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눈물이 앞을 가려
2000년 8월 15일! 반백년만의 만남에 남과 북이 눈물의 바다를 이루었다.
서울과 평양의 만남의 장소는 그야말로 피맺힌 절규의 눈물이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피는 사상보다 진하다. 피는 속일 수 없다. 피는 하늘이 맺어준 천륜이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산가족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한반도의 남과 북이 갈라진 그 아픔을 잘 알고 있다. 나도 이 비극의 동시대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에도 통일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왔고, 또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그러나 우리 노력만큼의 가시적인 성과는 얻지 못하였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냉소적인 시각 차이로 그동안 우리는 약소국가의 설움을 받아왔다. 따지고 보면 해방도 그렇고 남북이 갈라진 것도 그렇고 강대국들의 패권다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자주적인 힘으로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이 된 것이다.
그동안의 외교적인 성과로 강대국들의 지지도 받아냈고, 세계 각국에서의 절대적인 지지성명도 나오고 있다. 오늘의 이러한 성과를 얻기까지는 남과 북이 서로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는 한결같은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햇볕정책’이 그것이었다. 진정한 마음이 서로의 마음을 열게 한 것이다. 가장 먼저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난 것은 이번 6.15정상회담에 이은 8.15가족의 만남이다.
신문에서는 ‘역사적인 만남’, ‘피맺힌 반백년 세월’, ‘눈물의 바다’, ‘핏줄의 만남’ 등 여러 가지 제목으로 감격의, 순간을 전해주고 있다. 그렇다. 이런 만남의 기다림이 얼마나 오래되었던가? 생이별! 지척에 두고도 반백년이 넘도록 생사를 몰라 애타게 기다리던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을까?
나는 TV에서 보여주는 상봉장면을 보고 함께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긴 세월의 기다림 속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앞에 두고 절규하듯 불러보지만 말 한마디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우리는 세월을 원망할 수밖에....... 오랜만에 찾아온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 앞에서 외쳐대는 저 아들의 통곡소리를 누가 눈물 없이 볼 수 있단 말인가?
부모를 찾아 이북에서 온 한 시인은 작고한 부모 앞에서 이런 시를 올렸다.
‘아버지 어머니 제가 찾아왔습니다. 저는 오늘을 기다리면서 죽지 않고 살아 있었습니다. 저는 빌었습니다. 나는 한 해에 두 살씩 먹고 부모는 한해에 한살씩 줄여 달라 했었는데,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라며 영전 앞에서 통곡했다. 그는 마지막 말을 하지 못하고 눈물로 대신했다.
왜 우리는 이토록 아픈 상처로 살아야했는가?
지구상에 이곳 말로 이런 비극이 또 있단 말인가?
우리는 한 뿌리에서 나온 가지들이 아닌가?
한 가지가 찣기면 아픔은 나무 전체에 온다. 생가지가 찣겨 지는 아픔이다.
어떤 이산가족 상봉을 보고 남과 북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우리 교회는 새 천년 대희년을 맞으면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바쳐왔다.
“분단의 상처를 낫게 하시고 서로 용서와 화해의 은총을 내려주소서.”
주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계속해서 통일의 그날까지 기도해야겠다. 그리고 오늘 이 감격을 시로 옯겨 보았다.
아! 눈물이 앞을 가려
새 천년이 열리면서
대희년이 선포되고
이 땅에도 빛이 보였다
우리는 기도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
‘분단의 깊은 상처를 낫게 하시고
서로 용서하는 화해의 은총을 내려주소서!‘ 라고
새 천년 성모 승천 대축일에
주님은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찬미 예수닙! 찬미 예수님! 감사합니다
한강과 대동강에 오작교 다리를 놓고
8월 하늘에 은하수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
서울과 평양에 만남이 있었다
아!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반백년만의 핏줄의 만남
한 맺힌 기나긴 세월
눈물의 바다를 이루었다
통곡소라 산천을 울리고도 모자라
칠천만 가슴을 한없이 적시었다
산천은 다섯 번이나 변했는데
천륜은 변한 게 없더라
눈물도 마르지 않았더라
생이별 지척에 두고
오가는 길이 이리도 멀었단 말인가?
구름 넘고 철새 넘나들던
아! 38선이 원수더라
지나온 세월
아! 눈물이 앞을 가려
그런 님 앞에 두고
할 말을 잊었노라
너는 보았느냐?
아비를 앞에 두고
절규하는 저 사람
(중략)
나는 말하리
본디 뿌리는 하나였다고
우리는 하나다 라고
긴 이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기약 없는 이별이 아닌
통일되어 다시 만나자
손수건 흔들어 보냈노라
이제는 눈물을 거두고 통일 노래를 부르자
잘 다녀오셨습니까?
안녕히 가시라우요
주님!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