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림픽대회(大會)에 이어 10월 15일부터 24일까지 10일 간 제8회 장애자(障碍者) 올림픽대회(大會)가 열렸다. 장애자 스포츠의 발전을 도모함과 동시에 선진복지사회(先進福祉社會)를 구현하겠다는 정부의 결단과 장애자에게 사랑과 용기를 심어 주자는 국민들의 뜨거운 염원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배전(排戰)과 극복(克服)’, ‘평화(平和)와 우정(友情)’, ‘참여(參與)와 평등(平等)’을 대회의 기본이념(基本理念)으로 하고 모든 장애자가 신체적 · 정신적 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인간승리(人間勝利)의 대제전(大祭典)이 마침내 서울에서 전개된 것이다. 전 세계 5억 장애자의 가슴에 참된 용기(勇氣)와 극복(克服)의 꽃을 피워주고 전 인류에게 인간의 존엄성(尊嚴性)과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희망의 빛을 던져주며 한편으로는 우리의 5천년 민족사(民族史)에 완전한 국민화합(國民和合)과 사회정의(社會正義)를 실현토록 하는데 목적을 두었던 것이다.
장애자 올림픽 즉 패럴림픽(Paralympic)은 하반신 마비를 뜻하는 Paraplegia와 Olympic의 합성어로 1964년 동경(東京)대회 때부터 쓰이기 시작하였다. 그 후 대회가 거듭되면서 참가선수의 폭이 넓어져 척수장애자 외에 시각장애자, 절단 및 기타장애자, 뇌성마비 등의 장애자를 포함하게 되자 IOC에서 Paralympic의 ‘para’를 라틴어의 ‘부수적(附隨的)인 (attached to)’ 또는 ‘준(準)’이라는 뜻으로 정의하여 일반올림픽과 함께 열리는 올림픽이라는 공식적인 해석을 내렸다. 한마디로 장애자도 정상인과 다름없이 평등함을 확인하는 대회이며 장애자도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인간실현(人間實現)의 장인 것이다.
장애자 올림픽의 창시자인 영국의 L. Guttman 박사는 스포츠가 장애자들의 치료와 재활(再活)에 탁월한 임상효과가 있음을 밝혀내고 전쟁기간 중 척수를 다친 상이용사를 중심으로 1948년에 제1회 영국 국내 척수장애 상이용사 체육대회를 개최하였다. 1952년에는 이 대회를 발전시켜 국제장애자경기연맹(國際障碍者競技聯盟)이라는 스포츠기구를 설립하게 되었다. 그 후 연차적으로 대회규모를 확대해 나갔으며 IOC와 협력관계를 다져나간 끝에 1960년에 제17회 하계올림픽이 열린 이탈리아 로마에서 제1회 장애자 올림픽대회가 개최되었으며 이 때부터 하계올림픽 개최 년도에 장애자 올림픽도 개최하는 것이 관례로 되었다.
그러나 장애자 올림픽에 대한 인식은 빈약했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대회가 개최되기까지는 1960년부터 7회에 걸쳐서 대회가 열렸지만 1968년 멕시코대회와 1980년 모스크바대회 때는 개최국 사정으로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네덜란드 안헴에서 각각 개최되었다.
제8회 서울 장애자 올림픽대회는 세계장애자 스포츠기구 국제조정위원회(The International Coordinating Committee of World Sports for the Disabled, ICC)가 결성된 후 사실상의 첫 통합대회로서 장애자(障碍者)의 신체적(身體的), 정신적(精神的) 자질(資質)의 발전을 도모하여 재활(再活)과 사회적응(社會適應)의 바탕을 이룬다는 기존의 장애자 올림픽 이념을 뛰어넘어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장애를 극복하고 진정한 자기실현(自己實現)을 이룩하도록 이끈다는 적극적 이념을 마련했던 것이다.
