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나 기념사, 축사 등에는 자신의 소신(小信)이나 인생철학(人生哲學)이 잘 반영되는 것이 상례이다. 나는 서울대 총장 재임 시에 식사(式辭)를 할 기회가 많았다. 그 중에서 1983년 2월 26일의 제 37회 졸업식사, 3월 2일의 입학식사를 전재한다.
제(第) 37회(回) 졸업식사(卒業式辭)
존경하는 역대총장(歷代總長), 동창회장(同窓會長), 기성회장(期成會長), 내외 귀빈 그리고 학부모 및 교직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모시고 서울대학교(大學校) 제 37회 졸업식을 거행하게 된 것을 크나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영예(榮譽)로운 학위를 받은 학사(學士), 석사(碩士), 박사(博士) 여러분! 여러분은 오늘 학위를 받기에 이르기까지 각고(刻苦)의 노력과 남다른 열성(熱誠)을 다해 왔습니다. 본인(本人)은 서울대학교의 모든 교직원과 더불어 여러분의 학업정진(學業精進)을 치하하며 오늘의 빛나는 결실(結實)에 대하여 충심으로 축하(祝賀)를 보냅니다. 또한 오늘의 영광이 있기까지 졸업생 여러분을 정성껏 돌보아주신 학부모 여러분과 교육(敎育) 및 지도(指導)에 정성을 다해주신 교직원 여러분께 삼가 심심한 경의(敬意)와 사의(謝意)를 올립니다.
친애(親愛)하는 졸업생(卒業生) 여러분! 이 순간은 여러분의 인생(人生)에 있어서는 물론이고, 우리 서울대학교의 역사(歷史)에 위대한 새 장(章)을 여는 시점(時點)이라고 믿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학위(學位)를 취득하고 교문(校門)을 나서는 것입니다마는 이것은 여러분이 수행할 일의 끝이 아니라 바로 시작이라는 사실을 굳게 인식하여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은 항상 성실한 연구의 자세와 각고면려(刻苦勉勵)의 자세를 굳건히 지녀 나가야 할 것으로 믿습니다.
친애(親愛)하는 졸업생(卒業生) 여러분! 바야흐로 우리는 국제화시대(國際化時代) 속에서 호흡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국제적(國際的) 흐름을 외면하고는 우리의 발전은 물론 생존(生存) 자체에도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국제경쟁력(國際競爭力)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전통문화(傳統文化)를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오히려 이를 계승(繼承)할 뿐만 아니라 더욱 발전시키고 재창조(再創造)하는 데 전력(全力)을 다해야 할 것을 촌각(寸刻)이라도 망각(忘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제정세(國際情勢)는 간단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여러 곳에서는 전쟁(戰爭)의 참화가 빚어지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곳에서도 포성(砲聲)은 없을망정 전쟁(戰爭)과 다름없는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정치이념(政治理念)이나 우호관계(友好關係)에 앞서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해서 움직이는 것이 현(現) 국제사회(國際社會)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친애(親愛)하는 졸업생(卒業生) 여러분! 여러분은 이와 같이 어느 모로는 각박한 상황 속에서 사회로 진출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활동의 장으로 되는 사회는 여러분이 학창생활을 통해서 피상적으로 관찰한 바와는 달리 냉엄한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이제까지 닦아온 지적 능력(知的 能力)과 도야(陶冶)된 인격으로 이 활동의 장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지난해에 우리 서울대학교는 변모하는 현대사회(現代社會)와 이에 대처해서 대학(大學)이 갈 길을 모색(摸索)하기 위하여 ‘사회(社會)와 대학(大學)’을 주제(主題)로 한 국제학술회의(國際學術會議)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역사적(歷史的)으로 유럽의 대학(大學)은 중세(中世)의 ‘길드’ 제도(制度)에서 탈피하여 자율성(自律性)이 강조되고 사회(社會)의 특정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그 임무였으나, 점차 실제적 요구와는 유리된 진리탐구의 이상이 대학 본연의 임무로 인식되면서 학문적(學問的)인 자유와 사회적 요구사이에 갈등이 야기되었던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과 사회가 상호협조관계(相互協調關係)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명제(命題)에 대해서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대학은 전인교육(全人敎育)이란 불변의 이상을 현실화하는 한편, 그 기반위에서 사회 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창조적 엘리트 양성목표(養成目標)와 전문기술(專門技術)에 충족될 수 있는 생산인력(生産人力) 배출의 임무를 다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여러분은 바로 이 과정을 밟아온 것입니다.
