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에 경기도민회가 출범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회원수첩이나 잡지 ‘경기인(京畿人)’을 통해서 내 자신이 고문의 한 사람으로 되어 있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경기도민회의에 참석해 본 일은 없었다. 초대회장 남덕우(南悳祐) 전(前)총리를 거쳐서 제2대 회장으로 민관식(閔寬植) 의장이 활동 중에 계신 것도 알고 있었다.
90년 11월 하순의 어느 날 민(閔)의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과총(科總)회장실에 있을 때였다. 경기도민회의 회장직을 맡아줘야겠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그렇게 시간을 뺏는 일이 아니니 맡으라고 하셨다. 펄쩍 뛰었다. 고집부리지 말라며 전화기를 덜컥 놓으셨다. 그날 밤 10시 반 경에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낮에 전화기를 내려놓은 것을 섭섭하게 생각지 말라고 하시며 이제는 다른 말 말고 회장직을 맡도록 하라는 분부이셨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적격자가 아니라는 것을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정치력이 있는 것도 아니요, 재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도민회에 대한 열성분자도 아니다. 그런데 민(閔)의장의 엄명이고 보니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후에 알고 보니 이미 운영위원회(運營委員會)에서 결정되었다 한다. 임원개선이 있을 때에는 운영위원회에서 회장후보를 선출하고 총회의 인준을 받도록 되어있다. 부회장과 감사는 총회에서 신ㆍ구 회장이 중심이 되어 구성한다는 것이다.
90년 12월 6일 저녁에 신라호텔 ‘다이너스티’룸에서 경기도민회(京畿道民會) 총회가 열렸다. 직전 회장인 남덕우(南悳祐) 전 총리를 비롯하여 경기도 출신 국회의원 이재창(李在昌) 당시 지사와 역대 경기도지사, 시민회(市民會)와 군민회(郡民會) 임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회원이 모여서 성황을 이루었다.
총회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임원개선의 순서가 되자 회장은 만장일치로 인준되었고 민관식(閔寬植) 회장과 이재창(李在昌) 지사, 김태경(金泰卿) 전 지사, 임사빈(任仕彬) 전 지사, 조용락(趙庸樂) 상임부회장 그리고 내가 전형위원이 되어 임원진을 선출하고 총회의 인준을 얻었는데 그 명단은 다음과 같다.
명예회장：남덕우(南悳祐), 직전회장 : 민관식(閔寬植), 상임부회장 : 임사빈(任仕彬), 부회장 : 강창성(姜昌成)(명지대 교수), 김용산(金用山)(극동건설 회장), 김태경(金泰卿)(변호사), 오성환(吳成煥)(변호사), 용태영(龍太瑛)(변호사), 유 훈(兪 焄)(서울대 교수), 조성옥(趙成鈺)(대한항공 고문), 조용락(趙鏞樂)(변호사), 김영광(金永光)(자유총연맹 사무총장), 윤종현(尹宗鉉)(평화문화연구원장), 윤항열(尹恒烈)(전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오자복(吳滋福)(방직협회장), 김유복(金遺腹)(서울 고속터미널 사장), 이규이(李圭貳)(새마을금고 연합회장), 이종호(李宗鎬)(중외제약 회장), 민경천(閔庚天)(서울시 교육회장), 감사 : 남영우(南永祐)(삼천리 고문), 방효선(方孝宣)(세무회계사).
도민회에 관하여 지식이 없던 나의 입장에서는 임사빈(任仕彬) 전 지사가 상임부회장으로 취임할 것을 승낙해준 것이 무엇보다도 반가웠다. 왜냐하면 경기도민회를 뒤에서 밀어준 분이 바로 임(任)지사였기 때문이다. 김용래(金庸來) 장관이 경기도지사 재임 시에 출범했고 임(任)지사 시절에 확고한 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장학관(獎學舘) 건립과 운영이 전적으로 임(任)지사의 의지와 노력의 덕분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일이다. 상임부회장과 유준모(柳俊模) 사무국장을 통해서 도민회에 관한 설명을 가끔 듣곤 하였다.
