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강론을 마치고
신부생활 중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강론준비와 고해성사라고 말한다. 그렇다. 신부는 매일 미사 때도 강론을 한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주일강론이다.
나는 주일강론을 일주일 내내 준비한다. 그 주간 성서에 맞는 묵상이 떠오르면 종이에 적어둔다. 그리고 신문이나 그 주간에 시사되는 중요한 것들을 잘 기억해둔다.
금요일 저녁에는 강론 초안을 짜는데, 모자라는 부분은 성서주해서를 참고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강론집도 꼼꼼히 읽어본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에는 사람을 만나거나 외출하는 것을 삼가고 있다. 이렇게 정돈을 한 후 토요일 아침에 원고에 옮기고 나면 강론준비가 끝난다.
신부생활 10년동안 특별한 일이 아니면 이 준비만은 철저히 해왔다. 어느 본당에 가던지 나의 이러한 계획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러면 신자들은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강론 준비 때 신자들에게 시간을 빼앗긴 일이 별로 없다.
신부생활 10년동안 특별한 일이 아니면 강론준비만은 철저히
미사를 봉헌하고 나면 신자들의 반응이 여러 가지
사제는 신자들에게 희망과 기쁨 그리고 평화와 사랑을 주어야
어떤 분은 나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신부님은 강론 때 그냥 나와서 이아기 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까지 노력하시다니 감동되어 눈물이 나옵니다.”라면서 기뻐해주었다. 그래서 내가 가는 본당에서는 금요일 저녁 신부의 강론준비 시간을 빼앗지 않았다. 신자들이 배려를 해준 것이었다. 이런 배려 속에서 15년 동안은 원고를 꼭 준비했는데, 요새는 좀 나태해져서 그 전에 준비한 것에 의지할 때가 많다.
이렇게 철저히 준비를 했는데도 미사를 마치고 나면 희비를 느낄 때가 있다. 내 딴에는 정성을 다해 강론을 준비했는데도 준비한 만큼의 의사전달을 다하지 못하면 나는 말씀의 은혜가 없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성 당 앞에 서서 잘 가라는 인사를 나누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 때도 수없이 많았다.
그런데 충분한 준비는 못했지만 준비한 것보다 더 큰 표현을 했을 때는 신자들도 기뻐하고 나도 여간 흥분되는 것이 아니다. 그때는 신자들 앞에서 사제인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 겸손한 마음이 없어서 그런지 하느님 말씀보다 제 말만 하다보면 허전함을 느낄 때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미사 전에 잠깐 동안이나마 계단 밑에서 기도를 드린다. 능력이신 성령께 도움을 청해보는 것이다.
주일날의 이런 습관이 나의 생활습관이 되어 버렸다. 어떤 때는 아무생각 없이, 때로는 분심으로 보낼 때도 있다. 그러나 신자들은 내가 엄청난 기도를 하고 있다고 좋아들 한다.
하지만 나는 엄청난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부족한 사람의 입을 통해서 하느님의 말씀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내 입장을 청해보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당신께 맡기고 미사집전에 오른다. 항상 하는 일이지만 새롭고 다른 느낌을 가진다. 미사를 봉헌하고 나면 신자들의 반응이 여러 가지이다. 어떤 사람은 “신부님, 강론은혜 받았습니다.”하는 사람도 있고, 오후쯤이면 전화로 감사하다고 전해주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테이프에 녹음하여 집에서 다시 듣고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졸고 있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사람은 참 간사한 동물인가보다. 나에게는 그들의 격려 한마디가 다음 강론 준비를 하는데에 큰 힘을 주고 있다. 더 잘 준비해서 그들에게 실망을 주지 말아야겠다는 책임을 느끼게 된다. 누가 내 강론에 감명을 받았겠는가? 나도 잘 안다. 더욱 힘내서 준비하라는 격려라는 것을.
나는 생각해본다. 신부가 신자들을 공식적으로 만날 수 있는 날은 주일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일미사 때는 신자들에게 무엇인가를 들려줄 수 있는 준비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평신도들은 일주일 동안 세속에서 살다가 잠깐이나마 성전에 와서 정화되어 가고 싶어 한다. 위로받고 싶어 한다. 마음에 평화를 얻고 싶어 한다. 감사드리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의무 때문에 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떤 동기로 오던지 간에 사제는 그들에게 희망과 기쁨 그리고 평화와 사랑을 주어야 한다.
꾸지람이나 비꼬는 질책은 구시대의 훈계방법이다. 요새는 기쁘지 않으면 성당에 오지 않는다. 부담을 느껴서도 안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득하고 공동체 안에 하느님을 체험시켜야 한다.
사제가 그 일을 할 수 있을 때가 주일강론 때라고 본다. 그리고 평소에 진실하고 가식 없이 대해주어야 한다. 말을 잘하고 못하고는 문제가 아니다. 신부의 말보다는 실천으로 살아주는 힘이 가장 크다.
강론을 마치고 후회하는 날이 더 많았다. 그동안 신자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그동안 강론을 잘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주일날 미사 때 만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때도 좋은 충고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