친애(親愛)하는 졸업생(卒業生) 여러분! 여러분은 문화창조(文化創造)의 주도적 기능(主導的 機能)을 담당할 중추적 인재(中樞的 人才)들입니다. 훌륭한 사회만이 훌륭한 대학을 가질 수 있고 훌륭한 대학이 있어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말과 같이 오늘날 대학과 사회와는 밀접불가이(密接不可離)의 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학문적(學問的) 요구와 실용적(實用的) 요구를 슬기롭게 조화시켜 문화창조(文化創造)를 주도(主導)하며 앞으로 전개되는 현실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리하여 선진조국을 창조(創造)하는 데 있어서 여러분의 존재(存在)는 찬란하게 빛나게 될 것입니다.
친애(親愛)하는 졸업생(卒業生) 여러분! 여러분의 모든 판단(判斷)과 행동(行動)은 이성(理性)을 바탕으로 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성에 대한 불신(不信)이 얼마나 비참한 결과(結果)를 초래했는가를 여러분은 몸소 경험한 바 있다고 믿습니다. 이성의 힘을 믿지 않는 데서 야기(惹起)되는 비극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우리들은 여러 측면에서 경험했습니다.
여러분은 대망(大望)을 갖되 과욕(過慾)음 삼갈 것이며, 현실에 적응하되 이상을 버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은 선도자(先導者)로서의 소임을 다하되 겸허(謙虛)해야 할 것이며, 창조적 노력(努力)을 다하되 생산적(生産的)이어야 할 것입니다.
친애(親愛)하는 졸업생(卒業生) 여러분! 우리는 역사(歷史)의 교훈(敎訓)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역사의 교훈을 등한시하는 자가 지도자(指導者)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역사 그 자체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영광의 역사이든 오욕(汚辱)의 역사이든 역사가 주는 교훈은 고귀(高貴)한 것이며 이는 최대한으로 존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 동안의 학창시절을 통해서 이러한 사실과 이론을 통감하였을 것으로 믿습니다. 이 엄숙한 자리에서 여러분은 다시 한 번 여러분이 서 있는 위치와 현실을 직시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선조(先祖)들의 권학가(勸學歌)에 접하고 보면 스스로 머리가 숙여지는 것을 언제나 경험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각고연마(刻苦硏磨)의 자세가 있고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정신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가 주는 교훈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감촉(感觸)하게 됩니다.
친애(親愛)하는 졸업생(卒業生) 여러분! 시간은 기다림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시간(時間)이란 유예(猶豫)와 가차(假借)가 없이 흐르는 것입니다. 이 엄숙한 순간에 여러분이 지난날의 학창생활을 되돌아보고 시간을 마음껏 선용(善用)했다고 자신 있게 평가한다면 그 동안에 쌓은 경륜(經綸)을 앞으로의 사회생활을 통해서 최대한으로 반영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보고 시정해야 할 점을 과감하게 시정해야 할 것입니다. 시간을 존중하는 생활자세는 언제나 소중한 것입니다.
“소년(少年)은 이노(易老)하고 학난성(學難成)하니 일촌(一寸)의 광음(光陰)인들 불가경(不可輕)이라”한 옛 구절을 여러분들은 언제고 명심(銘心)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매진한다고 해도 자기완성(自己完成)의 길은 먼 것이며, 성숙한 인격자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성(知性)은 위대하지만 만능(萬能)은 아닙니다. 지성인(知性人)인 까닭에 고민(苦悶)해야 하고 지성인(知性人)인 까닭에 방황하게 되는 경우도 수없이 많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참다운 인간성(人間性)의 회복(恢復)내지 발전(發展)을 갈구(渴求)하는 것입니다.
