 안정적인 조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구윤서 총장이 물러나고 총장대신 총재로 직급도 바뀌었다.

새로 임명된 총재는 김용휴 씨였다. 김용휴 총재는 육사 7기였는데, 그가 총재로 오자 전두환 대통령의 군 동기들인 육사 11기가 국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군인들이 들어오게 되자 민간인 국장들은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군 출신 국장들이 오니 한국청소년연맹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1981년 7월 한국청소년회관 교육생 하계수련회에서

김용휴 총재는 초기멤버인 우리들의 자리도 넘보았다. 한번은 우리를 부르더니 “과장을 하겠느냐, 아니면 어떻게 하겠느냐?” 하고 물었다. 군출신들이 국장을 맡았으니 그 밑에서 일하라는 뜻이었는데, 차마 나가라는 말은 못하고 그렇게 둘러 말한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초기멤버들이 운신할 폭이 좁았다.

결국 동요하던 우리들은 더는 일할 수가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초기 멤버 중에서 내가 가장 먼저 나왔다. 구윤서 총장의 후배인 김상영을 빼고는 나머지 사람들도 얼마 되지 않아 모두 그곳을 나와 버렸다. 한국청소년연맹에서 초기 멤버로 기틀을 잡는 것이 뿌득한 일을 하고, 광명에 있는 근로자종합복지관을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은 작업을 시작해 성사시킨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광명 근로자종합복지관의 관장은 당시 서울시 아동복지과로 나를 불러준 변희남 주무과장이었고, 계장은 김장호였다. 이들과도 좋은 인연을 맺으며 여전히 만나고 있다. 변희남 과장의 큰 아들인 김종석은 내가 대부가 되고 강남대학교에 추천하여 한국청소년연맹 국장까지 했다. 그는 퇴임해 훌륭한 사회사업가가 되었는데, 지금도 가끔 소식을 전하면서 연락하고 있다.

▲ 1982년 8월 한국청소년연맹 지도국장 시절 (자원봉사자 전문 연수과정)

한국청소년연맹 시절을 돌아보니 그곳에 있을 때 있었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내가 기획한 일 중에 고등학생을 조직해서 팔당댐 아래에서 카누, 카약 훈련을 시키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팔당댐에서 우리에게 통고하지 않고 수문을 개방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밤이어서 학생들은 없었고, 활동지도국 직원들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그 덕분에 배와 노가 다 떠내려갔다. 어찌어찌하여 모두 다 찾기는 했는데, 끝내 노 하나를 찾을 수 없었다. 근처 주민이 갖고 간 것으로 예상했지만 집집마다 뒤져볼 수도 없었다. 그때 하남에 서울청소년회관 시절 제자였던 학생이 경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경찰의 도움으로 나중에는 잃어버린 노 하나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사건은 8월에 한국청소년연맹을 그만 둔 뒤에 일어났다. 8월에 그만두기는 했지만 나는 그해 12월까지 한국청소년연맨 소속으로 월급을 받기로 했다. 그동안 그곳에서 힘들게 일했으니 나 자신에게 휴가를 주자는 생각이 간절했다. 장기휴가를 보낼 곳을 찾다가 선택한 곳은 처제가 있던 스웨덴이었다.

스웨덴까지 가는데 그냥 갈수 없어서 홀트아동복지회에 연락해보니, 마침 스웨덴에 입양보낼 아이가 있었다. 내가 데리고 가기로 하고, 아이들들 데리고 공항에 도착해 짐을 다 부치고 비행기에 올라 앉아 있는데, 나를 찾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그 길로 나는 공항 경찰에 끌려 갔는데, 이유를 보니 내 여권이 정지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알아보니 나의 임기가 남았는데도 한국청소년연맹에서 직원이 아니라고 하는 바람에 여권이 정지된 상태가 된 것이었다. 그때는 해외여행이 자율화 된 시점이 아니어서, 직장에서 신분을 보장해야 해외로 나갈 수 있었다.

이곳저곳 연락하는 동안 내 짐을 실은 스웨덴행 비행기는 떠나버렸다.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쳐올라 연맹의 총무국장을 찾아갔다. 나는 연맹에서 잘못해서 내가 항공사의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사실을 토로하며 변상을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스웨덴으로 가는 것은 연맹의 잘못으로 인해 복잡해진 상황을 다 처리한 후에서야 다시 갈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