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2월 25일 제 6공화국이 출범하기에 앞서 노태우(盧泰愚) 대통령 당선자께서 상당한 기간의 인선작업 끝에 ‘이현재(李賢宰) 총리 내각’의 조각(組閣)을 발표하셨다. 나는 보사부장관에 내정되었는데 이(李)총리와 나와의 관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것으로 듣고 있다. 내정자의 발표가 있자, 18년 4개월 만에 의사출신(醫師出身) 장관이 기용되었다 하여 의료계는 환영을 아끼지 않았다.
새 내각의 내정자는 부총리 겸 기획원장관 나웅배(羅雄培)씨, 외무부장관 최광수(崔侊洙)씨, 내무부장관 이상희(李相熙)씨, 재무부장관 사공일(司空壹), 법무부장관 정해창(丁海昌)씨, 국방부장관 오자복(吳滋福)씨, 문교부장관 김영식(金永植)씨, 체육부장관 조상호(曺相鎬)씨, 농수산부장관 윤근환(尹勤煥)씨, 상공부장관 안병화(安秉華)씨, 동자부장관 이봉서(李鳳瑞)씨, 건설부장관 최동섭(崔同燮)씨, 노동부장관 최명헌(崔明憲)씨, 교통부장관 이범준(李範俊)씨, 체신부장관 오 명(吳 明)씨, 문공부장관 정한모(鄭漢模)씨, 총무처장관 김용갑(金容甲)씨, 과기처장관 이 관(李 寬)씨, 통일원장관 이홍구(李洪九)씨, 정무 2장관 조경희(趙敬姬) 여사, 법제처장 현홍주(玄鴻柱)씨, 보훈처장 전석홍(全錫洪)씨, 그리고 보사부장관에 나였다. 내정자들은 매일 오전에 삼청동(三淸洞) 소재 금융연수원(金融硏修院) 건물에 나와서 이현재(李賢宰)총리 내정자와 환담하는 것이 일과였다.
2월 25일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되었고 제 6공화국이 출범하였다. 그 후 청와대(靑瓦臺)에서 새 내각의 각료들에게 임명장이 수여되었다.
나는 26일 오후 2시 보사부장관 취임식을 가졌다. 취임사를 특별히 준비하지 않고 평소 생각하고 있던 바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신 하였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제6공화국은 ‘민주화합(民主和合)’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데 우리들도 이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가장 가까운 길은 모든 직원이 가족관념(家族觀念)을 견지하는 것이다. 명랑한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가족관념은 그 바탕이 된다.
제6공화국이 지향하는 것의 하나가 권위주의(權威主義)의 타파(打破)이다. 이에 관하여는 장관 자신부터 솔선수범하는 것을 다짐한다.
국민의 건강과 복지에 대한 욕구는 이제는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며 기필코 이는 이루어야할 과제이다. 국력이 신장하면 신장할수록 건강과 복지에 대한 욕구는 강해진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사부는 업무의 내용과 걸맞은 위상을 갖추게 되어야 한다. 장관으로서 나는 보사부의 위상을 끌어 올리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보사부 직원들은 원래 음지(陰地)에서 일하는 것이다. 화려한 양지(陽地)에서 일하는 것과는 성질이 다르다. 노력과 수고를 많이 하는데도 그만큼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는 힘들다.
보사부가 안고 있는 과제는 수없이 많은데 농어촌 의료보험(農漁村 醫療保險) 문제, 의약분업(醫藥分業) 문제, 침구사 문제, 안마사 문제 등 어느 하나도 건물을 짓듯이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차분하게 문제나 과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나 자신도 연구하며 공부하면서 여러분과 함께 풀어 나가겠다.
보건과 복지를 다루는데 있어서 기적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꾸준한 노력과 상호간의 협조가 해결책이다. 한편으로는 국민이 원하는 것, 각종 단체나 모임이 바라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보사부(保社部)는 언제나 건강(健康)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다루는 보사부가 건강치 못하다면 어느 국민이 우리들을 따라오겠는가.
장관에 취임한 후 나는 환경청 차장이던 이두호(李斗頀) 박사를 차관에 추천하였다. 이(李)차관은 보사행정가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분이며, 학자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李)박사는 그 당시 그에 걸맞게 일을 하고 있지는 못했던 것으로 듣고 있었다. 차관으로 취임한 이(李)박사는 혼신의 노력을 다하여 그의 실력을 발휘하였다.
이(李)박사는 관직에서 물러난 후 한림대학(翰林大學) 한림과학원(翰林科學院) 교수로서 또한 연구실장으로서 후진양성과 저술활동에 몸 바치고 있다. 윤성태(尹成泰) 기획관리실장(企劃管理室長)은 보사(保社)관료로서의 실력을 여지없이 발휘하였으며, 이어서 보사부차관(保社部次官), 총리실(總理室) 행정조정실장(行政調整室長)으로 발탁되어 많은 업적을 쌓아 올린 후 현재 의료보험(醫療保險) 연합회장(聯合會長)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