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10월 27일 새 헌법이 발효되고 국회가 해산됨에 따라 국회의 기능을 대행하기 위해 국가입법회의가 발족했다. 입법회의는 헌법에 의한 국회의 최초의 집회일 전일까지 존속하며 헌법 시행일부터 헌법에 의한 국회의 권한을 대행하며 각계의 대표자로 구성하되 그 조직과 운영,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규정하도록 되어 있었다.
입법회의 법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①입법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행정 등 각계에서 50인 이상 100인 이내의 의원으로 구성한다. ②의장 1인 부의장 2인을 둔다. ③운영, 법제사법, 외교국방, 내무, 경제 제1. 제2, 문교공보의 등 7개 상임위와 예산 결산 등 특별위원회를 둔다. ④의사는 공개하고 의안은 7인 이상의 찬성 또는 소관상임위에서 발의한다. ⑤입법회의는 국무의원이 출석 요구 및 국정조사권을 가지고 의원은 면책, 불체포 특권을 가지며 청렴, 품위 유지 의무를 가진다.
10월 28일 입법의원 81명이 임명되었다. 출신은 정계 20명(24.7%), 경제계 3명(16%), 법조계 8명(9.9%), 종교계 8명(9.9%), 여성계 4명(4.9%), 노동계(1.2%), 언론계(3.7%), 향군대표 2명(2.5%), 국보위대표 10명(12.3%), 문화, 사회 기타 각계 9명(11.1%) 등이었다.
10월 29일 상오 9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최고령인 권중돈(權仲敦) 의원의 사회로 모임을 갖고 의장 이호(李澔) 의원, 부의장에 정래혁(丁來赫)ㆍ채문식(蔡汶植) 의원을 선출하고 같은 날 하오 2시 상임위원 배정을 마쳤다. 상임위 구성 및 위원장은 다음과 같다(괄호 안은 간사). 또한 70인 이내의 전문위원을 둔다고 되어 있었다.
운영위(10명) : 이기백(李基百)(서동렬(徐東烈))
법사위(14명) : 정희택(鄭熙澤)(김영균(金永均))
외교국방위(14명) : 정희택(鄭熙澤)(노재원(盧載源))
내무위(14명) : 장승태(張承泰)(이우재(李祐在))
경제 제1위(14명) : 박태준(朴泰俊)(박종문(朴鍾汶))
경제 제2위(13명) : 고재청(高在淸)(조영길(趙英吉))
문공위(11명) : 송지영(宋志英)(정태수(鄭泰秀))
예결위(15명) : 박명근(朴命根)(김만제(金萬堤))
사무처장 : 최평욱(崔枰旭)(81년 2월 9일 박효진(朴涍鎭)으로 교체))
|
|
| ▲ 전두환 신군부가 국회를 해산하고 입법부를 대체할 기구로 만든 입법회의에서 의장에 이호, 부의장에 정래곃과 채문ㅅ힉을 선출했다 (동아일보 1980. 10. 29.) |
|
대학총장으로서는 고대(高大) 김상협(金相浹) 총장, 연대(延大) 안세희(安世熙) 총장, 이대(梨大) 정의숙(鄭義淑) 총장, 충남대(忠南大) 서명원(徐明源) 총장과 나(서울(大) 총장))등 5명이 임명되었는데, 경제위로 배정된 서(徐)총장을 빼놓고는 모두 문교공보위로 배정되었다.
문교공보위에는 대학 총장출신들을 포함하여 11명이 배정되었다. 송지영(宋志英) 위원장은 언론인 출신 문인으로 유명한 분인데 한때 통혁당(統革黨)사건으로 장기간 옥고를 치른 경험으로 있는 인사였고 정태수(鄭泰秀) 간사위원(문교부차관을 거쳐 대진대(大眞大) 총장)은 문교부 중앙교육연수원장이었다.
이외에 천도교(天道敎) 교령(敎領) 이영복(李英福)씨, 대한교육연합회장 정범석(鄭範錫)씨가 있었고 정계에서는 채문식(蔡汶植) 의원, 김윤환(金潤煥) 의원, 남재희(南載熙) 의원 등이 참여하였다. 또한 전문의원으로는 이중환(李重煥), 김한규(金漢圭), 김철(金喆) 등 제씨가 있었고 입법심의관으로는 정재규(鄭在珪)씨가 있었다.
입법회는 80년 10월 29일 첫 회의를 개의한 후 81년 3월 31일(실제 존속은 4월 10일까지) 마지막 본 회의까지 154일 동안 25회의 본 회의를 열고 의원 발의 법률안 33건, 정부 제출 법률안 156건 등 법률안 189건을 비롯하여 동의안 15건, 결의안 3건, 규칙안 1건, 중요 동의안 1건, 예산안 2건, 결산안 1건, 기타 2건 등 모두 215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입법의원으로 있었을 때의 일이 가끔 떠오른다. 일반적으로 문교공보위의 소속위원들은 발언이 적고 피동적이었다. 회의는 오후에 열리는 것이 상례였다. 어느 날인가 회의장에 나가려고 대기 중이었는데 간사위원인 정태수(鄭泰秀)씨가 쪽지를 돌린다. 열어보니 질문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지나치게 발언이 적어서 실적이 오르지 않으니 쪽지에 적혀있는 내용을 질문해 달라는 부탁이다. 모두들 고소(苦笑)했다. 적혀 있는 대로 질문을 하면 장관이나 차관은 청산유수같이 답변한다. 적혀 있지 않은 질문, 예정된 질문이 아닐 경우에는 답변 내용이 왔다 갔다 하는 때도 있었다.
공보처 예산이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적은 것 같아서 이 예산으로 어떻게 국가차원의 공보활동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참으로 훌륭한 질문이며 격려해 주어서 고맙다고 하던 장관의 모습이 회상된다.
문공위는 22회 열렸는데 열띤 논쟁이 있었다고 생각되는 기억은 없다. 그러면서도 입법활동이 얼마나 힘든가를 몸소 경험한 셈이다. 입법의원이 국회의원과 다른 것은 물론이지만 어쨌든 입법활동에는 많은 지식과 연구가 전제로 된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나는 국회의원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힘든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입법회의(立法會議)가 대의기관(代議機關)은 아니지만 국가 비상시기에 입법활동을 맡은 것이니 이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