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의 종합화계획(綜合化計劃)에 따라 대학원중심대학(大學院中心大學)으로의 지향(指向)이 점차 강도 높게 주장되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일이다. 대학원 교육의 강화책은 그 전부터도 모색되어 왔었으며 문교부에서도 오래 전부터 강화책을 마련하기에 부심했으며 1975년 6월에는 대학원 개선방안(改善方案)을 발표하였고 각 대학에 의견을 묻기도 하였다.
서울대학교는 이에 대하여 다음달 7월에 실험대학원안(實驗大學院案)을 제안한 바 있었다. 문교부는 각 대학의 의견을 받아 원안을 수정보완하고 12월에 교육정책심의회(敎育政策審議會)의 의견을 거쳐 '대학원교육(大學院敎育) 개선방안(改善方案)'을 확정하였다. 그리고 다음해인 76년 2월에는 확정된 내용을 관계법령의 개정을 통해 법제화하였다. 이보다 앞서 서울대학교 대학원이 독자적인 대학원교육 강화방안을 마련해왔고 문교부 방안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주지되어 있는 일이다.
내가 총장으로 취임한지 얼마 안 되어 발표된 80년 '7 · 30 조치'로 말미암아 대학원교육강화(大學院敎育强化)문제는 새로운 차원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서울대 종합화계획과 더불어 70년대에 제시된 여러 차례에 걸친 대학원교육 강화방안에서 공통된 점은, 학부정원을 동결하고 대학원 정원은 점차로 늘려 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80년대까지 동결되었던 학부정원이 '7 · 30 조치'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대학에서의 주된 관심도 다시 학사과정(學士課程)에 치중하게 되었다.
나는 총장에 취임 후 서울대학교를 세계 속의 대학으로 부상시킨다는 것과 대학원중심대학으로 육성한다는 두 슬로건을 내 걸었다. 이에 따르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어떻든 서울대학교는 학부교육과 더불어 대학원교육이 강화됨으로써만 본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소신이었다.
대학원 특성화(大學院 特性化) 계획에 따라 한때는 대학원 강의동 신축이 논의되었고 연구소(硏究所)를 개편하고 연구소에 전임연구원(專任硏究員)을 두도록 하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기는 하였지만 언젠가는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변함없는 견해였다.
총장 취임 후에도 대학원 중점육성 연구는 계속되었으며 81년부터는 대학원교육 내실화 방안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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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5회 서울대졸업식 / 남덕우 총리, 이규호 문교장관이 참석하였다 (1985. 2.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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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보고서가 제출된 것은 물론인데 이들은 대학원교육 일반에 걸친 일반론, 교육운영에 관련된 제도, 기타 개별항목에 대한 내용 등으로 대별된다. 많은 보고서 중에서 김종운(金鐘云) 교수 등이 82년에 발표한 '대학원제도(大學院制度) 개선(改善) 실행방안(實行方案) 연구(硏究)', 같은 해 강신택(姜信澤) 교수 등이 발표한 '서울대학교 대학원의 교육실태조사연구(敎育實態調査硏究)', 다음해 강(姜)교수 등이 발표한 '대학원중심대학(大學院中心大學)의 대학교육개선사업(大學敎育改善事業) 추진(推進) 방안(方案)' 등이 주목을 끌기도 하였다.
이들 일련의 보고서 중에는 석ㆍ박사과정의 통합운영과는 성격이 다른 석ㆍ박사과정의 동일화(同一化)를 제기한 새로운 의견도 있지만, 대체로 대학원제도에 관한 일반론에서 80년까지의 대학원 강화방안과 '7ㆍ30 조치'와의 갈등을 해소하려는 내용이거나 기존 제도를 크게 개혁하지 않은 범위에서 추진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특히 강(姜)교수 등은 기존의 제도를 대폭 개혁한다거나 예산 조치가 크게 마련되어야만 가능한 과제는 제외하고 교무처의 수준에서 추진할 수 있는 과제와 그동안 각종 보고서에서 여러 차례 제안되었던 것을 선별적 추진사항으로 택하기로 기준을 정하고 이 기준에 따라 석ㆍ박사과정의 연계운영, 협동과정 운영의 체계화, 논문제출 자격고사 중 외국어시험 관리, 논문연구의 등록, 기초과정 위원회의 기능강화, 교육과정 운영의 개선 등 6가지의 과제를 택한다고 건의하였다.
정부의 재정적(財政的) · 정책적(政策的) 지원(支援)이라는 측면에서는 80년 이후의 대학원 교육개선논의가 '대학원(大學院) 특성화(特性化) 계획(計劃)'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아 간 것이라고 하겠다. 또한 제도개선이 교무처 차원에서 가능한 것을 중심으로 하는 한 대학원중심대학의 지향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였다.
나는 대학원중심대학(大學院中心大學) 지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실제로 80년대의 대학원 운영 상황은 전에 비하여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고 단지 대학원 운영의 합리화 추구가 있었을 뿐이었다고 회고한다.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김종운(金鐘云) 교수나 강신택(姜信澤) 교수 등과 대학원 교육 강화문제를 토의하였다. 사실상 김(金), 강(姜) 양(兩) 교수는 나에게 많은 지식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두 분이 교무처장으로서 나와 인연을 맺게 된 까닭이 결코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총장으로 임명되기 전달인 80년 5월에 교무처장에 취임한 김종운(金鐘云) 교수는 82년 5월까지 고락을 함께 하였다. 영문학(英文學) 교수인 김(金)교수는 신사 중의 신사라는 평을 받아 왔으며 우리나라 영문학 발전에 기여한 바가 대단하다. 후에 김(金)교수는 최초의 민선 서울대학교 총장으로 선출되어 91년 8월 14일 취임하였고 언제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金)총장은 현재도 대학원중심대학에 대하여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金)교수의 뒤를 이어 강(姜)교수가 교무처장으로 취임하였다. 강(姜)교수의 탁월한 학사이론과 행정실력은 정평이 있었다. 85년 5월까지 2기에 걸쳐 교무처장직을 수행하였고 후에 행정대학원장직(行政大學院長職)을 맡기도 하였다. 82년 8월에 멕시코 방문 시에 나와 동행하였는데 그때 강(姜)교수가 지니고 있는 능력에 새삼 경의를 표하기도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