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김정진(金楨鎭), 김교명(金敎命), 이상일(李相一), 김동섭(金東燮) 형과 나는 농부로 가장하기도 하고, 다락방에 숨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지혜를 써가면서 피신하다가 해방을 맞이했다.
어떻게 하여 이 사건이 일경에게 발각되었는가에 대한 것도 큰 관심거리였다. 경망해 보였던 고려재건당(高麗再建黨) 당원이 검거되고 이에 관여했던 신백우(申百雨) 형이 당주동(唐珠洞) 자택에서 체포되었다. 신(申)형은 연행되면서 집안 아이를 시켜 댁 근처에서 살고 있었던 조원희(趙元熙) 형에게 알리고 조(趙)형을 통해 체포사실을 김정진(金楨鎭) 형에게 알린 것이라고 한다.
신(申)형은 고려재건당(高麗再建黨)과 더불어 대한협동당(大韓協働黨)에도 관여하고 있었던 관계로 전모가 드러났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 사건이 발각되자 일경은 한국인 학생들에게 더욱 악랄하게 하였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박찬무(朴贊武) 형이 연행되어 고문을 당하기도 하였다. 이상일(李相一) 형 댁을 찾아간 이성수(李聖洙) 형도 망보고 있던 형사들에게 연행되어 역시 봉변을 당했다.
성북동(城北洞) 김정진(金楨鎭) 형 댁은 독립투사의 아지트로 취급받았던 것 같다. 한때는 헌병대가 댁을 둘러싸기도 하였고, 전기한 이세(伊勢), 시바타(紫田) 등 형사는 수개월 동안 이 댁에 머무르면서 망을 보았다 한다.
1977년 7월에 우리들 대한협동당(大韓協働黨) 관련자 11명은 다음과 같은 청원서(請願書)를 원호처에 제출하였다. 그 때 동기생 6명이 확인서(確認書)도 제출하였다. 그러나 심사 기준에 미흡하다 하여 우리들의 청원은 허사로 돌아갔다.
청 원 서 ( 請 願 書 )
광복절(光復節)을 앞에 두고 조국광복(祖國光復)에 몸을 바치신 애국선열(愛國先烈)들의 유덕(遺德)을 사모(思慕)하면서 , 삼가 독립유공자(獨立有功子) 심사위원장(審査委員長) 및 위원(委員) 제위(諸位)의 노고(勞苦)에 대해서 심심(深甚)한 사의(謝意)와 경의(敬意)를 올립니다.
일제(日帝)의 강점하(强占下)에서 우리 조국(祖國)과 겨레가 겪어야 했던 참상(慘狀)에 대(對)해서는 더 설명(說明)할 나위가 없습니다. 특(特)히 일제말기(日帝末期)의 발악상(發惡相)은 식자(識者)들이 주지(周知)하고 있는 바입니다. 단말마적(斷末魔的)인 일제(日帝)의 박해(迫害)에도 불구(不拘)하고 당시(當時) 경성제국대학(京城帝國大學) 학생(學生)이었던 본인(本人) 등(等) 11인(人) ((김정진(金楨鎭), 임광세(林光世), 권이혁(權彛赫), 김교명(金敎命), 이상일(李相一), 차상임(車相壬), 김경동(金庚東), 김동섭(金東燮), 최창준(崔昌俊), 정성장(鄭聖璋), 신백우(申百雨))은 일제(日帝)에 항거(抗拒)하고 조국광복(祖國光復)에 이바지하고자 대한협동당(大韓協働黨)에 입당(入黨)하였습니다.
국내(國內)에서 항일무장유격전(抗日武裝遊擊戰)을 전개(展開)하기 위하여 경기도(京畿道) 포천군(抱川郡) 산악지대(山岳地帶)에 위치(位置)한 본거지(本據地)에서 훈련(訓練)을 받고 일제(日帝)에 항거(抗拒)하기 위한 거사(擧事)를 한다는 것이 본인(本人) 등(等)에게 부여(附與)된 임무(任務)였던 것입니다.