친애(親愛)하는 졸업생(卒業生) 여러분! 여러분이 자기완성과 자기실현을 성취하는 데 전력(全力)을 다해주기를 이 엄숙한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간곡히 당부합니다.
이제 교문(校門)을 나서는 여러분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과 행운이 같이 하기를 바라고, 우리 서울대학교와 우리 조국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祈願)하면서 식사(式辭)에 가름하는 바입니다.
1983년 2월 26일
1983년도 서울대학교 입학식사(入學式辭)
존경(尊敬)하는 동창회장(同窓會長), 기성회장(期成會長), 학부모(學父母) 및 교직원(敎職員)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모시고 서울대학교(大學校) 1983년 학년도(學年度) 입학식(入學式)을 거행하게 된 것을 큰 영광(榮光)으로 생각합니다.
영예(榮譽)로운 신입생제군(新入生諸君)! 서울 대학교의 모든 교직원(敎職員)과 더불어 이제 우리 서울대학교 가족이 된 제군(諸君)을 충심으로 환영하며 아울러 축하를 보냅니다. 제군은 오리 나라가 자랑하는 수재들이며, 그 동안의 각고(刻苦)의 노력 끝에 이제 당당하게 승자(勝者(의 입장에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입니다.
지금 제군은 벅찬 감격에 젖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누구나 인생(人生)을 사는 기간 중에 감격적인 순간(瞬間)이 몇 번인가는 있는 것이지만 아마도 제군에게 이 엄숙한 자리의 이 감격은 다른 어느 경우와도 비교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생애(生涯)를 통해서 대학입학(大學入學)의 감격은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이 감격을 영구히 간직하면서 어떠한 시련(試鍊)에 부딪칠 때 이 감격을 되살려 보기 바랍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입학(入學)이란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부터 제군이 걸어야 할 길이 감격만을 앞세워서 닦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울러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이성(理性)과 감정(感情)과의 조화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입니다.
친애(親愛)하는 신입생(新入生) 제군(諸君)! 제군(諸君)은 학문(學問)을 하고자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것입니다. 대학은 교육(敎育)의 장(場)이요, 연구(硏究)의 장(場)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학문(學問)을 생명으로 하는 도장(道場)입니다. 따라서 제군은 우선 학문하는 정신을 길러야 할 것입니다.
제군의 앞날은 학문하는 정신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학문(學問)하는 정신이 결여된 상황에서는 제군 자신의 발전도 사회의 발전도 국가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본인(本人)은 이 성(聖)스러운 자리에서 제군이 모든 경우에 학문(學問)하는 정신(精神)을 바탕으로 학창생활(學窓生活)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또한 스승의 한 사람으로서 당부를 하고자 합니다.
첫째로 제군은 이제까지의 비교적 타율적이고 피동적(被動的)인 학생생활로부터 자율적(自律的)이고 능동적(能動的)인 대학생활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들고 싶습니다. 따라서 이제까지의 학창생활(學窓生活)과 이제부터의 학창생활(學窓生活)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부터 제군은 모든 것을 자신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입니다. 학부모(學父母)님들과 교수(敎授)님들의 지도도 있겠습니다마는 이제부터는 자율적(自律的)인 판단에 의해서 행동(行動)하여야 할 영역(領域)이 넓어지는 것이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제군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입니다.
자율성(自律性)이 학문(學問(의 전제로 되고 대학사회존립(大學社會存立)의 필수적 요건이라는데 대해서는 재론(再論)의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마는 자율(自律)이란 문자 그대로 자기규제를 뜻하는 것이며, 방종과는 전혀 그 성질을 달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율과 질서와는 사상(事象)의 표리(表裏)와도 같은 것이며, 질서의식(秩序意識)의 체질화가 없이는 자율성(自律性)은 성립될 수 없는 것입니다. 질서의식의 체질화는 준법정신(遵法精神)에서 출발합니다. 국가(國家)에는 헌법(憲法)이 있고 대학에는 학칙(學則)이 있습니다. 제군은 학칙(學則)을 존중하고 준수하여야 하며 그렇게 되면 자율성(自律性)은 스스로 형성되는 것입니다.
