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우리나라의 교육은 미국 군정청(軍政廳)에 의해서 관장되고 있었다. 1947년 1월에는 미국 경제협력처(U. S. Economic Cooperation Administration)가 임명한 교육(敎育), 공보(公報) 조사사절(Educational and Informational Survey Mission)이 학원문제로 인한 고등(高等)교육의 피해상황을 조사하고 교육(敎育)의 질(質)과 시설의 향상을 위한 정책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동시에 서울대학교 설립을 인준할 것도 지적하였다.
6·25동란 후에는 유엔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가 모든 것을 흡수하였다. 1950년에는 운크라(United Nations Korean Reconstruction Agency, UNKRA)가 창설되었고 52년부터는 교육분야의 일을 맡기 시작하였다. 같은 해에 유네스코―운크라 교육계획사절(UNESCO-UNKRA Educational Planning Mission to Korea)이 교육에 관하여 심층 분석을 하고 여러 가지 건의를 하였다.
대학의 설립, 대학의 수와 위치, 졸업생의 자격요건, 대학건물 개수 등 광범한 내용이었다. 운크라는 53년에 창설된 미국해외원조회(US Foreign Operation Administration, FOA)와 함께 교육원조사업을 했는데 55년 말에 운크라는 FOA의 후신인 국제협력회(International Cooperaion Administration, ICA)에 이 일을 위임했다.
그로부터 ICA는 교사(校舍) 건축에 관한 재료와 기술원조, 직업교육, 교원교육, 고등교육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시작된 것이 서울대학교의 농학(農學), 공학(工學), 의학(醫學), 행정학(行政學) 분야의 교수 교환과 시설 원조를 중심으로 한 ICA―미네소타 대학(大學) (University of Minnesota)사업, 교원 교육을 중심으로 한 ICA―죠지 피버디 대학(大學) (Georgy peabody College)사업, 연세대학(延世大學)과 고려대학(高麗大學)의 경영학 분야를 위한 ICA ― 워싱턴 대학(大學) (washington University)사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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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콜터 운크라 단장 및 백두진 국무총리 한국.운크라 원조조인식(19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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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초에 뉴욕대학(大學)의 부총장이던 George D. Stoddard 박사는 상기한 미국의 3개 대학과의 계약사업을 검토하고 서울대학교(大學校)와 국·사립 대학에 대한 조사를 한 후 많은 건의를 하였다. 그의 대표적 건의는 서울대학교(大學校)를 심층 분석하고 고등교육 전반에 걸친 체제를 검토하기 위해 조사단을 한국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1959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간 미네소타대학(大學) 연구부 연구원 Richard H. Lindeman 박사가 문교부, 유솜(United States Operations Mission), 서울대학(大學)의 자문을 받고 조사의 세부일정을 정하는 한편, 조직, 행정, 학사 계획, 시설에 관련되는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1월과 2월에는 학사 분야에 전문가들이 도착하였다. 이 전문가들은 기본 자료를 검토하였으며, 수개 대학(大學)을 방문하였다.
또한 각 분야의 대학 인사들과 면담하기도 하였고, 때로는 강의현장에 나가기도 하였다. 물론 실험실이나 관련시설도 살펴보았다. 각자가 그 결과를 정리해서 전체조사반에 제출하여 여러 가지 건의안을 도출하였다. 이 보고서는 "Report on Survey of National Higher Education in the Republic of Korea, 1960"이라는 제목으로 이병도(李炳燾) 문교부장관(文敎部長官)과 Raymond T. Moyer 유솜 단장(團長)에게 제출되었는데 표지가 녹색이어서 'Green Book'이라는 별칭을 갖기도 하였다.
각 분야별 전문가로는 저명인사들이 위촉되었다. 농학(農學)분야에서는 Rhode Island 대학교 농과대학의 명예학장 Mason H. Campbell 박사, 공학(工學)분야에서는 Rutgers 대학교 공과대학장 Elmer C. Easton 박사, 의학(醫學)·보건학(保健學)분야에서는 Long Island 의과대학(醫科大學)의 전 학장 Jean A. Curran 박사, 인문사회과학(人文社會科學)분야에서는 미네소타 대학(大學)의 Chester W. Wood 교수, 교사교육(敎師敎育)분야에서는 New York 대학교(大學校)의 교육대학장 Walter A. Anderson 박사가 전문가로서 활약하였다. 이들은 모두가 노령기의 학자들이었으며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들이었다.
나는 의학·보건학분야를 담당했던 Curran 박사의 수행원으로서 3개월간 행동을 같이 하였는데 이 기간 중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당시 미네소타 프로젝트로 우리나라에 와 있었던 미네소타대학교(大學校) 의과대학 교수였던 N. L. Gault 박사도 우리 일을 도왔다. 이들로부터 얻은 경험은 나에게 일생을 두고 큰 도움이 되었다.
20여 년이나 의대학장(醫大學長)직을 맡았던 Curran 박사는 참으로 박식한 분이었다. 피상적이 아니고 깊숙하게 알고 있는 그의 지식은 대단했다. 나는 그를 따라서 국립대학교의 의과대학, 간호학과, 치과대학, 약학대학, 보건대학원을 두루 시찰할 수 있었다. 대규모 원조를 기대해서였는지 학교에 따라서는 총장과 보직자들이 비행장까지 나와서 영저하기도 하였다.
Curran 박사는 인자하면서도 매서운 점이 있었다. 총장실에서 브리핑을 받고 대상 단과대학을 방문하는 것이 상례였다. 날카로운 질문에는 내 자신이 놀라기도 했다. 시설에 관하여는 물론이고 건물에 관하여도 일가견이 있었다. 많은 건의사항이 있었지만 그 중 중요하다고 사료되는 몇 가지만을 분야별로 소개한다.
우선 의학분야(醫學分野)를 살펴본다. 당시에는 서울, 경북(慶北), 부산(釜山), 전남(全南) 등 4개 국립의과대학과 연세(延世), 이화(梨花), 수도(首都), 가톨릭 등 4개의 사립 의과대학이 있었다. 조사대상교는 4개 국립의과대학으로 제한되었지만 의학전반에 걸친 자료를 얻기 위해 필요한 때는 사립의대를 방문하기도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