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두 협약에 대하여 우리나라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수개월 후에 서명한다는 것이 당초의 구상이었다. 약 3~40개국이 서명할 것으로 내다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사정이 달라졌다. 순식간에 많은 나라의 대표들이 서명했다. 전자에 대해서는 156개국이, 후자에 대해서는 154개국이 서명하였다. 우리나라 대표들은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서명키로 하고 끝으로 두 번째의 순으로 정(鄭)총리가 서명하였다.
미국은 생물다양성보전협약(生物多樣性保全協約)에 대하여 끝까지 서명하지 않았다. 서명을 했다고 하여 협약이 발표되는 것은 아니며, 기후변화의 경우에는 비준서를 UN에 기탁한 나라의 수가 50개국이 되면 그때부터 90일 후에 발효하게 되어 있고, 생물다양성의 경우에는 30개국이 비준서를 기탁한 후 90일 후에 발효하게 되어 있다. 나라마다 국내절차를 밟아야 되는 관계로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Rio회의는 환경과 개발의 조화를 다루기 위한 회의였으며 지구정상회의(地球頂上會議)(Earth Summit)라고도 불리었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의견차가 크기도 했고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의견도 있었지만 역시 큰 성과를 얻으면서 막을 내렸다. 나라마다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나 환영받을 수 있는 결론이 나올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2년 반 동안에 4차례의 준비회의가 열렸고 각국 대표들은 철야로 토의를 거듭하여 그래도 타협점을 이끌어 내곤하였다. 준비회의는 나이로비에서 한 차례, 제네바에서 두 차례, 그리고 뉴욕에서 한 차례 있었으며, 대개 4주일에서 6주일에 걸쳐서 개최되었던 것이니 상당한 준비를 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부처별로 대표들이 참석했었다.
이 회의에서 각국이 가장 관심을 쏟은 항목은 재정(財政)과 기술이전(技術移轉)이었다. 선진국들이 지구환경을 망쳐놓은 것이니 무조건 보상하고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것이 개도국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선진국이 그렇게 만만치는 않았다. 별도 기금문제는 사라졌고 현재 실시 중에 있는 공적개발원조(公的開發援助)(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타결되었다. 현재 선진국에서 GNP의 0.35%, 즉 연간 750억불을 내고 있는데 이것을 2000년까지 0.7%, 즉 1,250억불로 늘린다는 내용인데 선진국의 반대로 시한을 설정하지 않고 될 수 있는 대로 빠른 시일 내에 증가시킨다는 것으로 타결을 지었다.
ODA와 더불어 지구환경기금(地球環境基金)(Global Environmental Fund, GEF)제도가 있는데 이것은 선진국이 거출한 기금으로서 세계은행 등이 가지고 있다. 약 15억불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개도국에서도 그 운영에 참여한다는 주장이 강하였다. 결국 개도국의 주장이 수용되었다. 재정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였다. 기술이전분야에서는 앞서 적은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나름대로의 주장을 관철시켰다.
UNCED 회의의 후속조치(後續措置)가 중요하다는데 관하여는 사족을 붙일 필요가 없었다. 선진국이나 개도국이나 ESSD 개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다 함께 인식을 같이 하였고, 모든 나라가 이 개념을 조기에 수용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우리나라도 물론 예외가 아니었다. 국내환경정책에 있어서도 그 개념이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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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식 국무총리와 필자가 브라질 리오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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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의에서 돌아온 후 여러 단체나 모임에서 향후대책에 관하여 보고를 하였다. 6월 25일 환경처장관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1주일 동안 매일 두서너 번 모임에 나갔었는데 그 후에도 당분간은 일정이 바빴다. 나의 의견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첫째, 개발정책(開發政策)에서 환경보전책이 우선되어야 하며 사전협의제가 필요하다.
둘째, 환경오염 예방행정(豫防行政)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환경영향평가제도의 내실화가 요구되며, 환경규제 기준의 선진화와 더불어 환경기초시설의 확충이 요망된다. 환경영향평가제도에 있어서는 독립법(獨立法)으로서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었다.
셋째, 환경과학기술(環境科學技術)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UNCED 회의에 가기 전에 나는 환경과학기술 개발 10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었다. 2001년까지 8,155억 원을 투입하여 환경과학기술을 개발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환경기술개발원의 설치는 이미 결정되었고 실현단계에 있었다.
넷째, 산업구조가 재편(再編)되어야 하며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국토이용계획에 있어서도 환경보전이 더 한층 고려되어야 한다.
다섯째, 환경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관계법률의 제정이 추진되고 금융지원이나 조세감면 등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여섯째, 새로운 국제 환경질서(環境秩序)에 대응하기 위한 체제의 수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정보수집체계가 확립되어야 하고 환경협상 전문가의 양성이 시급하다.
일곱째, 소비절약형 사회의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여기에는 정부 · 기업 · 국민 모두의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여덟째, 폐기물의 감량화(減量化) · 적정처리 및 재활용이 반드시 실천되어야 한다. 3R(reduce, recycle, reuse) 운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분리수거제도가 정착되고 과대포장 금지운동이 전개되며 재생산업(再生産業)의 발전, 재생품 시장의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unstainable development의 대표적 예인 일회용 상품의 생산이나 사용이 억제될 필요가 있다.
아홉째, 홍보와 교육은 언제나 역점사업이다. 또한 학교교육을 비롯한 각종 교육은 항시 실시되어야 한다. 환경단체에 대한 지원이 강구되어야 하고 환경가꾸기 운동이 꾸준하게 실시되어야 한다.
열째, 오염 원인자 부담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기업에서는 배출된 오염물을 처리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기업의 방지시설은 사회간접자본으로 간주되고 생산공정의 부분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열한째, 지역 및 국가 간 환경협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동북아지역의 환경협력이 강구되어 중국으로부터의 오염피해 등을 막아야 한다. 또한 비무장지대에 대한 생태계조사가 합동으로 실시되는 것도 바람직하다.
열두째, 범정부적 대책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 이 과제는 회의 직후에 이미 성안된 바 있다.
끝으로, 환경외교(環境外交)는 다각적인 측면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어쨌든 UNCED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과제를 남겼다.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Green Round는 피하지 못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UNCED 회의 전보다 후의 일들이 더 걱정이 된다. UN에서 Rio선언에 대한 각국의 이행실태를 감시할 목적으로 UN 특수개발위원회(特殊開發委員會)(Committee on Sustainable Development, CSD)를 93년 2월에 발족시켰으며, 이 회에서 우리나라는 53개 이사국의 하나로 선출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