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으로는, 정창수(鄭昌洙), 현인섭(玄寅燮), 김봉한(金鳳漢), 류 준(柳 俊), 이세규(李世珪), 최응석(崔應錫), 이윤응(李潤應), 황주봉(黃朱鳳), 이정복(李正馥), 문인주(文仁柱), 최완택(崔完澤), 김자중(金子重), 김응윤(金應允), 한기택(韓基澤), 이종진(李鐘軫) 선생 등이 대학을 떠나기도 하였다. 새 교수진은 다음과 같았다.
해부학 교수에 나세진(羅世振)·정일천(鄭一千), 부교수에 이명복(李明馥), 생리학 교수에 이갑수(李甲洙)·이종윤(李鐘綸), 조교수에 남기용(南基鏞)․김 철(金 喆), 강사에 이종환(李鐘晥), 생화학 교수에 이기영(李基寧), 부교수에 이근배(李根培), 의사학 교수에 김두종(金斗鐘), 조교수에 최한인(崔漢因), 강사에 민남식(閔南植), 병리학 제1강좌 교수에 이제구(李濟九), 조교수에 주성순(朱星淳), 강사에 남창춘(南昌春), 제2강좌 교수에 윤일선(尹日善), 조교수에 박우균(朴雨均), 강사에 홍석재(洪錫宰), 약리학 교수에 오진섭(吳鎭燮), 미생물학 교수에 허 규(許 逵), 조교수에 박진영(朴鎭泳), 강사에 나순영(羅順榮), 예방의학 교수에 최희영(崔羲盈)․심상황(沈相煌), 강사에 김인달(金仁達), 제1내과 부교수에 김경식(金敬植), 강사에 이종두(李鐘斗), 제2내과 교수에 김동익(金東益), 부교수에 한심석(韓沁錫), 조교수에 송호성(宋浩星), 강사에 김응진(金應振), 제3내과 교수에 이돈희(李敦熙), 강사에 김문진(金汶鎭) ․ 박창호(朴昌浩), 제4내과 교수에 장 경(張 慶), 부교수에 강승호(姜承鎬), 조교수에 정언모(鄭彦模), 강사에 임정순(任正淳), 전염병과 부교수에 전종휘(全鐘暉), 강사에 노병호(魯炳鎬), 제1외과 교수에 이재복(李在馥), 조교수에 오명수(吳明洙), 제2외과 교수에 김시창(金時昌), 부교수에 전성관(全聖寬), 조교수에 한격부(韓格富), 강사에 한문식(韓文植), 제3외과 교수에 백인제(白麟濟), 부교수에 김자훈(金子勳), 조교수에 김덕호(金德鎬), 정형외과 교수에 김장성(金將星), 조교수에 박병수(朴炳洙), 소아과 교수에 이선근(李先根), 부교수에 이동소(李東泝)․이국주(李國柱), 조교수에 류기훈(柳基薰)․최한웅(崔漢雄), 제1산부인과 교수에 김석환(金錫煥), 조교수에 이길호(李吉鎬), 강사에 이수종(李壽鍾), 제2산부인과 교수에 윤치왕(尹致旺)․윤태권(尹泰權), 부교수에 민석규(閔碩圭), 조교수에 신근수(申謹洙), 강사에 김희달(金喜達), 정신신경과 교수에 명주완(明柱完), 조교수에 임문빈(任文彬), 피부과 교수에 오완석(吳完錫), 부교수에 강의원(姜義遠), 조교수에 이 준(李 晙), 비뇨기과 교수에 최재위(崔在緯), 강사에 주근원(朱槿源) ․ 박동일(朴東一), 안과 교수에 윤봉헌(尹鳳憲), 조교수에 공인호(孔寅浩), 강사에 윤원식(尹源植) ․ 이필웅(李弼雄), 한천석(韓天錫), 이비인후과 교수에 박영돈(朴永敦), 조교수에 이병숙(李炳肅) ․ 우형직(禹炯稷), 방사선과 교수에 이부현(李富鉉)․조중삼(趙重參) 선생 등이었다.
