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37회 동기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학형으로는 임대순(任大淳)형이다. 임(任)형은 생존 시나 사후나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우리나라 내과학계의 거목이신 임명재(任明宰) 선생의 막내 자제인 관계로 나와는 일생을 통하여 친교를 맺어왔다. 중씨인 임정순(任正淳)선생이 서울의대의 내과교수였으며 나에게는 대선배가 되셨다. 안국동(安國洞) 네거리에 위치했던 안동의원(安洞醫院)은 대단히 유명했으며 나는 아무 증세도 없었는데 일부러 임명재(任明宰) 선생을 찾아뵙고 진찰을 받기도 하였다.
임(任)형은 학우를 돌보는 일이 하나의 취미이다. 학우에 관한 것은 미주알 고주알 다 알고 있다. 우리 동기들이 서로 소식을 알고, 봄 여름으로 모임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임(任)형 덕분이다. 국내에 있는 동기뿐만 아니라, 국외 거주자에 대하여도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아침이 되면 국내외의 동기들로부터 문의나 안부전화가 5~6통씩 걸려온다고 한다. 임(任)형이 아니였다면 우리 동기회는 이미 유명무실하게 되었을 것이다. 임(任)형의 갸륵한 행위는 경기동창회 내에서도 유명하다. 정보만이 문제가 아니라 동기들의 어렵고 궂은일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몸으로 때우는 경우도 허다하게 많다. 임(任)형의 존재는 거룩하기만 했다. 한때는 승마에 열중하기도 하였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동기회와 결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동기 중에는 이상하게도 판사나 검사가 없다. 법학을 공부한 동기는 몇 사람 있지만, 대부분이 교육자가 되었다. 대표적으로 서장석(徐章錫) 형이 있는데 경기고(京畿高) 교장, 서울시 교육위원회 부교육감, 서울 교육대학교장(敎育大學校長)등 요직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한양대(漢陽大)와 아주대(亞洲大)에서 강의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며 YMCA 총무로서도 활약이 컸었다. 법학을 공부한 학우 중 하나는 김용규(金容圭) 형이다. 오랫동안 경북대(慶北大) 교수로 있었으며, 법대 학장직도 맡았었다. 현재는 동 대학교 명예교수이다.
교육계로 진출하였던 학우는 상당히 많다. 고려대(高麗大) 명예교수인 김창환(金昌煥) 형, 인하대(仁荷大) 명예교수인 고경식(高瓊植) 형, 서장석(徐章錫) 형과 더불어 모교 교장을 지냈던 김인숙(金仁淑) 형, 고교 교장을 지냈던 김영진(金營瑨) 형, 김영진(金英振) 형, 박기동(朴琪東) 형, 양재락(梁在洛) 형, 심경섭(沈暻燮) 형, 영남대(嶺南大) 교수였던 박찬조(朴贊造) 형, 서울공대 교수이던 이정한(李晸漢) 형과 양흥석(梁興錫) 형, 서강대(西江大) 명예교수인 이보형(李普珩) 형, 서울공대 교수이던 민호기(閔虎基) 형 등 상당수에 이른다. 민선식(閔宣植) 형은 일찍 프랑스로 건너가 고체물리학자가 되었고, Nantes 대학의 학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의학계로 진출한 학형도 상당히 많다. 이대(梨大)교수이던 구연철(具然哲) 형, 대전(大田) 선(宣)병원장인 김종설(金鍾卨) 형, 메디칼센터원장, 주월 한국의료단장 등을 역임하였고 동기회 회장으로 활약한 바 있는 원로 안병훈(安秉勳) 형, 문경(聞慶)에서 개업하였고 현재는 서울에서 개업 중이며 현 동기회 회장인 유재훈(劉在勳) 형, 한양대(漢陽大) 명예교수인 소아과의 원로 이근수(李謹洙) 형, 결핵의 대가로서 서울에서 개업 중인 이돈석(李敦錫) 형, 서울에서 이비인후과의원을 경영하고 있는 홍보표(洪普杓) 형 등이 있다.
의학을 전공한 학형 중에는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김기현(金琪鉉) 형은 캘리포니아주 Saratoga에서, 나ㅘ 사돈관계인 송태섭(宋台燮) 형은 델라웨어주 Claymont에서 개업 중이며, W.H.O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한응수(韓膺洙) 형은 L.A. 에서 활략을 계속하고 있다. 윤영선(尹暎善) 형은 뉴저지주 Hampton에서 활약하고 있다.
외교관으로서는 일찍이 외무부차관을 역임한 후 주 독일대사, 주 영국대사, 주 캐나다대사 등 요직을 역임한 전영주(全永周) 형이 있다. 전(全)형은 사실상 우리나라 외교(外交)의 선구자이며 역사의 증인이다. 꼼꼼한 그의 성격은 시행착오나 실수를 초래하지 않았다. 주 독일대사로 일하던 시절 Bonn으로 방문하였는데, 그때 나에게 들려준 전(全)형의 이야기가 지금도 머리에 남아있다. 차관(借款)을 많이 얻어내는 대사(大使)가 능력 있는 대사로 평가된다는 내용이다. 당시의 우리나라 사정을 잘 말해주는 이야기다. 수단껏 외국으로부터 차관을 많이 얻어내야만 했던 것이다. 주 캐나다대사로 활동하고 있을 때, 나는 Ottawa에 가서 그를 만난 일이 있다. 외교관이 얼마나 어려운 일을 해야 되는가를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다.
장윤걸(張潤傑) 형도 외교관으로서 독보적인 존재를 과시하였다. 주 일본대표부, 주 독일대사관 등에서 실력을 발휘하였으며, 그 후 의전국장 재직 시에는 가히 역사적인 일을 하기도 하였다. 즉, 1960년 4·19학생 의거 후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 하야(下野)하고 하와이로 망명하셨는데 그때 이(李)대통령의 여권을 발급한 책임자가 바로 장(張)형이다. 당시 대통령 권한대해이시던 허정(許政)박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여권발급 문제로 장(張)형은 그 후 국회에서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4·19이후 얼마 되지 않아 6월에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내한하였다. 그때 운집한 군중의 수는 대단하였다. 나도 서울시청 근처까지 갔다 실크햇을 쓰고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안내하던 장(張)형의 모습을 바라보고 대견하게 생각했던 일이 회상된다. 장(張)형은 일시 외무부에서 물러났다가 다시 기용되어 주 시애틀 총영사와 우루과이 대사(大使)를 역임하였다. 현재는 한미친선협회 사무총장으로 근무 중이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상배한 후 허(許)대통령 권한대행의 서랑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문종률(文鍾律) 형도 우리 동기에서 배출된 외교관의 한 사람이다. 실무에 밝은 인사이며 주 삿포로[札幌] 총영사, 주 볼리비아대사 등을 역임하고 현재는 프랑스 특허협회 한국지부 수석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한때 신동영(申東英) 형도 외무부에서 일한 적이 있다. 해외활동은 거의 없었고 주로 본부에서 근무하였다. 벌써 전에 유명을 달리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