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상으로 빈약한 학술원의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학술원 연구재단(學術院 硏究財團)이 1986년 4월 16일 법인(法人)으로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이 재단 역시 빈약하여 회장으로 취임하였을 때 1억9천7백만 원의 기금밖에 없었다. 나는 취임한지 얼마 안 되어 안병화(安秉華) 한전사장(韓電社長)을 만나 학술원 현황에 관한 설명을 하고 연구재단기금을 찬조해 달라고 졸라댔다.
안(安)사장은 6공 초기내각에서 상공부장관직을 맡고 많은 활동을 한 바 있었다. 나에게는 중학교 후배인데다 중학 동기생인 안병훈(安秉勳) 형의 계씨이기도 하여 나는 언제나 친밀감을 느끼고 있다. 안(安)사장은 어려운 용단을 내리고 1억 원을 기금으로 찬조했다. 포항제철(浦項製鐵) 황경로(黃慶老) 회장에게도 비슷하게 접근했다. 당시 경제기획원장관 겸 부총리였던 조순(趙淳) 회원도 한몫 거들어 주었다. 황(黃)회장 역시 용단을 내려 1억 원을 기금으로 찬조하였다.
이리하여 92년 말 현재로 기금은 3억9천7백만 원으로 늘어났다. 학술원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의 하나가 이 기금을 증자하는 것이라고 나는 판단하고, 93년에는 기업체 등에 설명하여 기금확충을 하고자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문민정부(文民政府)가 출범한 후 이 길은 막히고 말았다. 사정과 개혁의 여파로 이 계획은 실천에 옮겨지기 힘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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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삼 대통령이 학술원 회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옆에 잇는 분은 이홍구 총리 (1996. 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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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세상을 떠나시는 회원에 대하여 예의를 갖추지 못하는 일이다. 생애를 학문에 바치신 회원님에게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데 대하여는 사족(蛇足)을 붙일 필요가 없는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였다. 내가 회장으로 취임한 후에도 92년 하반기에 전풍진(全豊鎭) 회원님과 이태규(李泰圭) 회원님께서 유명을 달리하셨다. 그러나 학술원의 입장에서는 예의를 갖출 길이 없었다. 나는 상조회(相助會)를 발족시키기로 작심하고 기회를 엿보았다. 상조회(相助會)의 규정은 이미 마련되어 있었으나 일부 회원의 이견(異見)이 있어서 유보상태에 있었다.
나는 92년 10월 15일 제63차 임시총회에서 느끼고 있었던 바를 설명하고 상조회(相助會) 발족을 제의하였더니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세부사항은 임원회에 위임하도록 의결하였다. 93년에 접어들면서 상조회(相助會)는 기능을 시작하게 되었다. 회원의 8순, 9순을 축하해 올리고 이환시(罹患時)에 약간의 위문금을 전하며 작고회원에 대하여 조의금(弔意金)을 올리는 것이 그 내용이다. 매월 1만원씩을 수당에서 공제하는 것이니 금액상으로는 보잘것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상조회(相助會)가 발족한 후에는 다소나마 예의를 갖추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93년 10월 4일부터 5일간 칠레의 수도인 Santiago에서 개최된 국제과학연합임원회(International Council of Scientific Unions)에 장세헌(張世憲) 회원과 함께 한국 대표로 참석하여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또 느낀 바도 컸다.
이 회의에는 세계 각국의 학술원(學術院)이나 관련 단체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참석했는데, 우리나라도 국가회원(國家會員)(national member)의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표의 경우에는 표결권을 행사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권한이 부여되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이 회의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자의 UN 총회라고도 할 만한 이 회의에는 300여 명의 학자들이 참석하여 각 분야에서 진지한 토론을 거듭하였으며, 국제적인 정책을 세우는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나는 이 회의에서 환경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진데 대하여 많은 감명을 받기도 하였다. 92년 6월 Rio회의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까닭에 더욱 그러했다. ASCEND(an Agenda of Science for Enviroment and Development into the 21st Century)가 이미 91년에 ICSU 산하에 설치되어 Rio회의에 대비하였고 현재도 Rio선언의 실천사항을 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자신의 지식이 부족한 것을 새삼 느끼기도 하였다.
ICSU 산하에는 이미 86년에 IGBP(International Geosphere Biosphere Programme)이 설치되어 많은 나라가 참가하고 있는데 우리 학술원은 아직도 회원국으로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기도 하였다. 귀국하는 길에 나는 Rio de Janeiro를 재차 방문하여 전년의 경험을 되새겨 보기도 하였다.
나는 Santiago회의에서 영국의 학술원 Royal Society와 정식으로 교류 협정서에 조인하였다. 즉 영국학술원과의 교류가 정식으로 시작된 것이다.
귀국 후에는 10월 30, 31일 우리 학술원에서 개최된 FASAS(Federation of Asian Scientific Academies and Societies)임원회에서 각국사이에 교류문제를 심층 토의하였다. 국제 교류의 증진이 우리 학술원 설치의 목적의 하나인 점을 감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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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의학아카데미에서 곡홍박사 내외와 (1995. 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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