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지붕수리
금암성당에 부임하고 한 가지 어려웠던 것은 여름장마에는 지붕에 물이 새서 이곳저곳에 대야와 수건을 놓고 제대까지 물망울이 떨어져 미사 때 난감할 때가 많았다. 전임 신부님들이 보수공사를 여러 번 해보았지만 물을 잡을 수가 없었다. 나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3년을 이렇게 지내다가 이대로 두면 천장이 무너질 사고 위험이 있어서 중대 결심을 하였다.
사목회와 여러 번 상의하여 지붕 전체를 덧씌우기로 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구했다. 그 길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무리한 공사인 줄 알고 있었지만 주님 빽만 믿고 공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일을 벌 린 김에 내부 페인트와 성당 안 인테리어도 손을 보았다. 특별히 성당이 어두워 조명도 밝히고 제대 뒤쪽을 밝은 나무로 과감히 바꿈으로써 성당 내부가 훨씬 밝아져서 좋았다. 공사 때 사고 없이 두 달 만에 일을 마치게 되어 하느님께 먼저 감사를 올립니다.
공사 때 신자들이 도와주신 헌금으로 부족함이 없었고 오히려 남은 돈은 본당 특별회계에 적립하였다. 모든 것이 주님의 축복이요, 신자들의 열성이었다. 이 자리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 해에는 여름장마 미사 때 천장을 쳐다보지 않아도 되는 미사를 봉헌했다. 금암성당은 나의 본당사목을 마침 잊을 수 없는 곳이며 신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곳이다. 부족함이 많았지만 감싸주고 기도해주신 은혜를 잊을 수 없는 곳이다.
내가 본당에 부임하면서 내 졸저 <귀본향>이란 책을 한권씩 부임 선물로 드렸다. 그리고 전교용으로 이웃에게도 선물할 수 있ㄷ록 넉넉히 준비했다.이런 작은 선물이라도 하고 나니 내가 행복했다,. 가끔씩 잘 읽었다, 고맙다는 전화를 받을 때 기쁨이 두배가 되었다.
배영길(베드로) 신부 서품
에수회 소속 배영길 신부는 금암본당 출신으로 2009년 7월 1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서품을 받고 5일 금암성당에서 첫 미사를 올렸다. 오랜만에 사제 배출에 신자들은 영적기도와 물적 예물도 많이 주셨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올린다.
그리고 서울에서 예수회 동료사제들이 많이 참석해주셔서 자리가 은혜로웠다. 나도 성의를 다해 본당에서 부족함이 없도록 마음을 써주었다. 주여! 배영길 사제를 축복하여 주소서, 아멘!
서석빈(바오로) 사제 서품
2010년 나의 사촌아우 서석빈(바오로)이 프란치스코 수사 신부로 대전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군종교구장 유수일(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주교님의 주례로 사제서품을 받았다. 우리 집안에서 사제가 두 번째로 탄생하는 기쁨이었다.
어려서 중앙성당에서 복사도 하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더니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성격이 원만하여 동료들에게 배려심이 많은 속 깊은 일꾼으로 알고 있다.
부산에서 1년간 보좌신부를 하고 지금은 캐나다에서 교포사목 겸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성인신부 되기를 기원해본다. 그리고 이성자(마리아) 숙모에게도 축하와 고마움을 드린다. 주여! 바오로 사제를 축복하여 주소서, 아멘!
2009년 서거한 인물들
2009년 2월 22일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님이 선종하심으로 우리 교회는 큰 어른을 잃은 아픔이 있었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교회 지도자로 사회의 원로로서 빛이 되어 주셨던 그 분 앞에 조문객과 기도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유신독재 때에 박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하신 말씀을 잊을 수 없다. “물건이 공장에 들어가면 새것으로 나오지만 사람이 공장에 들어가면 폐품으로 나온다.” 당시 노동자들의 인권을 비유한 말이다. 당신은 약자의 편에서 사랑을 보여주시고, 그들과 고통을 함께 나눈 천사였습니다.
주여!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베풀어 주소서, 아멘!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했다. 가장 서민적인 대통령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분 말씀 중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라는 말이 너무 좋았다. 그는 말대로 서민정치를 해보려고 노력해보았지만 그 길이 너무나 멀고 험했다.
대통령 직을 마치고 고향에 가서 사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는데 노무현 대통령과 부엉이 바위에는 어떻게 설명해야 되는지 나로서는 할 말이 없다. 주여! 그에게도 영원한 안식을 베풀어 주소서, 아멘!
2009년 8월 18일 한국 민주화의 대부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토마스 모어) 대통령의 서거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에게 큰 슬픔이었다. 그리고 그가 남긴 풀뿌리 민주주의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그는 소설보다 더 적극적인 죽음을 넘어선 불굴의, 정치인이요, 진정한 신앙인이기도 하다. 정적을 용서하고 모두를 품은 사랑과 용서의 사도였다. 그의 말이 생각난다. “용서는 용서를 낳고 피는 피를 낳는다.” 당신은 진정한 평화주의자였습니다.
2009년은 세 분이 하늘길을 떠나는 해였다,
주여!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베풀어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