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 좀 가르쳐 주십시오
“고생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내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 28-30)
이 성서 말씀은 예수님의 마음을 잘 나타낸 구절이라고 볼 수 있다. 세상의 무거운 짐, 세상의 모든 고통, 세상의 모든 괴로움을 당신이 지고 가시겠다고 하셨다. 당신의 멍에는 무겁고 나의 멍에는 가볍게 해주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예수님은 세상의 죄를 다 지시고, 십자가 위에서 피땀을 흘리시며, 그 흘리신 피와 땀으로 세상을 깨끗이 씻어주시고 인류를 구원해주신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을 세상을 구해주신 구세주라고 부른다.
사제는 모든 사람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고민이 있는 사람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기쁨이 있는 사람에게는 축복의 기도를...
어느 날 나는 손님 신부님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사제관 방문 앞에 이런 글이 있었다. “고민이 있는 사람은 들어와서 그 고민을 함께 이야기해봅시다. 고민이 없는 사람은 들어와서 그 비결을 가르쳐 주십시오.”
내가 그 신부에게 그 글을 써 붙인 사연을 물어보았더니, 세상사는 누구나 자기가 지고 가야할 십자가가 있는데, 모두들 자기 십자가가 제일 무겁다고 저리들 야단들이니 그 고민을 함께 대화를 나누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사제는 모든 사람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는 사람이다. 고민이 있는 사람에게는 위로와 격려를, 기쁨이 있는 사람에게는 축복의 기도를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항상 사제관 문을 열어놓고 누구나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면 주님의 도우심으로 사랑과 희망을 갖게 된다는 것이었다.
참 좋은 말씀이었다. 나도 내 개인 생활이 좀 불편하더라도 사제관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환영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잘 오셨습니다. 좋은 몫을 택하셨습니다. 편하게 생각하십시오.”라고 하며 기쁘게 맞이하여야겠다.
어느 책을 읽다가 캔 브라운의 ‘ (Footprinting)발자국’란 시를 읽고 내용이 너무 좋아, 잘 아는 내용이지만 여기에 옮겨본다.
발자국
어느 날 밤
나는 꿈을 꾸었다.
하느님과 둘이서
나란히 해변을 걷고 있었다.
모래 위에는
두 사람의 발자국이 보였다.
하나는 하느님의 것이었고
그리고 또 하나는 나의 것이었다.
한찬 가다가
뒤돌아보았더니
한 사람 발자국만 보였다.
나는 하느님께 물었다.
“하느님
둘이 걸어왔는데
왜 발자국 하나는 보이지 않습니까?“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결코 네 곁을 떠난 적이 없다
모래 위에
한 발자국이 없는 것은
네가 몹시 괴로울 때
내가 너를 업고 왔기 때문이다.“
아~멘
전통혼례를 주례하고 싶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결혼은 사사로이 하지 않고, 양가의 부모와 그리고 가까운 친척과 친지들이 모인 가운데 축하를 받으면서 공적인 예식을 올리는 것이다.
천주교 신부는 신분상 결혼 주례를 자주 서게 된다. 그런데 주례를 서면서 한 가지 아쉬운 생각이 드는 점이 있다. 신랑, 신부가 입는 예복과 예식 때문이다. 가끔 신랑 신부들이 입는 긴 드레스와 꼬리 달린 양복은 모두가 서양 옷이 아닌가. 그리고 입장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의 모든 예식도 서양식이다.
내가 어릴 때에는 시골 마당에 큰 차양을 치고 동네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신랑은 말을 타고 신부는 가마를 타고, 신랑은 사모관대를 하고 신부는 족두리를 썼는데, 그 얼굴이 그렇게 우아하고 고풍스럽고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서양 의상이 이 땅의 전통의상을 밀어내었다.
일생에 단 한번 뿐인 결혼식을 서양식으로 올린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다. 그리고 폐백이라는 의식을 통해 전통 의상을 입고 따로 예식을 한다. 한 자리에서 서양 예식과 전통예식을 하는 ㅂ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나는 가끔 이런 모습에서 왜 우리가 이렇게 주체성 없는 혼례예식을 치러야 하는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내 생각으로는 상업주의에 길들여진 우리가 무심코 그들의 상술에 아무런 비판도 없이 끌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외국에 나가 있을 때 서양 사람들의 결혼 모습도 많이 보았고, 주례도 몇 차례 해주었다. 그 사람들에게도 결혼은 축복이요, 인생에서 가장 뜻있는 날로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와 같이 그렇게 허세를 부리거나 시끄럽지는 않다. 그리고 다른 나라 풍습을 선호하지 도 않는다. 당사자의 부모와 가까운 친척과 친지들이 모여 간소하게 성직자나 판사 앞에서 선서를 하면 된다. 그리고 식이 끝나면 음식을 나누고, 여유가 있으면 가족댄스파티를 한다. 참석한 사람이라야 그리 많지도 않다.
결혼 장소도 우리와 같이 예식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성당이나 교회, 동네 공회당법원이나 때로는 자기집 뜰에서 야외결혼식을 한다. 서양영화에서 결혼식을 뜰에서 간단하게 하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참 인상적이지 않은가. 우리도 얼마 전에는 가정에서 그렇게 했었다. 나는 지금도 그런 옛날 모습의 전통혼례가 고풍스럽고 품위 있어 보인다.
나는 오늘 이 글을 통해서 분명히 말해두고 싶다. 누구든지 전통혼례를 입고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면 적극적으로 환영해 줄 것이다. 원하는 사람이 있어 우리 성당에서 전통 혼례복을 입고 식을 올린다면 주례비용은 받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내가 푸짐한 결혼선물을 할 것이다. 그런 주례를 내가 꼭 한번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결혼은 일평생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추억에 남을만한 순간이 되어야 한다. 혼잡스럽고 상업주의에 물든 결혼예식장에서의 혼례보다, 추억과 행복이 깃든 개성 있고 전통이 묻어나는 그런 결혼예식이었으면 좋겠다.
신랑, 신부 축하합니다. 행복하십시오.
그리고 이 순간에도 나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우리 성당에서 전통혼례복 입고 혼인할 사람이 있다면 환영합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용기 있는 자만이 행운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제1호 신청자에게는 별도의 특전도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