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스티커사건
우리나라는 1970년대를 시작으로 산업사회로 들어서면서 1980년대에는 실질적이고 외형적인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곳곳에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거리에 자동차가 쏟아져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은 도로상태에서 자동차가 쏟아져 나오다보니 거리의 혼잡은 말할 수가 없었다. 자동차는 자동차대로, 보행자는 보행자대로 서로가 고통이었다. 말 그대로 무질서 천국이었다. 요즘은 유료주차장도 있고, 길거리 한쪽으로 주차도 허용된 곳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1990년대만 해도 이런 시설은 전혀 없었고, 눈치껏 차를 주차해야 했었다. 단속반도 일관된 규제없이 마음대로 들쭉날쭉 제 멋 대로였다. 이런 시대에 차를 몰고 시내를 나간다는 것은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이었으며, 자동차를 주차시키기 위해서는 이리저리 한참씩을 헤매야 하는 불편함이 여간 아니었다.
하루는 주교관에 볼일이 있어 자동차를 몰고 갔다. 그런데 주교관 주차장이 만원이라 할 수없이 주교관 담벼락에 공간이 있기에 그쪽에 세워놓고 잠깐 들어갔다 나왔다. 그리고 그 날은 볼일이 많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마침 누구를 고속버스터미널까지 전송해야 할 일이 있어서 터미널 건너편 골목길에다 주차를 해놓고 손님을 전송하고 왔다.
그런데 와서 보니 내 자동차 뒷유리에 과태료 스티커가 붙어 있지 않은가? 살펴보니 그곳은 주차금지구역도 아닌 골목길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차를 살펴보았으나 스티커가 붙어 있지 않았다. 나는 화가 나서 근방에 있던 주차 단속 경찰관에게 왜 내차에 스티커를 붙였느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자기들은 오른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한 경찰관이 그러면 가서 확인을 해보자고 했다. 함께 가서 확인을 하고보니 그 딱지는 여기서 붙은 것이 아니라 아침에 주교관 옆에 주차했을 때 붙은 것이었다.
앗, 나의 실수!
경찰관에게 미안하고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잘못은 내가 해놓고 괜히 죄 없는 경찰관만 못살게 했던 것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 격이 되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날은 좀 바쁜 일이 있어서 이리저리 다니느라 뒤쪽에 스티커를 붙인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하루 종일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 것도 모자라서 경찰관에게까지 시비를 걸었던 나는 한심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다른 사람보다 매사에 침착하고 신중하다고 생각해왔던 나인데, 이런 내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뒤로는 생각한 바가 있어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불법주차 과태료 스티커를 앞 유리창에 붙이는 것을 보았다. 운전자가 바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혹시 그때 내가 따진 것이 계기가 되어서 그렇게 고쳐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실수 하는 사람은 없게 된 것이다.
지금도 시내에는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아무 곳에나 주차하는 것도 안 된다. 내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교통에 지장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주, 정차는 지정된 장소에만 하는 문화시민이 되었으면 한다.
나의 운전경력 20년에 주차위반은 딱 한번으로 끝났다. 지금도 가끔씩 속도ㄷ위반은 하고 있지만, 과속은 피하고 있다.
하루는 손님을 태우고 지리산 구경을 간 일이 있었다. 그 분과 하루를 마치고 술 한 잔씩을 하는 자리에서 선 신부님은 운전을 편하게 해주어서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며 고마워했다.
나는 운전을 할때 안전운전을 제일로 생각한다. 빨리 가는 것이 운전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손님을 편하게 모시는 것이 ‘베스트 드라이버’인 것이다.
사고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화 하는 것이 모범운전이다. 사고를 줄이는 길은 여유를 가지고 서두르지 않고 양보운전 하는 것이다. 빨리 서둘러봐야 다음 신호등에서 기다렸다 함께 가제 되지 않던가?
나는 과태료스티커 사건 이후로 매사에 덤벙대며 실수 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고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