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장 취임 후 얼마 안 되어서 일본 동경(東京)대학의 무카이보(向坊隆)총장이 내한하였다. 전임 고병익(高柄翊) 총장이 초청한 인사였는데 내가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무까이보(向坊)총장은 오랫동안 동경(東京)대학에서 총장이 되기 전까지 총장 상담역(相談役) 일을 맡아 온 대학 행정전문가로 알려져 있었다. 원래 원자력학 전공의 공과대학교수 출신이며, 주미 일본대사관(駐美 日本大使館)의 과학 ‘아타쉐’로 근무하기도 했던 인사이다.
화제의 중심은 학원문제였다. 일본에서 학원문제가 조용하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첫째로는 사회주의(社會主義)나 공산주의(共産主義)의 이론과 현실사이에 극심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깨달았다는 것이다. 즉 좌익이론(左翼理論)에서 도출되는 결론에 비해 일본의 발전양상이 현실적으로 엄청나게 빠르고 또 건전하다는 사실이 학생들에게는 큰 충격을 주었다는 설명이다.
둘째로는 학생들 사이의 내부 갈등을 지적하였다. 예컨대 적군파(赤軍派) 등 극좌적인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사이의 싸움이 심각해져서 결과적으로 학원문제가 진정되었다는 설명이다.
셋째로는 언론(言論)의 협조를 들었다. 정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고 언론이 자진하여 협조했다고 지적한다. 즉 일본의 현실과 장래를 생각한 언론인들이 사설(社說) 등으로 학생이 갈 길을 제시하는 한편 학생데모 등 학원문제에 관하여 미래지향적인 보도를 했다한다. 언론의 협조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으며, 학원소요를 진정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말한다.
학원법(學園法)의 제정이 도움을 주었다고도 설명하는데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수년 후에 우리나라에서도 학원법제정 시도가 있었는데 정치적으로 문제되어 왈가왈부하던 끝에 폐기된 일이 있었다. 이것이 일본의 학원법을 모방한 것인지에 관하여는 알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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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China Mecical Bord 회장 Ongley 박사에게 명예의학박사 학위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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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무카이보(向坊(총장은 경험자답게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었고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했다. 그는 대학의 스포츠에 대하여도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다. 동경(東京)대학에는 운동회(運動會)(운동부에 해당함)라는 조직이 있어서 대학 측에서도 상당히 큰 예산을 배당하고 있는데, 운동회 출신 학생들은 어디에서나 환영 받는다고 한다.
동경(東京)대학생들이 우수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 스포츠맨쉽이 갖추어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해석이다. 머리도 좋고 정신상태도 훌륭하며 몸도 좋을 것이니 환영 받을 수밖에 없다는 논법이다. 서울대학에도 이런 조직을 도입하면 어떻겠느냐고 주문하기도 했다.
서울대학생들의 운동열은 극히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공부도 잘해야 하지만 운동 한 가지 정도는 마스터해 두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나의 평소의 주장이었지만 별로 실천되지 않았다. 사실상 서울대학생들은 스포츠에 대하여 비교적 관심이 적었으며, 각 분야의 운동부가 있기는 하였지만 활발치 못하였다. 총장 재임중 축구부가 대학 축구전에서 준우승을 한 일이 있었다. 이 일이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하였지만 결국 일과성이었다.
나는 스포츠를 증진시키고 스포츠맨쉽을 터득시킨다는 목적으로 서울대학교 체육회(體育會)를 조직했다. 당시 서울대 동창회장이던 고(故) 원용석(元容奭) 선생을 회장으로 모시고 우선 기금모금에 나섰지만 별로 진척이 없었다. 그나마도 내가 총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서울대 체육회는 온데간데 없는 것으로 되고 말았다. 스포츠를 통하여 학창생활을 살찌게 하고 학생들에게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불어넣겠다는 나의 욕망은 헛된 것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