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생들이 고연령(高年齡)인 점을 감안하여 나는 이들의 건강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보건진료소(保健診療所)를 설치하였지만 의사를 구하기 힘들었다.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결국 공중보건의사(公衆保健醫師)를 배치 받는 데 성공하였다.
나는 교원대를 올바르게 인식시키는 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였다. 한편으로는 예기치 못했던 일이 생기기도 하였지만 나는 낙천적(樂天的)으로 나의 길을 걸었다.
87년 3월 12일자 조선일보(朝鮮日報)는 ‘명문(名門) 굳히는 한국교원대(韓國敎員大)’라는 제하에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싣고 있다.
충북 청원군 강내면 다락리 산 7번지 일대에서 중장비의 굉음이 울리기 시작한 지 4년. 방치되다시피 했던 구릉지대 23만 평에 아담한 캠퍼스가 들어섰다.
아직 캠퍼스 조성공사가 진행 중이고 조경(造景)이 안 된 상태여서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지만, 그 속에서 한국 교육의 미래를 담당할 1천 5백여 ‘예비교사’들이 새 학기 설계에 분주하다.
“이제 당초 모교의 절반 정도를 갖춘 셈입니다. 89년까지 나머지 시설이 완비되면 명실 공히 종합교원 양성기관으로서의 면모를 자랑하게 될 것입니다.”
권이혁(權彛赫) 총장은 “국립인 교원대의 성장과정을 돌이켜볼 때 이 정도로 일구어 놓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며, 지금도 교육을 하는 데는 큰 불편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갖추고 있는 시설은 강의실 3동, 학생기숙사 4동, 교수아파트 1동, 식당 및 관리동 1동, 교원 연수원 기숙사 1동, 기타 2동 등 모두 4만 5천8백㎡로 주로 ‘수용’을 위한 기본 시설들이다.
도서관 · 학생회관 · 교원연수원 건물 등은 짓고 있는 중이며, 음악관 · 사회과학관 · 대학본부 · 강당 · 교수회관 · 진료소 등은 내년에 착공할 예정이다. 그동안2백27억 원이 시설 예산으로 소요됐고, 앞으로 2백10억 원 정도가 더 투입된다.
“설립초기에는 ‘옥상옥(屋上屋)’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셌고 지금도 그런 견해가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권(權) 총장은 흔히 교원대를 기존 사범대나 교육대와 평면 비교한 나머지 ‘그러지 않아도 교원 적체가 심각한 터에 막대한 국고를 들여 새로 양성기관을 설립할 게 뭐냐는 일부의 비판에 대해 인식부족이라고 단언했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려면 투철한 사명감(使命感)과 확고한 교육관(敎育觀)을 가진 교사를 양성해야 합니다. 따라서 교원대는 교육에 헌신할 인재의 양성과 현직교원의 자질 향상을 위한 새롭고 시범적인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기존교원 양성체제 및 교단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실험적인 종합대학교인 셈입니다.”
그래서 교원양성에 치중돼 있는 사범대와 교육대와는 달리, 양성뿐 아니라 연수 · 연구 등 3대 기능의 수행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
교원연수를 통해 교장연수를 실시, 재교육(再敎育) 기회를 부여하고 교육행정요원(敎育行政要員), 교과(敎科) · 교육(敎育)요원, 장학직(獎學職)요원을 대학원생으로 선발, 전문교육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연구 기능은 교과교육과 병행, 새로운 모델의 개발 · 실험 등을 통해 살려나간다는 게 기본 목표이다.
박한식(朴漢植) 교수부장은 “그래서 교육방법도 기존 교육기관과는 다른 점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이 대학에서는 타 대학에 비해 10점이 많은 150학점 이상을 이수토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교수 ·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교수진을 풀제(制)로 운영하고 있다. 즉, 교원 양성분야에 따라 유아교육과(幼兒敎育科)와 초등교육과(初等敎育科)는 제1대학, 중등(中等)교원 코스중 인문사회계는 제2대학, 자연과학 및 예 · 체능계는 제3대학으로 단과대학을 구분해 놓았으나, 교양교육은 함께 받고 또 전공분야에서도 과목이 같을 경우는 혼합해 수강한다. 수강인원은 40명이 넘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다.
19개학과 5백20명인 신입생도 일반지원이 아닌 시·도 교위(敎委) 추천을 거쳐 선발한다. 올 신입생들의 평균성적은 2백80점대이라고 85년에 개교, 현재 3학년까지 있다. 이 대학의 가장 큰 특징은 2학년까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점일 것이다.
교과학습 외에 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인성(人性), 즉 협동심 · 질서의식 · 교양 등을 폭넓게 연마토록 한다는 목표 아래 무료로 생활관에 수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 나타나는 일차적인 목표는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 교수 · 학생 간의 긴밀한 유대라고 박(朴)교수부장은 말했다.
주변에 마땅한 거처가 없다거나 비용 등의 문제가 곁들여지긴 했으나 ‘의무수용’이 지난 3학년생들도 대부분 유료기숙사생활(월6만여 원)을 자원했다고 박(朴)부장은 전했다.
입학금 및 수업료는 면제되며 기성회비(연간 이공계 58만 8천원, 인문·사회계 48만원)만 낸다. 또 26.5%의 학생들은 교내의 장학금으로 기성회비도 감면받는다. 졸업 후에는 추천, 시 · 도에 전원 배치된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두고 보십시오, 90년대, 나아가 2천년대는 종합교원(綜合敎員) 양성기관(養成機關)으로 한국교육의 미래를 선도하게 될 것입니다.”
서울대총장, 문교부장관을 거친 권(權)총장은 “그러한 기대와 포부가 있기에 하루하루가 새롭고 또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청원(淸原), 고학용(高學用)기자>
현재 예비교장(豫備校長)을 위한 연수과정은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고 하겠으며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특강을 하기 위하여 내려가곤 하는데 그 때마다 교원대(敎員大)의 발전상을 보고 흐뭇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