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공노(天人共怒)할 랑군 암살폭파(暗殺爆破)사건은 지금도 세인이 잘 기억하고 있다. 83년 10월 9일 상오 10시 28분쯤 (한국시간 12시 50분) 랑군 시내 아웅산 묘소 앞에서 전두환(全斗煥) 대통령의 참배에 배석하기 위해 도열해 있던 한국(韓國)대표단의 공식‧비공식수행원 15명이 중경상을 입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이 비극적 참사로 서석준(徐錫俊) 부총리 외에 이범석(李範錫) 외무부장관, 김동휘(金東輝) 상공부장관, 서상철(徐相喆) 동자부장관, 함병춘(咸秉春) 대통령비서실장, 심상우(沈相宇) 민정당총재비서실장, 김재익(金在益)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이계철(李啓哲) 주(駐)버마대사, 하동선(河東善) 해외협력위 기획단장, 민병석(閔炳奭) 대통령주치의, 강인희(姜仁熙) 농수산부차관, 김용한(金容瀚) 과기처차관, 이재관(李在寬) 대통령공보비서관, 이중현(李重鉉) 동아일보 사진부기자, 한경희 ‧ 정태진 경호원이 순직하였다.
이 사건으로 전(全)대통령은 순방계획을 취소하고 귀국하였으며, 10월 15일 전면 개각을 단행하였다. 장관급(長官級) 14명과 차관급(次官級) 9명이 새로 임명되었으며 진의종(陳懿鍾) 내각이 출범했다. 진내각(陳內閣)에 새로 입각한 인사로는 신병현(申秉鉉) 부총리, 이원경(李源京) 외무, 김만제(金滿堤) 재무, 이영호(李永鎬) 체육, 금진호(琴震鎬) 상공, 최동규(崔東奎) 동자, 김성배(金聖培) 건설, 손수익(孫守益) 교통, 김성진(金聖鎭) 체신, 이태섭(李台燮) 정무 제1, 조철권(趙澈權) 원호 등이고 대통령 비서실장에 강경식(姜慶植)씨, 서울시장에 염보현(廉普鉉)씨가 임명되었다. 나는 이규호(李奎浩) 박사의 뒤를 이어 제 26대 문교부장관으로 입각하였다.
한편 주영복(周永福) 내무, 배명인(裵命仁) 법무, 윤성민(尹誠敏) 국방, 박종문(朴鍾汶) 농수산, 김정예(金正禮) 보사, 정한주(鄭漢株) 노동, 이진희(李振羲) 문공, 박찬긍(朴贊兢) 총무, 이정오(李正五) 과기, 손재식(孫在植) 통일, 김영균(金永均) 법제 등은 유임되었다.
15일 오후 1시에 건강한 학교건설을 강조하는 다음과 같은 취임사를 하였다. 이 날은 서울대학교 개교기념일이기도 하였다.
친애하는 전국의 교직자(敎職者) 여러분! 오늘날 우리나라는 남북분단(南北分斷)의 특수한 상황과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많은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번 KAL기를 격추한 소련의 비인도적 만행이나, 미얀마에서 우리의 외교사절(外交使節)에 대하여 저지른 북한 공산 집단의 만행은 다시 한 번 저들의 침략적이고 파괴적인 본성을 전 인류 앞에 노출시킨 대표적인 본보기였습니다.
이러한 외부의 도전 앞에 우리는 의연히 대처하였고, 더욱 단합하여 우리 국민의 의지와 저력을 보여줌으로써 이 국가적 시련을 새로운 발전을 위한 도약대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항시 경계해야 할 것은 실망과 좌절입니다. 실망감이나 좌절감이 깃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진보나 영광을 기대 할 수 없고 오직 퇴보나 굴욕만이 있을 뿐입니다. 역사는 이 점을 잘 말해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교직자들은 올바른 시대적 사명감(使命感)과 신념(信念)을 가진 참신하고 유능한 새 일꾼을 기르기 위한 교육개혁 사업을 더욱 내실화함으로써 국가 발전의 기반을 다져 나갈 결의를 드높여야 하겠습니다.
제가 교육(敎育)에 대해 항시 생각하는 것은 무엇보다 건강한 학교를 만들어야겠다는 것입니다.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면 건강한 사회, 건강한 국가를 건설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라나는 세대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교육하는 데 총력을 경주해야 되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학교교육(學校敎育)을 통해서 성취해야 할 과제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건강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직자들은 건강한 인재를 길러 우리가 사는 사회를 건전하게 건설하는데 기여함으로써 보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하면 학교가 존립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오늘의 사회는 매우 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사회의 각 영역에서는 창조적 발전을 이루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건강한 교육기관으로 성장하면서 경쟁사회(競爭社會)를 살아갈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닌 학생들을 배양해 나가는 곳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 공석상에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편지 한 장 제대로 쓸 수 없다면 이런 사람은 현대 사회를 살아갈 수 없습니다.
교직자 여러분! 여러분들은 현대 사회를 살아갈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인재들을 양성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분들입니다. 여러분 개개인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국가(國家) 사회적(社會的)으로 볼 때 여러분 한 분 한 분은 비상한 책임(責任)과 임무(任務)를 맡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문교 행정의 막중한 책임을 맡으면서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 내는데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서 밀고 나가자, 이런 말씀을 전국의 교직자 여러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문교부는 문교부대로 이러한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여 여러분들을 지원하고 고충을 덜어 주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교육이 국가발전(國家發展)과 개인발전(個人發展)에 지대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새로이 해서 정부의 교육정책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시고, 이를 능동적으로 실현해 주시기 바랍니다. 중앙행정기관(中央行政機關)과 일선교육기관(一線敎育機關)이 혼연일체가 되어 새 시대, 새 역사를 열어가는 오늘의 국가적 소명 앞에 개척자로서의 역할을 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친애하는 교직자 여러분! 교육 행정의 책임자가 바뀌면 문교정책(文敎政策)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지나간 시대의 논리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문교정책(文敎政策)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생기고 하루아침에 없어질 수 있으며, 일관성 있게 굳은 의지로 추진되어야 할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문교행정(文敎行政)은 그 정책의 계속성(繼續性)이나 일관성(一貫性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중요하다고 믿고, 또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거의 일치된 요청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에게 주어진 임무는 교육개혁(敎育改革)을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제5공화국이 이미 결단하여 추진 중인 개혁을 계속하고 보완하고 정착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육자들이 그 동안 의연한 자세로 교육활동(敎育活動)에 정진해 온데 대하여 깊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