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장(學長) 취임(就任) (63회)

1970년 4월 11일 서울대 부총장으로 영전하신 한심석(韓沁錫) 선배의 뒤를 이어 의대학장에 취임하였다. 그때의 교무과장은 이영균(李寧均) 교수였고 학생과장은 성락응(成樂應) 교수였다. 선배인 이(李)교수는 4월 18일까지 1주일간 이 보직을 맡아 주셨다. 이(李)선배는 흉부외과의 권위자이며 내가 서울대 총장으로 재임 시에 서울대 병원장으로 모시기도 하였다.

이(李)선배의 후임으로 김영균(金英均) 교수를 모셨다. 김(金)교수는 비뇨기과의 대가이며 나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경기중학의 3년 후배인데 4학년을 수료하고 구(旧) 성대예과(城大豫科)에 입학한 수재이다. 후에 서울대병원 제 1부원장, 의대학장 등의 요직을 역임하였다. 91년 8월 말에 정년퇴임 후 단국대학교 병원장으로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71년 3월 1일까지 보직을 맡았던 김(金)교수의 후임으로 고광욱(高光昱) 교수가 교무과장이 되었다. 고(高)교수와 나는 미 제9군단 민사처병원에서 함께 일한 처지여서 전우(戰友)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소아과학의 권위이며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서도 유명하다. 고(高)교수는 75년 9월 11일까지 4년 반 동안이나 함께 일하였다.

서울대학교가 75년 4월 8일에 학장보제도를 채택함에 따라, 교무과장은 교무담당학장보로 개칭되었다. 그러니 고(高)교수가 초대교무담당학장보로 된 셈이다. 고(高) 교수는 후에 서울대병원 소아진료부 원장 즉 소아병원장직을 맡기도 하였다. 91년 8월 말에 정년퇴임하고 현재 한양대학교 의료 원장으로서 활약을 계속하고 있다.

고(高)교수의 뒤를 이어 장우현(張友鉉) 교수가 교무담당학장보에 취임하였다. 장(張)교수는 학생담당학장보로서 일하다 교무담당으로 자리를 옮긴 미생물학자이다. 장(張)교수는 기초의학을 고양시키는데 남다른 정열을 보였으며, 89년 9월 29일에 창설된 한국기초의학연구협의회의 초대 회장으로 선출되어 활약하였다.

학장취임 시의 학생과장이던 성락응(成樂應) 교수는 71년 3월 1일까지 함께 근무했다. 전임학장이던 한심석(韓沁錫) 선배가 임명한 분이었는데, 간청을 해서 이때까지 근무하였다. 생화학교수로서 특히 영양학분야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73년 5월에 삼양식품회사의 식품연구소장으로 갔다가 77년 3월에 이화여자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오랫동안 학장직을 맡기도 했다. 기민한 활동과 능변으로 유명하다.

90년 8월 말에 정년퇴임하였다. 나는 7월 29일 이화여자대학 경영관에서 거행된 정년퇴임식에 참석해서 회포를 풀기도 했다. 특징 있는 쇳소리와 능변(能辯)은 여전하였다.

▲ 성낙응 전 이화여대 의대 학장

성(成)교수 후임으로 이광호(李洸鎬) 교수가 학생과장이 되었다. 해부학의 대가이며 달변으로 이름 있는 이(李)교수는 74년 1월 29일까지 함께 일하였다. 대학본부의 학생부처장으로 전출한 것이다. 극히 이례적인 인사였는데, 그만큼 그의 능력이 평가되었던 까닭이다.

사실 이(李)교수는 학생문제에 있어서 독보적(獨步的)인 존재였으며 부처장직을 거쳐 학생처장으로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후에 의대학장직을 역임하였는데 스포츠 분야에서도 두각(頭角)을 나타냈으며 올림픽위원회에서도 활동이 컸다. 그는 노래에도 전문가에 못지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의 '보리밭'에 매료되곤 하였다.

이(李)교수의 뒤를 이어 장우현(張友鉉) 교수가 학생과장으로 취임하였다. 앞에서 적은 바와 같이 도중에 명칭이 변경되어 초대 학생담당학장보로 일하다가 75년 9월 11일에 교무담당이 되었다.

장(張)교수 후임으로는 한만청(韓萬靑) 교수가 임명되었다. 진단방사선학의 대가이며 모든 분야에서 예리한 판단력이 높이 평가되는 분이다. 76년 4월 22일까지 학생담당학장보직을 맡았는데, 의학교육연수원에 대해서도 많은 공헌을 하였다. 후에 서울대병원 교육연구부장, 제2부원장 등의 요직을 맡기도 했다. 그 후 1993년 5월 31일 제9대 서울대학교 병원장으로 취임하였다.

공적인 직함 없이 도와준 분 중에서 대표적인 인사로는 신동훈(申東薰) 교수와 김용일(金勇一) 교수가 있다. 신(申)교수와는 해방 후에 동기생이 되었는데, 그에게는 학문과 유머가 함께 있어서 배울 점이 많았다(「근인회(槿仁會)」참조). 언제나 함께 지내기를 좋아했으며 모든 면에서 참다운 동반자였다. 의학교육문제, 학원문제 등에 걸쳐서 많은 조언을 주었으며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金)교수는 75년 4월 1일에 도서관장으로 임명된 일이 있었지만 직함에 관계없이 시종 나를 도와주었다. 특히 China Medical Board의 일을 도맡아서 처리해 주었는데 그가 아니었으면 해결되지 못했을 일도 많았을 것이다. 또한 의학교육연수원(醫學敎育硏修院)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서 많은 업적을 얻기도 했으며 국제적으로도 의학교육의 전문가로 칭송을 받았다.

영어실력도 대단하여 많은 논문을 영문으로 발표하기도 하였다. 교무담당학장보직을 오랫동안 맡아서 모교발전에 이바지하였다. 후에 서울대학교병원 제2부원장으로서도 혁혁한 업적을 남겼다. 김(金)교수는 전공인 병리학에서는 물론 학사관리 분야에서도 단연 앞서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