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사건(事件) (108회)
  제13장 보사부장관 시절

보사부장관(保社部長官)에 취임하자마자 농약(農藥)에 오염된 콩나물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성장촉진제(成長促進劑)인 ‘인돌비’의 사용이 문제된 것이다. 많은 사람이 즐겨 먹는 콩나물인지라 화젯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보사부(保社部)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비난이 빗발쳤다. 식품관리(食品管理)가 보사부(保社部)의 소관(所管)이고 보니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깊이 생각해 보면 농약(農藥)은 콩나물재배 과정에서 사용되는 것이며, 따라서 농수산부(農水産部)에 그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과거에도 이 문제는 심심치 않게 등장했던 모양이다. 보사부(保社部)와 농수산부(農水産部) 사이에서 갈등의 요인으로까지 등장했다는 설명도 들었다.

급기야 총리실(總理室)에서 유권(有權)해석을 내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 해석에 따르면 콩나물이 재배되기까지는 농수산부(農水産部)가, 그 후는 보사부(保社部)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비난은 농수산부(農水産部)로 가야하는데 언론에서는 무자비할 정도로 보사부(保社部)를 때렸다. 관계 국장을 비롯한 여러 간부들과도 협의하였다. 억울하다는 견해들이다. 일반 국민이나 언론은 정부를 상대로 하는 것이니 책임부서(責任部署)가 어디라는 것 가지고는 변명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견해였다.

사실상 어느 부(部)의 소관이니 우리 부(部)는 관계없다는 식으로는 설득력(說得力)이 없다. 우리 부(部)도 정부(政府)의 일부이니 남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깨끗하게 맞아주고 선후책(先後策)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였다.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科學技術團體總聯合會)에서 이 관(李 寬) 과학기술처장관(科學技術處長官)의 취임(就任)을 축하하는 오찬회를 마련하였다. 나는 동 연합회(聯合會)의 고문(顧問) 자격으로 참석하였다. 대원로(大元老)이신 최규남(崔奎南) 선생을 뵙고 인사를 올렸더니 서울대학교(大學校) 총장을 지낸 사람이 겨우 콩나물과 씨름하고 있느냐고 하신다. 좌중(座中)의 사람들이 대소(大笑)하였으며 나도 웃었다.
 
콩나물에 이어 가짜 참기름 사건이 튀어 나왔고 계속해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꼬리를 이었다. 불량식품(不良食品)이 집단 살인행위를 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며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는데 대하여는 이견(異見)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식품업자(食品業者) 대부분이 영세하고 보니 이에 따르는 애로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 (동아일보 1988. 6.22.)

1988년 현재로 전국의 식품제조가공업체(食品製造加工業體)가 1만 7천여 개였는데, 이 중 80%가 종업원 10인 미만의 업소로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대기업(大企業)에서는 자신들이 참여해야만 부정식품(不正食品)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역설(力說)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그렇게만 할 수도 없다는 것이 우리들의 상식이다. 아마도 이러한 종류의 고충이나 고민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어쨌든 농약(農藥) 콩나물 사건을 계기로 강력한 지도와 단속을 통해 부정식품(不正食品)을 근절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일반적으로 부정식품(不正食品)의 유형(類型)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무허가식품(無許可食品)과 유해식품(有害食品)이 그 내용이다. 전자에 있어서는 어묵, 두부, 참기름 등이 주요품목이며, 후자에 있어서는 농약 콩나물, 색소를 첨가한 생선류, 빙과류(氷菓類), 표백제를 사용한 도라지, 비위생시설에서 제조된 식용유지(食用油脂)등이 문제되었다.

부정식품(不正食品)에 대한 법적조치(法的措置)가 오래 전부터 취해져 온 것이 사실이다. 1962년 1월에는 식품위생법(食品衛生法)이 제정되었고 69년 8월에는 보건범죄단속(保健犯罪團束)에 관한 특별조치법(特別措置法)이 제정(制定)되었던 것이다. 또한 86년 5월에는 식품위생법(食品衛生法)이 개정되어 위법행위자(違法行爲者)에 대한 벌칙이 강화된 바 있었다. 한편으로는 유관(有關) 단체에 자율지도권(自律指導權)이 부여되어 행정관서의 지도권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자율지도권을 활용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부정식품(不正食品)문제는 점점 그 심각성을 더해 갔고 나의 보사부장관(保社部長官)시절에는 사회분위기의 변화도 있고 하여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부각되었다. 올림픽을 앞에 놓고 있는 사실도 고려해야 했다.

국민들의 일상 식탁(食卓)에 가장 많이 오르는 식품을 중점단속(重點團束)대상으로 하여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범국민적인 부정식품(不正食品) 추방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위법자에 대하여는 엄벌에 처함으로써 부정식품을 근절하여 국민들의 안전한 식생활에 기여한다는 데에 기본방향을 두고 대책을 마련하였다.

우선 콩나물, 두부, 생선, 기름, 어묵, 빙과류, 장류 등 국민 다소비(多消費) 식품을 중점 단속대상으로 하였고, 시장, 슈퍼마켓, 학교 주변지역 등을 중점 감시토록 하였다.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부정식품전담(不正食品專擔) 특별기동감시반을 편성하여 식품의 원료구입, 제조과정 및 유통에 이르기까지 계통감시(系統監視)를 하도록 하였다.

어느 분야에서나 그렇지만 사람이 문제였다. 즉 위생감시원이 수와 자질이 문제였다. 연차적 증원계획과 더불어 일용잡급직을 지방별정직으로 양성화하는 계획에 대하여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일이 회상된다.

그러나 제아무리 훌륭한 대책이 있다고 해도 그 집행이 말과 같이 쉽지는 않으며 현실적으로 부정식품(不正食品)을 근절시키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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