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6월 25일 장관직을 물러날 때까지 1년2개월 동안 환경행정을 맡아 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귀중한 경험을 많이 얻었다. 이 기간에 이룩한 몇 가지를 적어본다.
1. 환경보전(環境保全) 중기 종합계획 확정시행
우리나라의 환경변화 요인을 기초로 하여 환경개선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사업을 제시한 것으로 92~96 계획기간 중 총 12조 2천억 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2. 팔당호(八堂湖) 골재채취 백지화
수도권 1천 5백만 주민의 식수원(食水源)을 보호하기 위하여 89년 5월부터 논의되어 왔던 팔당호에서의 골재채취 행위 불허방침을 확정하였다.
3.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내실화
91년 7월 1일부터 주민 의견수렴 제도를 시행하였으며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체계화하여 그 효율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환경영향 평가법 제정을 추진토록 하였다.
4. 국민환경지표(指標) 기발
국민이 알기 쉽게 대기오염 상태를 5단계로 구분하고 91년 7월 31일부터 광화문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하여 발표하였다.
5. 환경보전 시범사업 추진
91년 11월 19일에 시범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하였고 92년부터 94년까지를 사업추진 기간으로 하였다. 상수원 상류지역인 용인군(龍仁郡)과 도시 공단 혼재지역 포항시(浦項市)를 선정하여 각 부문별 환경보전대책을 지역 특성에 맞도록 종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지역단위의 종합환경관리 체계를 구축토록 하였다.
6. 수도권 해안 매립지 준공
수도권 해안 매립지 총 630만평 중 123만평의 제1공구가 91년 11월 20일 준공되어 정원식(鄭元植) 국무총리, 이해원(李海元) 서울특별시장, 심재홍(沈在鴻) 인천시장, 이재창(李在昌) 경기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거행되었다.
7. 수질 영향권별 환경관리시책 시행
권역별로 효율적이고 종합적인 수질보전대책을 추진토록 하기 위하여 전국 수계(水系)를 4개 대권역(大圈域), 11개 중권역(中圈域)으로 나누어 91년 11월 16일에 고시하였고 그 추진 주체로서 환경관리 위원회를 조직 구성하였는데, 중권역 환경관리위원회(11개 권역)는 91년 9월 6일에, 대권역 환경관리위원회(4대 수계)는 92년 2월 1일 구성되었다.
8. 자연환경보전 종합대책 수립
자연환경의 종합적 체계적 관리를 위한 자연환경보전법(自然環境保全法)을 91년 12월 31일 법률 제4492호로 제정 · 공포하였다.
9. 환경개선 비용 부담제 실시
환경개선 비용 부담법을 91년 12월 31일 법률 제 4493호로 제정·공포하였다.
10. 폐기물 회수 처리비 예치제(預置制) 시행
폐기물의 근원적인 감량화(減量化)를 유도하고, 폐기물 관리기금을 조성하여 폐기물 재활용 사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92년 1월 1일부터 시행하였다. 당시 예치금 대상 품목은 7개 품목 17종이었다.
11. 환경마크제도 실시
소비자에게 환경보전형 상품 소비를 권장하고 기업체에게는 환경보전형 상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91년 6월 1일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하였다.
12. 지도단속권 일원화 추진
배출업소에 대한 지도 단속권을 92년 7월 1일부터 시 · 도로 일원화하도록 하였다.
13. 환경기술개발 본격 추진
92년 5월 22일에 환경과학기술 개발 10개년 계획을 발표하였다. 환경기술개발 22개 핵심 과제를 확정하고 92년부터 2001년까지 총 8,155억 원을 투입하여 선진 7개국 수준의 환경과학기술을 확보하려는 내용이다.
14. 환경기술개발원 설립 추진
환경분야의 기술개발을 종합적으로 기획 · 조정하고 환경과학기술의 소프트웨어분야 연구 개발을 담당할 목적으로 환경기술 개발원의 신설을 추진하였다. 92년 9월에는 재단법인으로 출발하여 94년 1월에는 정식으로 출연연구기관으로 되도록 하였다. 국가과학기술회의(國家科學技術會議)에서도 건의하였고 대통령의 재가도 받은바 있다.
15. 국가 환경선언 공포
쾌적한 환경에 대한 비전 제시와 헌법 제35조에서 규정된 환경권(環境權) 구현을 위한 국가의 강력한 정책의지로서 환경보전을 위한 국가선언문을 92년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 20주년 기념식에서 공포하였다. 이 선언문은 그동안 2년여에 걸쳐서 준비되었으며, 정의채(鄭義采) 신부를 제정위원장으로 하고 한갑수(韓甲洙)(국문학자), 이한빈(李漢彬), 노재식(盧在植)씨 등 명사들이 참여했다. 기념식은 세종문호회관에서 4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서 진행되었으며 우리의 의지를 국내외에 천명하였다.
1년 2개월 동안에 그래도 환경행정의 바탕은 마련되었다고 자위한다. 환경행정은 앞으로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러나 환경문제의 해결이 없이는 국제사회에서 존재를 과시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장관 취임 때 함께 차관으로 취임한 한갑수(韓甲洙)씨는 대단히 훌륭한 분이었다. 국회의원 경력도 있는 한(韓)차관은 정치적 역량과 행정직 능력을 겸비한 정치학자이자 경제전문가였다. 6개월 동안 고락을 함께 하는 동안에 나에게 언제나 지혜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깍듯이 선 · 후배의 예의를 지켰다. 그는 경제기획원 차관으로 전출하였는데 그 후에도 환경처에 대하여 각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韓)차관은 관직에서 물러난 후 자신이 만든 산업경제연구원을 운영하면서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한(韓)차관의 뒤를 이어 이 진(李 進)씨가 차관으로 임명되었다. 이(李)차관 역시 국회의원경력이 있는데다가 행정력도 대단하였다. 이(李)차관은 노(盧)대통령 취임 준비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하였고 6공 출범 후에는 이현재(李賢宰) 총리와 강영훈(姜永勳) 총리의 비서실장으로 다년 간 일한 분이어서 나에게는 과분한 차관이었지만 우리 두 사람은 참으로 재미있게 환경행정을 이끌어 왔다.
내가 장관직에서 물러나자 이(李)차관도 관직에서 떠났다. 그 후 이(李)차관은 일본의 국립환경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정력적인 연구생활을 하고 얼마 전에 귀국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