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대의 설치에 관하여는 많은 오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기존 사범대학에서 반발이 심했다. 원래 설치안이 서울사대(師大)의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 거론되다가 한국교육개발원(韓國敎育開發院)에서 성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대학설치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그 사정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위치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으로 결정됨에 따라 반대의견이 거세졌다는 견해도 있다. 정권 연장의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인사도 있었다. 교원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취임 초부터 이 문제는 심각하였다. 나는 어느 단계까지는 아무 말 말고 참고 견디기로 하였다. 어느 정도 실력을 올리고 존재를 과시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이 문제에 정정당당하게 대처하도록 작심하였다.
취임당시 교수로는 교수부장 박한식(朴漢植) 박사, 대학원장 이원설(李元卨) 박사, 교무처장 윤덕중(尹德重) 박사, 학생처장 손인수(孫仁銖) 박사, 생활관장 권이종(權彛鐘) 박사를 포함해서 교수 4명, 부교수 4명, 조교수 9명, 전임강사 6명으로 총 23명이었다. 박(朴) 교수는 서울대(大) 사대(師大)에 오랫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다. 사대학장 등의 요직을 거친 수학자(數學者)인데 교무행정의 권위자이고 교원대 창설에 공이 많은 분이다. 서울사대의 교수직을 물리치고 교원대에 온 것은 그의 사명감 때문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이(李) 교수는 곧 한남대학(韓南大學) 총장으로 부임하였다. 미국 오하이오 노던대학 출신인 사학자이며 경희대(慶熙大) 부총장을 거쳐서 교원대로 온 분인데 나와는 함께 일할 기회가 없었다. 윤(尹) 교수는 서울대 문리대(文理大)를 졸업한 후에 미국에서 범죄사회학을 공부한 분이며 교원대에 오기 전에는 정신문화연구원(精神文化硏究院)에서 교편을 잡았다.
손(孫) 교수는 연세대(延世大)출신으로 교육학 전공이며 서울시립대와 정신문화연구원(精神文化硏究院)에서 교수생활을 한 바 있다. 권(權)교수는 독일에서 연구를 하였으며 청소년문제의 전문가이다. 전북대(全北大)에서 교편을 잡다가 교원대로 온 분이다. 생활관(生活館)이라고 하는 것은 기숙사를 말한다. 1 · 2학년 학생은 의무적으로 생활관 생활을 하게 되어 있는데, 이 생활이 교원대에서는 하나의 특징으로 부각되어 있다.
어떤 경우이건 사람이 문제인데 부임한 후 제일 먼저 봉착한 것이 비서의 물색이었다. 주위에서 적격자를 찾아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문교부에 부탁을 하였더니 노연홍(盧然弘) 사무관을 보내주었다. 노(盧) 사무관은 외국어대(外國語大) 노어과(露語科) 출신인데 행정고시 합격 후에 수습기간을 거치자마자 나에게 온 것이다. 비서실장 겸 수행비서로 언제나 나와 함께 생활을 한 셈인데 대단히 유능한 젊은이라는 것을 점차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단단하게 인연이 맺어졌다. 내가 보사부장관으로 부임한 후 노(盧)사무관을 수행비서로 데려왔으며 완전히 보사부직원이 되었다. 보사부에서도 그의 활동은 눈부신 면이 호평을 받고 있다. 내가 보사부에서 물러난 후에 잠시 실무를 담당하다가 차관 비서관으로 차출되었다. 그 후에는 영국으로 건너가 보건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총장에 취임한지 2개월여가 지나서 나는 전두환(全斗煥) 대통령에게 한국교원대의 업무추진 상황을 보고 하였다. 보고 끝머리에 개교기념 행사를 10월중에 가질 예정이라고 하였더니 그때쯤 학교를 방문하겠다고 하신다. 오전 11시 대학운동장에서 거행된 한국교원대(韓國敎員大) 개교기념식에서 전(全)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치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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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두환 대통령이 한국교원대학교를 내방했다(1985. 1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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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선진도약의 보람찬 연대를 열어 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교육이 국가적 과업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여러 후진국 요인들을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 교육의 선진화를 우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교육의 주체이며 교육헌장을 책임맡고 있는 교원 스스로의 자세정립과 역량강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교원대학교(韓國敎員大學校)는 교원교육의 종합화와 시범화를 통해 바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선진교사상(先進敎師像)을 확립할 사명을 안고 문을 열게 됐다.
국난극복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교육의 크나큰 공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의 교육 현실이 적잖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었던 사실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경제와 사회 등 각 부문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증대되는 인력(人力) 수요를 감당할 수 있도록 양적확충과 아울러 교육의 질적 향상과 내실화가 요구되고 있다.
스스로의 길은 교육에 대한 정열과 숭고한 사명감 없이는 택할 수 없는 어려운 길이다. 다라서 비록 여건이 어렵고 많은 난관이 닥치더라도 결코 좌절하는 일이 없이 교단을 꿋꿋이 지켜나갈 굳은 각오와 천직 의식(天職 意識)이 교육자에게는 요구된다.
교육자에게 가야 할 길을 명시하신 것이다. 그리고 교원대가 가야 할 길도 명확하게 제시하신 것이다.
이날 개교식에는 손제석(孫製錫) 문교부장관, 박권흠(朴權欽) 국회문공위원장, 국회문공위원, 도내출신 국회의원, 각 국립대 총 · 학장, 국 · 사립대학장, 교대학장, 강우혁(康祐赫) 충북(忠北)지사 등 주요기관장, 유성종(劉成鍾) 교육감 등 각 시 · 도 교육감, 학부형대표 등 많은 교육계, 학계인사와 재학생 및 교직원들이 참석하였다.
나는 기념사를 통해 “한국교원대(韓國敎員大)는 교육개혁을 위하여 설립되었으므로 교직원과 학생 모두는 미래를 조망하는 슬기와 줄기찬 정열, 지칠 줄 모르는 노력으로 교원대학교를 선진교육의 본산이 되게끔 가꾸어 나가겠다”고 다짐하였다.
개교기념식에 이어 교원연수원(敎員硏修院)기숙사 기공식이 있었다. 국가원수의 내교는 우리들에게 크나큰 자극이 되었다. 건축공사도 가속화되었고 주변 환경 정비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전(全)대통령의 내교를 계기로 나는 교원대(敎員大)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