세계 61개국에서 3,053명의 선수와 더불어 국제기구요원 100명, 경기기술임원 687명, 보도진 650명이 참가하였다. 또한 조직위원회(組織委員會) 요원 249명, 자원봉사(自願奉仕)요원 5,911명, 지원(支援)요원 5,804명, 단기고용요원 252명 등 12,216명의 대회운영위원(大會運營委員)이 참가하였다.
올림픽 때와는 달리 장애자 올림픽에 대해서는 보건사회부(保健社會部)가 전적으로 행정상의 책임을 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관심은 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장애자 올림픽 조직위원회(組織委員會)가 결성되고 고귀남(高貴男) 위원장(委員長)을 중심으로 하여 모든 인사가 합심하여 뛰었다. 조직위원회의 여러분과 보사부(保社部)의 관련 인사가 호흡을 같이하고 서울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밀어준 것이 대회를 성공으로 이끈 주요 요인이었다는 것을 지금도 흐뭇하게 생각한다.
대회 상징으로 휘장과 마스코트가 선정되었다. 휘장의 태극(太極) 무늬는 우리 민족고유의 문양에서 따온 것으로, 다섯 개의무늬를 W자 형태로 배열한 것은 세계 5대양과 6대주 나아가 스포츠를 통한 전 세계의 모든 장애자의 화합(和合)과 단결(團結)을 의미한다. 다섯 개의 태극(太極) 무늬를 수평하게 배열한 것은 평등(平等)과 인도주의(人道主義)를 표현한 것이 아울러 전체 형태가 물결치는 모양으로 그려진 것은 약동하는 장애자의 극복의지(克服意志)를 강하게 나타낸다.
마스코트는 두 마리의 아기 반달곰이 2인 3각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선정하였다. 장애자(障碍者)와 정상인(正常人)이 서로 힘을 합쳐 활기차게 살아간다는 뜻이다. 곰은 미련하다는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실제로는 영특한 지혜(智慧)와 불굴의 용맹(勇猛)을 함께 갖춘 동물이며, 단군신화의 웅녀이야기에서 보듯이 무던한 끈기를 지닌 동물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대회꽃이 선정되었다. 코스모스가 대회꽃으로 정해졌다. 한들한들 거리는 그 모습이 나약한 듯 하면서도 아무 땅에서나 싹을 틔우고 순결한 꽃을 피워 가을하늘 아래 드러내는 코스모스의 자태는 소외(疎外)와 차별(差別)속에서도 장애극복(障碍克服)의 의지를 불태우는 5억 장애자의 모습 그대로이다. 임원들에게 꽃씨를 선사하고 코스모스 노래를 제작하여 배포하고 T셔츠를 나누어 주어 한국인(韓國人)의 평화애호의지(平和愛護意志)를 전 세계인에게 전하기도 하였다.
드디어 10월 15일 오후 2시 40분에 개회식(開會式)이 열렸다. 5시까지 2시간 20분 동안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펼쳐진 개회식(開會式)은 인류 역사상 일찍이 없었던 잔치였다. 장애자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인류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식전 공개행사, 공식행사, 식후 공식행사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1만여 명이 출연하는 식전, 식후행사는 서울올림픽대회 개회식 때의 레퍼토리 중 일부는 장애자의 의지를 진솔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대체한 것이어서 그야말로 감동(感動)과 감격(感激)을 안겨 준 내용이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올림픽과 장애자 올림픽이 연계된 일은 일찍이 없었던 일로서, 이 사실만으로도 제8회 서울장애자 올림픽대회는 새로운 역사를 창출한 대회였다. 일부에서는 올림픽으로 기진맥진한 상황에서 장애자 올림픽이 과연 뜻한 대로 활기있게 진행되겠느냐는 의구심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걱정은 기우(杞憂)였다. 우리 국민은 장애자 올림픽을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멋있고 알차게 해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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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회 서울장애자올림픽대회 시청 앞 성화 채화(1988.1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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