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고 싶은 알래스카
나는 1994년 안식년을 미국 엘파소에서 보낸 후 귀국을 두 달 남겨두고 알래스카를 여행했다. 지금으로부터 15년이 넘는 이야기다. 이곳은 미국이 구 소련에서 영토를 사들인 곳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주다. 크기는 우리나라의 다섯 배가 넘는다. 아직도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신비스런 땅으로 남아있다.
내가 갈 때는 9월경이었다. 이때는 백야라고 해서 밤 10시경에 해가 지고 아침 5시면 해가 떴다. 특별한 체험이었다. 여행은 패키지로 3박 4일 한국관광객들과 함께 했다. 이곳은 추운 겨울이 오래 지속되고 여름이 오면 얼음이 녹아내려 습지와 호수가 많았다. 그래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경비행기로 출퇴근을 하는데, 땅과 호수 그리고 얼음 위에 내릴 수 있도록 특수 제작한 다용도 경비행기가 많았다.
우리 일행은 버스로 여행했는데, TV에서 보는 그대로 길거리에서는 야생동물과 강가에서는 연어를 잡는 낚시꾼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또 크르즈여행으로 1시간쯤 나가면 고래와 바다 동식물들을 볼 수 있었고, 멀리서 빙산이 녹아내리는 광경도 장관이었다. 약 2km 떨어진 곳까지 파도가 출렁거렸고 빙산의 조각들은 작은 섬처럼 떠 있었다. 그 위에서 한가로이 일광욕을 하는 바다 동물들의 모습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이어서 참 좋았다.
인상 깊었던 곳은 맥캔리산이다. 북미주에서 제일 높은 산 6,914km의 천년설로 여기에는 경비행기로 산중턱에 가서 위에 착륙했다. 약 10분정도 구경하며 사진도 찍고 다시 이륙하여 약 30분 정도 산 계곡을 돌며 기장이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나는 여러 곳을 여행해보았지만 이곳은 다시 찾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었다.
투어를 마치고 비행장 입구를 나오는 순간 몇 년 전 이 산을 등반하다가 숨진 고상돈 대원의 묘비를 보았다. 이국땅에서 숨진 그 모습에 마음이 울컥했다. 묘비를 뒤로하고 내려오면서 명복을 빌었다.
‘I love Mackinley Mt,'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미국 영주권 반납
미국 애틀랜타에 있을 때 운 좋게도 2년 만에 미국 영주권을 얻었다. 미국에 있다 보면 다른 나라를 자주 방문하게 되는데, 영주권이 없으면 그때마다 비자신청을 하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의료서비스 등 미국사회의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영주권이 있으면 미국 시민과 같이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어렵게 영주권을 받아 미국에 있을 때는 불편함이 없이 지냈다.
그런데 영주권자는 1년 이상 미국 땅을 떠나있으면 안되었다. 1년에 한 번씩은 미국을 방문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나는 귀국하고 나서 두 번인가 미국에 갈일이 있어서 영주권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후로는 부담스러워 영주권을 대사관에 반납해 버렸다.
지금도 어떤 사람들은 영주권 때문에 미국을 정기 방문하고 있다. 신문에 보면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영주권 문제로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아직도 사대주의 사상에서 자유롭지 못함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버릴 것은 버려라. 대한민국도 살기 좋은 나라다. 조국을 두고 뭐가 불안해서 할일 이 없이 외화를 써가며 그렇게 집착하는가. 영주권이나 시민권은 현지에 있을 때 필요할 뿐이다. 신문에 보면 출산여행이란 말을 볼 때 마다 마음이 괴롭다. 차라리 이민을 가면 어떨까요. 조국이 싫으면 양다리 걸치지 말고 아주 떠나서 살면 어떨까요?
안부를 물으면
밤이 낮에게 묻는답니다
새벽이 언제 오냐고
낮이 밤에게 묻는답니다
저녁이 언제 오냐고
낮과 밤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서로 안부를 묻고 삽니다
나도 이런 인연 하나 만나
안부를 물으며 살고 싶네요
김제 신풍성당 부임, 본당현황
1년간 안식년을 마치고 김제 신풍성당으로 부임했다. 이곳은 내가 사목하기에는 부담이 없는 곳이었다. 성당도 크지 않았고 수녀가 있어서 본당 분위기가 좋았다.
신자들은 대부분이 나이 드신 분들이라 별다른 활동은 없었지만 레지오 마리에 활동은 성적이 좋은 편이었다. 주일학교도 괜찮은 편이었고, 주일미사나 매일 미사에 나오는 신자는 열심한 노인들이 많았다.
나는 매일 강론을 통해서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전해주려고 노력했으나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여기서도 할머니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어르신들과 회합이 끝나면 노래방에 가서 흘러간 노래를 부르며 추억도 만들었다.
컴맹탈출
이곳에서 처음으로 컴퓨터를 배웠다. 매일 아침 미사에 나오는 유미숙(실비아)님이 컴퓨터학원을 운영하여 부탁을 하자 가르쳐주셨다. 타자는 학교 다닐 때부터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데, 편집하는 것은 전혀 초보였다. 이때부터 그전 써놓은 글도 저장하여 보고 다른 것도 배우면서 컴맹을 탈출했다.
이때 배운 컴퓨터 때문에 몇 권의 책을 쓸 수 있었고, 지금 이글도 컴퓨터 덕분에 쓸 수 있다. 실비아 자매님 고마워요. 하루 중 컴퓨터 함께 하는 시간이 제일 많다. 지금 나의 컴퓨터 수준은 워드를 저장하고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알고 싶은 정보를 얻는 정도다. 컴퓨터는 나의 안방 친구가 되었다. 참 좋은 친구다.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