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서 (35화)

불행의 씨앗 건강이야기

40대 후반부터 혈압약을 복용했다. 그리고 전립선과 과민성 방광으로 비뇨기과에 들락거렸다. 어디쯤 가면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해두는 일이 첫 번째였다. 고속버스는 삼갔으며 자가용이나 기차를 이용했다. 조금 긴장하거나 몸에 이상이 생기면 방광통으로 소변조절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렇게 여러 해를 고생하다가 전립선 수술을 통해서 치료를 해보기로 결심하고 2003년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지방대학 병원 비뇨기과에서 전립선 수술을 했다.

전립선 수술 후유증

불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수술이 잘못되었다. 처음부터 불길한 증상이 나타났다. 수술 중 수혈을 해야 했고, 퇴원 후에도 요도협착증으로 소변이 시원치 않아 한 달에 한 번씩 요도확장 시술을 1년간 계속하였다. 이렇게 지내다보니 심리적으로도 많은 부담을 안고 살았다.

이곳에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서울 강남 성모병원에서 협착 재시술을 받았으나 결과는 진전이 없었다. 다음으로 서울대학병원에서 두 번의 수술, 아산병원에서 요도협착수술 한번, 두 번의 스탠드시술을 해보았지만 결과는 오히려 나빠졌다. 이렇게 5년 동안을 시달리다보니 더 이상 희망이 없었다. 여기서부터 심각한 이상이 왔다. 외상스트레스증후군이었다.

본당생활 접고 병원 장기요양

몸도 정신도 더 이상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기우뚱거리면서 수면장애가 시작되었다. 이후 식욕부진, 불안초조, 결국에는 우울증으로까지 악화되어 저녁에 응급실에 실려 간 일도 몇 차례 있었다.

결국 정신과와 비뇨기과 협진으로 지방대학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본당 사목생활을 할 수가 없어서 본당을 떠나야 했다. 떠날 때 본당에 들르지도 못하고 인수인계도 병원에서 하고 바오로 복지병원에 장기요양생활로 들어갔다.

병상에서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던데

밤이 얼마나 깊어야 새벽이 오려나

신열은 오르고 온 몸은 불덩이인데

곁에 말붙일 피붙이 하나 없어

이 한밤을 어찌할거나

아!

이것이 외로움이구나

이것이 고독이로구나

하룻밤 사이에

하느님도 불러보고

어머님도 불러보고

아! 이것이 슬픔이구나

아프지 말아야 돼

아프면 서러워

홀몸이 아프면 끈 떨어진 연이야

외로움이 폭포처럼 밀려오더라

- 묵상집 <귀본향> 중에서

▲ 성바오로복지병원

2005년 성바오로복지병원 장기요양

2005년 성바오로복지병원에 왔지만 정신은 더 흐려졌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우울증은 나의 의지와 신앙까지 위협하였다. 이곳에서는 나를 위해 따로 조용한 방도 마련해주고 많은 신경을 써주었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한마디로 비뇨기과 문제보다는 마음의 병을 얻은 것이다. 전북대학병원 정신과 의사의 도움도 받았다. 정말 힘든 시기였다.

방엔 약봉지로 가득했고, 한약까지 챙겨먹는데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먹은 약을 두 번 먹고 부작용으로 힘든 때도 여러 번 있었다. 이곳이 나의 마지막 자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도 들었다. 한때 내 주위를 정돈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의 분심은 한심한 수준

이곳 병원은 말기암 환자들을 위한 일종의 쉼터다. 나는 시간나는 대로 그들을 면담해주면서 위로도 받았다. 산보도 하면서 서로의 아픔을 나누는 친구도 있었지만 몇 달 못가 운명을 달리 하는 슬픔도 있었다.

이곳에 상주하고 있는 왕수해 신부가 많은 위로와 도움이 되었다. 바로 아래 아우도 자주 찾아와 많은 위로를 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고마운 형제다 그런데 그 아우도 눈 때문에 서울에서 수술을 했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있어서 기쁘다.

병원 수녀님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이러 고마운 분들의 도움에도 마음의 병은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성직자로서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잠자리에 들면서 “주님 오늘 밤이 마지막 밤이 되게 해주십시오. 내일 하루가 두렵습니다.” 수면제와 신경안정제에 의지해서 잠을 청해보는 나의 삶은 삶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분심과 잡념으로 고통의 연속이었다.

성체 앞에 주님 자비를 청해보고 묵주알을 굴리며 성모님께 매달려보았지만 응답은 귀에 들리지 않았고, 마음은 더욱 황폐해가는 사막이었다. 나는 고통을 잠시 잊어보려고 암환자들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웃음치료도 해보고, 명상치료도 해보며, 최선을 다해 보았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내가 생각해보아도 나는 참 이상한 사람이다. 소위 신부라는 사람이 제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 정말로 한심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굳이 변병을 한다면 이것이 나의 병이라는 것이다. 형편없는 놈, 한심한 놈, 못난 놈, 바로 이 말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되었다. 자책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이런 방황 속에 5개월을 병원에서 살았다. 이때에 나를 위해 수고해주신 복지병원 수녀님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해 봄 부활축일을 보내고 생활을 바꾸어보면 어떨까 해서 고향인 전북 장수군 번암면 동화리에 있는 가족별장으로 자리를 옯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