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동산에 있을 때 <귀본향>이란 졸저를 발간했는데, 내용을 한 개만 골라 소개한다.
날개 없는 천사들
사람들은 젊어 보이기 위해 얼굴도 가꾸고 옷치장도 합니다
그러나 젊음보다 더 좋은 옷은 없더라
나이가 들면 제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들 때가 있답니다
하여 결국에는 지치고 병들어 인생의 허무함을 느낄 때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도 있듯이
세상에 짐이 될까 근심이 천만근이라네
허나
여기 그 일을 대신해서 감당해주는 곳이 있으니
가난한 작은 수녀회가 있지요
따뜻한 사람과 관심 그리고 의식주는 물론
건강까지 꼼꼼히 챙겨주고 있답니다
이곳은 우리가 생각하는 양로원이 아닌
어르신들을 가족처럼 모시는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이곳은 은인들의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곳이랍니다
그래도 이곳은 모자람이 없답니다
나는 이런 은인들을 보이지 않는 천사라고 부른답니다
이곳엔 또 다른 천사들도 살고 있답니다
이곳 천사들은 날개는 없지만 하루가 바쁘답니다
나는 이들이 날개가 달릴까 걱정하고 있답니다
날개가 달리면 하늘로 날아가버릴까 걱정이 되어서입니다
날개 달린 천사는 하늘에 살고 날개 없는 천사는 이곳에 삽니다.
나는 보았습니다
날개 없는 천사들은 손과 발에 군살이 박히도록 바쁘답니다
나는 오늘도 날개 없는 천사들과 함께 이곳에 살고 있답니다
날개 없는 천사들에게 감사드려요
나는 이곳에서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되어 감사하다. ‘노인은 자기 자신이 다시 젋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젊은이는 자기가 늙어간다는 것을 잊고 산다,’는 말이 생각난다. 나도 이곳에 오기 전에는 내가 늙어간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
착각이었다. 옆에 있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나도 곧 저 모습으로 이곳에 올수 있다고 생각하니 함께 하는 분들이 가족처럼 느껴지고 앞으로의 내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또 한 가지 생각나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어른이 되지 않는다. 다만 나이가 한살씩 먹어갈 뿐이다.’ 요셉동산 어르신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2009년 금암성당 부임
3년간 건강 때문에 본당 사목에서 떠나 있었다. 마지막 본당생활 4년을 거치면 은퇴할 나이가 된다. 그래서 건강은 자신이 없었지만 용기를 내서 교구청에 본당 신청을 했다. 다행히 이동시기라 전주 금암성당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보좌신부까지 얻게 되어 큰 힘이 되었다.
금암성당은 지대가 높은 곳이고 전주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곳이다. 신자 수도 많지 않고 나에게는 좋은 사목지였다. 또한 대학병원이 옆에 있어서 병원에 다니기도 부담이 없었다.
처음 부임하던 날 보좌신부와 손을 잡고 성당에 들어섰을 때 신자들은 따뜻하게 환영해주었다. 성당에 들러 제대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부족한 이 사람을 이곳에 사목자로 보내주신 하느님에 대한 감사기도였다. 주님! 사목자로 잘 살게 도와주시고 병마의 굴레도 벗겨주시고 이곳 신자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시라고.
본당 사목 다시 시작
주일 첫 미사에 만남이란 주제로 복 중에 가장 큰 목은 인연의 복이라는 내용으로 미사강론을 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어 용기를 갖게 되었다. 1주일을 보내고 본당 파악을 하기 위해서 구역미사 지역을 짜서 나와 보좌신부가 저녁에 구역미사를 하였다.
이곳도 주로 노인들이 많은 성당으로 특별히 활성화된 단체는 없었다. 굳이 소개를 해본다면 노인들이 많기 때문에 초상이 많았다. 한 해를 보내고 사목평가를 보면 1년에 사망자가 12분이나 되었다. 내가 4년간 있었으니까 40명이 넘게 작고하셨다.
애령회 활동이 많았다. 애령회원들은 나이 드신 분들이라 오고가시는 교통편이 불편해서 봉고차를 구입해드렸다. 그리고 본당 제 단체나 어린이성경학교 두루두루 유용하게 쓰여졌다.
한편 본당 레지오단원들의 활동도 좋았다. 그리고 초중고 어머니들의 봉사활동에도 감사를 드린다. 본당 박대실(마태오) 총회장님과 사목회 임원들도 조용히 자기 일을 잘 감당해주었다. 이곳에 있으면서 사목회와 신자들 간에 불편함은 한 번도 없었다. 이 자리를 통해 감사를 드린다.
본당 기수도(그레고리오) 사무장도 과도한 업무였지만 잘 처리해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주님! 금암성당을 축복해주소서. 아멘!
비뇨기과 재수술 등 잔병치레
불행하게도 이곳에 있을 때 비뇨기과 수술을 두 번이나 하는 아픔이 있었다. 몇 년 전 수술 후유증으로 마음의, 병까지 얻어 병원에 입원도 해보고 고향에서 휴양도 해보고 양로원에 가서 건강을 추슬러 보았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이 약과 의지력으로 버틴 세월이었다.
불행하게도 목디스크로 전주에서 치료하다가 차도가 없어서 서울 고도일 신경외과에서 시술을 받고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다. 때로는 두통으로 시달려 한방에 가서 침술도 받아 보았다. 최신 의료장비로 찍어낸 사진들만 해도 부지기수였다.
좀 유별난 건강 때문에 말하기도 부끄럽다. 그동안 나 때문에 교구청에 의료비 청구액이 만만치 않아 미안한 생각도 든다. 아프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것, 이것이 문제로다.
오랜 세월 병원에 들락거리면서 시달리다보니 본당에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신자들은 이런 나를 잘 이해해주었다.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수술 때는 본당에 휴가라고 속이고 동생과 동행해 서울에 가서 수술을 했다. 아무래도 건강 때문에 본당에는 마음을 다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당시 보좌신부였던 전보근(안드레아), 연규영(아우구스티노), 고장원(사도 요한), 이정현(루카) 신부님들의 도움에도 감사를 드린다. 좋은 사제되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