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 있어서는 엘리트에 대한 관심이 크고 어느 나라나 이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요사이 엘리트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음에 엘리트에 관한 촌견(寸見)을 몇 가지 적어본다.
① ‘엘리트’의 개념
‘엘리트’의 개념에 관하여는 많은 학자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제시하여 왔다. 16세기에는 이 용어를 ‘선택’이라는 뜻으로 사용하였고 17세기에 가서는 품질(品質)이 우수한 상품이란 뜻으로 해석되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의하면 1823년에 이 용어가 처음으로 사용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어쨌든 이 용어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이후이며 1930년대에는 영국과 미국에서 ‘엘리트’의 사회학적 이론(社會學的 理論)이 나타나게 되었다.
한 사회가 탁월한 능력을 가진 개인으로 구성되는 집단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고는 이미 플라톤의 사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하나님이 선택한 백성이라는 종교적인 뜻으로서의 ‘엘리트’란 말이 사회이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학자들이 ‘엘리트’의 개념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Vilfredo Pareto와 Gaetano Mosca의 견해이다. Pareto는 ‘엘리트’의 개념을 두 가지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다. 그 하나는 인간활동의 모든 분야를 점수로써 평가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최고의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계층을 ‘엘리트’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소위 통치(統治)‘엘리트’의 초보적인 개념을 설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Pareto 자신이 이에 만족치 않고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두 번째의 고찰을 하고 있다. 즉 ‘엘리트’를 통치 ‘엘리트’와 비통치 ‘엘리트’로 구분하는 것이다. 전자는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정치적 지배에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이고 후자는 그 외의 나머지 모든 ‘엘리트’로 구성된 ‘엘리트’를 말한다.
Mosca는 ‘엘리트’와 대중과의 관계에 대하여 비상한 관심을 표시하였다. 즉 다수에 대한 소수의 지배를 지적하고 있는데 비조직적인 다수를 따르게 하기 위해서는 조직화된 소수가 지배할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지배계층인 소수는 그들이 소속하고 있는 사회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든가, 아니면 특수한 능력의 소유자이어야 하는 것이다.
모스카와 팔레토의 소위 정치‘엘리트’는 여러 후학들에 의해서 비판되기도 하였고 보완(補完)되기도 하였다. 사실상 ‘엘리트’에 관한 연구는 여러 측면에서 이루어져왔고 논쟁이 분분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런 만큼 많은 이견(異見)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엘리트’를 사회 각 분야에서 지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기능적이고 전문적인 집단이라고 평범한 정의를 내리고자 한다.
② 집단(集團)의 발전과 ‘엘리트’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엘리트’의 개념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그 구분에 있어서도 다각적인 모색이 요구된다. ‘엘리트’의 존재가 정치나 권력분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다양성(多樣性)이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 될 수 있다.
팔레토의 제자엿던 칼라빈스카(Marie Kalabinska)는 ‘엘리트’의 집단을 부호, 귀족, 군벌, 승려의 네 가지로 구분하기도 했지만 현대사회의 관점에서는 제약된 관찰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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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덴마크 학술원에서 / 가운데 쉐렌젠 회장, 바크 사무총장, 이원호 주 덴마크 대사 (1996. 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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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20세기는 정치사회의 커다란 변혁기라고 생각되고 있는데 20세기에 들어와서 막중한 기능을 발휘했던 ‘엘리트’집단으로는 지식인, 기업경영자, 고위관리의 세 가지라고 말해지고 있다. 이들 집단(集團)이 과거의 지배계층이 담당했던 기능을 맡았고 새로운 형태의 사회를 이룩하는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들이 사회변화에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가에 관하여는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하며 또한 이들 상호간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이들의 역할이 20세기의 사회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물론 국가에 따라서 각기 그 나름의 특색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또 그 주변사정은 잘 알려져 있는 터이다. 가령 일본을 예로 든다면 정책적으로 가장 역점을 두었던 것이 관료기구(官僚機構)의 근대화였다. 19세기 말엽 소위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의 일본의 근대화과정의 특색은 관료기구의 근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위지도층에서는 파벌질서가 엄격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전국의 각계각층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등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중요하다는 데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오늘날,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중요시하고 있는 것은 모든 나라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이며 관료사회나 대기업에서 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오늘날과 같이 여러 집단이 복잡하게 연계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각 집단의 ‘엘리트’가 크게 부각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 경제, 사회, 군사, 문화, 교육, 과학 등 모든 분야와 집단이 ‘엘리트’에 의해서 발전되는 것이며 이들이 종합되어 국가의 발전이 이룩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모든 집단이 ‘엘리트’에 의해서 발전한다는 표현이 자칫하면 비민주적(非民主的)인 것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 고찰해 보면 결코 그렇지 않음을 이해할 수 있다. 집단마다 각각 특수성과 다양성이 있는 까닭에 모든 집단의 발전을 같은 기준에서 관찰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점이 있다. 예컨대 과학집단(科學集團)과 문화집단(文化集團)에 대해서는 접근방법이 다를 수 있으며 군(軍)에 있어서는 더욱 특수성이 두드러진다. 이들 집단의 발전을 선도하는 ‘엘리트’의 역할에 있어서 상이점이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군(軍)에 있어서는 다른 어느 경우보다도 명령질서가 확립되어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며 그만큼 발전 속도가 빠를 수 있는 것이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