본인(本人) 등(等)은 해외(海外)에서 항일투쟁(抗日鬪爭)을 벌이고 있는 선배독립투사(先輩獨立鬪士)들에 뒤떨어짐이 없는 국내항일유격전(國內抗日遊擊戰)으로 보람을 찾기로 결심(決心)하고 준비(準備)를 하고 있던 중 일경(日警)에 발각되어 일부(一部)는 체포(逮捕)되고, 일부(一部)는 도피(逃避)하는 사태(事態)에 빠졌던 것입니다.
일경(日警)에 체포(逮捕)된 동지(同志)들은 경기도(京畿道) 경찰부(警察部)에서 혹독(酷毒)한 고문(拷問)으로 빈사상태(瀕死狀態)를 헤매다가 서대문형무소(西大門刑務所)에서 옥고(獄苦)를 치르고 있을 때, 제대생(帝大生)이란 명분(名分)과 민족진영인사(民族陣營人士)들의 배후(背後) 노력(努力)으로 광복(光復)되기 얼마 전(前)에 일단(一旦) 출감(出監)하였습니다마는, 주거제한(住居制限)과 감시(監視)가 뒤따르는 것은 물론이었으며, 그 원한(怨恨)은 잊을 길이 없으며 지금도 골수(骨髓) 깊숙이 스며있습니다. 피신(避身)한 동지(同志)들의 참상(慘狀)역시 상상(想像)하기 힘든 처지였습니다. 산간(山間)을 헤매야 했고, 지게를 져야 했던 것입니다.
존경(尊敬)하옵는 심사위원(審査委員)님.
본인(本人) 등(等)의 공적(功績)은 미미(微微)하오나 일제(日帝)에게 준 항거(抗拒)의 효과(效果)는 거두었던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조국광복(祖國光復) 32주년(周年)을 맞이하여 독립유공자(獨立有功子)의 공적(功績)을 심사(審査)하는데 있어서 본인(本人) 등(等)의 행적(行蹟)을 중국대륙(中國大陸)에서 항일투쟁(抗日鬪爭)한 바 있는 광복군(光復軍)과 동등(同等)한 위치(位置)로 참작(參酌)하여 주신다면 그 옛날 가슴에 맺힌 원한(怨恨)이 풀어질 것만 같습니다. 비록 광복군(光復軍)과 같은 조직체(組織體)는 아니었습니다마는, 항일무력투쟁(抗日武力鬪爭)의 성격(性格)이 광복군(光復軍)과 동일성격(同一性格)을 띠었다고 사료(思料)하는 것입니다.
본인(本人) 등(等)이 일제(日帝)에 항거(抗拒)하다가 일년(一年) 여(餘) 모진 고초(苦楚)를 겪었던 사실(事實)에 비추어 그 정상(情狀)을 참작(參酌)하여 금반(今般) 심사(審査)에 특별(特別)한 고려(顧慮)가 있으시기를 청원(請願)하는 바입니다.
1977.7.
청원인 ( 請 願 人 )
1.중앙대학교(中央大學校) 의과대학교수(醫科大學敎授)
중앙대학교(中央大學校) 의 료 원 장 (醫 療 院 長) 임광세(林光世)
(접수번호(接受番號) : 1-395)
2.수양의원장( 首 陽 醫 院 長 ) 이상일(李相一)
(접수번호(接受番號) : 1-396)
3.서울대학교(大學校) 보건대학원장(保健大學院長) 권이혁(權彛赫)
(접수번호(接受番號) : 1-397)
4.성(聖)빈센트병원장(病院長) 김정진(金楨鎭)
(접수번호(接受番號) : 1-395)
확 인 서
본인 등은 서울대 의대 제 1회 동기생인 임광세, 이상일, 권이혁, 김정진의 연명으로 된 별첨 청원서의 내용과 사실이 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이에 서명날인함.
1977.7.
서울대 의대 제 1회 졸업생 (재정)
서울특별시 성북구 삼선동 4가 351-3 김정근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충정로 2가 35 박찬무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동교동 168-4 서병설
서울특별시 성동구 신당동 267-1 송선보
서울특별시 성북구 동소문동 2가 20 윤경현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불광동 281-102 정두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