일부 교수가 사퇴하기는 하였지만, 경의전(京醫專) 교수진이 대거 합류하여 교수진은 크게 보강되었다. 한편으로는, 4년제의 경의전(京醫專)계 학생과 6년제의 경성대(京城大)계 학생을 획일적으로 취급할 수가 없어서 경의전(京醫專)계를 전문부(專門部)라고 호칭하고 이들에게 2년간 연장수업을 받게 하여 같은 학사학위를 수여하는 특별부(特別部)제가 실시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차별대우에 항의하여 의전계 학생들은 47년 7월 2일 총퇴학을 결의하는가 하면 8월 24일에는 의전계 교수 50명이 사직을 선언하는 등 다시 소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양 계열 교수들의 극적인 타협으로 8월 29일에는 교내분규가 일단락되었다. 우리 학우들은 8월 30일, 서울의대 제 1회 졸업생으로 졸업하였는데, 졸업식도 제대로 갖지 못했던 것은 불행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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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대안파동에 대한 경향신문의 기사 (1947. 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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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중에는 현재도 잊히지 않는 일화를 남기신 분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는 명주완(明柱完) 선생을 들 수 있는데, 그의 명강의는 우리들을 사로잡았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값진 교훈을 남겨 주시기도 하였다. (「명주완 선생(明柱完 先生)」참조).
해방 후 의학용어가 독일어에서 영어로 바뀌어 처음에는 상당히 곤혹을 치렀다. 교수의 입장에서도 이 사정은 같았다 영어를 사용한 교수로서는 기초에서 허 규(許 逵) 선생, 임상에서 김동익(金東益) 선생을 들 수 있다. 나는 임상학년이어서 기초의학 강의를 들을 기회가 없었지만, 허(許)선생의 강의는 일부러 찾아가서 방청하기도 하였다.
내과의 최응석(崔應錫) 교수는 별다른 분이었다. 동경대(東京大) 출신인 최(崔)교수는 유학 시절부터 좌익운동을 해왔다고 들었다. 우리들에게는 며칠간의 강의를 함께 묶어서 하루 종일 강의를 하는 등 괴이한 행위를 하였다. 아마도 며칠 간 있어야 할 강의를 하루에 해버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좌익운동에 골몰했는지도 모른다. 후에 월북했으나, 별로 신통치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아과의 이병남(李炳南) 교수는 강의 때마다 공산주의는 뱀같은 것이니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그 후 얼마 안 되서 월북하여 북한의 보건부장(保健部長)이 되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는 학생 시절 때 예방의학교실에 출입하였다. 물론, 정식 교실원은 아니었지만 준교실원과 같은 대접을 받았다. 하는 일은 교수님들 심부름 정도였다. 박찬무(朴贊武) 형은 학생 때부터 산부인과에 출입했는데, 하루는 유명한 미인 가수가 입원했으니 함께 가보자고 권유하였다. 가운을 입고 의사 행세를 하였다. 그런데 이길호(李吉鎬) 조교수에게 들키고 말았다. 학생들이 왜 이런 짓을 하느냐고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다.
졸업을 앞두고 사은회(謝恩會)를 열어 은사들을 모셨다. 지금은 정확하게 생각이 나지 않지만, 을지로입구 한전(韓電) 본사 근처에 있는 지하층 식당이었던 것 같다. 은사들은 빠짐없이 나오셔서 우리들을 격려해 주셨다. 앞으로의 계획에 관하여 각자가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내 차례가 왔다. 나는 서슴없이 최희영(崔羲盈)을 하겠노라고 하였다. 모두들 폭소하였다. 그날따라 최(崔)교수는 몹시 기분이 좋으신 것 같았다.
졸업한 다음 해에 속칭 ‘5교수 사건’이라는 것이 터졌다. 명주완(明柱完), 최재위(崔在緯), 나세진(羅世振), 허 규(許 逵), 최희영(崔羲盈) 등 5교수가 사상적으로 불온하고 대학행정을 정면으로 반대한다고 하여 당국이 이들 5교수를 사퇴시키려고 하였다. 어디에서 나온 소문인지 몰랐지만, 국대안(國大案) 파동(波動)의 여파라고 생각되는 면이 많았다. 학내에서는 사상적으로 불온하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사퇴시킬 이유가 없다고 당국과 맞섰다.
그러나 당국은 끝내 행정적 조치로서 교수들을 사퇴시키고 말았다. 나중에 당국도 5교수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퇴직조치를 풀어주었다. 명주완(明柱完), 나세진(羅世振) 선생은 복귀하셨지만 최희영(崔羲盈), 허 규(許 逵),최재위(崔在緯) 선생은 복귀를 거부하셨다.
학생 시절에 학급대표나 학생회장직을 맡아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선배나 교수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크게 도움이 된 일도 많다. 졸업 후 교수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는데도 이런 경험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의 삶에 귀중하게 작용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