둘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바야흐로 우리는 국제화시대(國際化時代)에서 생동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제경쟁력(國際競爭力)의 배양 없이는 이 시대를 살아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제군에게 주어진 과업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국제경쟁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한편 제군은 우리 전통문화(傳統文化)를 계승받고 발전시켜야 하는 무거운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국제화시대일수록 이 짐은 더욱 무거워진다는 사실을 재삼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제군(諸君)은 올바른 민족사관(民族史觀)과 역사의식(歷史意識)을 바탕으로 해서 투철한 국가관(國家觀)과 건전한 세계관(世界觀)을 확립해야 할 것입니다.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세계를 내다보는 안목을 길러야 할 것입니다. 미래의 주인공이요,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 제군에게 확고한 국가관(國家觀)과 건전한 세계관(世界觀)은 무엇보다도 앞서는 과제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제군은 최고의 가치관(價値觀)을 정립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로 제군에게 간곡하게 당부하고자 하는 것은 참다운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날 인간교육을 표방하고 전인(全人)이 되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숙한 인격자가 구호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성숙(成熟)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요건이 구비되어야 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 하나는 지성(知性)입니다. 지성이 위대하다는 사실도 숙지하고 있는 터입니다. 둘째 요건(要件)은 정열(情熱)입니다. 정열은 젊음의 상징입니다. 정열이 없는 지성인(知性人)은 나약한 지성인인 것이며 편견(偏見)과 독선(獨善)의 결과를 낳기 쉽습니다. 세 번째 요건은 덕성(德性)입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도덕적 품성이 바로 덕성입니다.
이 세 가지 요건이 잘 조화될 때 비로소 성숙된 인간, 즉 전인(全人)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전인(全人)의 길이란 생애를 통하여 계속되어 추구되어야 할 과업이라는 사실도 주지(周知)되어 있는 바입니다. 그리고 대학생활이 인간을 형성시키는 과정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비중은 참으로 막중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제군의 경우 대학생활(大學生活)을 통해서 인간의 기초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생애를 통하여 그 기회를 다시 얻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제군은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하여 전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넷째로는 제군 자신이 삶의 목표(目標)를 설정하고 그 성취를 위한 방법을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물론 이 과제를 제군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벅찬 바가 있습니다만 제군에게는 언제나 지성(至誠)으로 보살펴 주시는 부모님과 친지가 계시고 또한 정성(精誠)껏 지도해 주시는 교수와 선배가 계십니다. 이분들의 경륜과 충고를 듣는데 결코 인색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삶의 목표(目標)를 설정하고 그 실현을 위한 길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전체를 올바르게 관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체가 아닌 부분만을 파악하고 인생을 설계한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것입니다. 전체를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른다는 것은 어느 모로나 대학생활에서 가장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그렇지 못한 경우의 대학생활은 무의미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줄로 믿고 있습니다.
이 엄숙한 자리에서 이상 몇 가지를 당부하는 본인의 심회(心懷)를 제군은 잘 이해해 주리라고 믿습니다. 우리 서울대학교는 학(鶴)과 느티나무를 각각 상징조(象徵鳥)와 상징수(象徵樹)로 삼고 있습니다. 고고(孤高)하고 우아하면서도 깊은 재기(才氣)가 있는 군계일학(群鷄一鶴)의 기품(氣品)과 의연하고 웅장하면서도 뿌리 깊은 느티나무의 강건(剛健)한 포용성(包容性)은 제군이 길러야 할 기상(氣象)이기도 합니다.
신입생(新入生) 제군(諸君)! 제군(諸君)은 이 순간부터 선진 서울대학교를 건설하는데 앞장설 것이며, 나아가 선진조국을 창조하는 데 힘찬 새 출발을 하는 것입니다. 제군의 입학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제군의 앞날에 영원(永遠)한 영광(榮光)이 깃들기를 기원(祈願)합니다.
감사(感謝)합니다.
1983년 3월 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