90년 12월 24일 오전에 나는 처음으로 도민회 사무실과 장학관을 방문했다. 사무실은 충무로(忠武路) 3가의 극동빌딩에 있었는데 이 빌딩의 소유주인 김용산(金用山)씨의 특지에 의한 것이다. 경기도 장학관은 쌍문동(雙門洞)에 있다. 임사빈(任仕彬) 상임부회장이 경기도백으로 재직 시에 건립한 1,500평 건물이다. 경기도 출신 대학생을 수용하고 있었는데 경기도의 배려가 없어서는 운영이 어려운 상태인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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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민회 회장단 / 알줄 왼쪽부터 민관식 직전 회장, 나, 남덕우 명예회장, 뒷줄 왼쪽부터 조영락 부회장, 김태경 부회장, 임사빈 상임부회장 (1991. 5.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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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에는 임사빈(任仕彬), 오자복(吳滋福), 김유복(金遺腹) 제씨와 함께 불우시설을 방문하였다. 성탄절 전날이어서 더욱 뜻이 깊었다. 동두천(東豆川)시에 소재하는 애신보육원(愛信保育院)과 고양군 벽제읍 관산리(高陽郡 碧蹄邑 官山里)에 있는 신양양로원(信養養老院)에 가서 위문품을 전달하였다. 보육원에는 55명의 18세 이하 어린이들이 있었다. 마침 방학 중이어서 전원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조금도 구김살이 없고 명랑하였다. 양로원(養老院)에는 평균연령이 80세인 노인 72명이 있었다. 무의무탁한 노인들인데 대단히 건강하게 보였다. 운영난으로 의료시설이 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보사부장관 시절에 불우시설을 방문한 경험이 있어서 생소하지는 않았다. 이 위문방문이 도민회장으로서는 첫 행사였다.
도민회에 대한 임사빈(任仕彬) 상임부회장과 유준모(柳俊模) 사무국장의 노력과 정열은 대단하다. 임(任) 전 지사는 92년 3월 24일에 실시된 총선에서 동두천 양주(東豆川 楊州) 출신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정치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임(任)의원은 의정활동을 힘차게 전개하는 한편 국회 민원실장(民願室長)으로서도 타인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도민회를 위하여 배전의 활동을 아끼지 않고 있다.
도민회가 창설될 때부터 사무국장직을 맡고 있는 유(柳)씨는 도민회를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원래는 충북(忠北)태생이지만 오랫동안 경기도청(京畿道廳)에서 공직생활을 해왔으며 누구보다도 경기도(京畿道)를 아끼는 사람이다. 장학관장직을 겸하고 있는 유(柳)국장은 누구보다도 앞서가는 경기도민의 한 사람이다.
92년 12월 10일 저녁에 도민회 총회가 라마다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렸다. 약 5백 명의 회원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나는 단임제를 주장하면서 새 회장을 선출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그대로 유임해 달라는 분위기가 강해서 주저앉고 말았다. 물론 총회에서는 요식절차를 밟는 것뿐이고 사전에 회장단회의, 운영위원회 등에서 방침이 굳어졌던 것이다.
부회장으로는 김영광(金永光), 김용산(金 用山), 김유복(金遺腹), 김태경(金泰卿), 남영우(南永祐), 민경천(閔庚天), 방효선(方孝宣), 오자복(吳滋福), 용태영(龍泰瑛), 유 훈(兪 焄), 윤종현(尹宗鉉), 이종호(李宗鎬), 임사빈(任仕彬), 조성옥(趙成鈺), 조용락(趙庸樂)씨 등 16명이 선출되었고, 감사로는 원병의(元秉義), 이덕구(李德求) 양(兩)씨가 선임되었다. 총회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고 식사 후에는 초청가수를 중심으로 여흥이 이어졌다.
92년 총회는 얼마 후인 18일에 있을 대통령선거 투표일을 앞두고 열렸던 관계로 여러 가지 의미에서 신경이 쓰이기도 하였다. 나는 개회사나 회장 당선인사를 통해 ‘안정(安定)속의 개혁(改革)’이라는 구호를 되풀이 강조하였다. 내놓고 특정후보를 지지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이러한 식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은 민자당을 탈당하였기 때문에 여당이었던 민자당은 여당이라고 할 수 없었으며, 내각도 중립내각이어서 종전에는 맛볼 수 없었던 사회분위기 속에서 대선이 진행되었다.
결과는 민자당의 김영삼(金泳三) 후보가 예상외로 많은 득표를 하여 압승하였고, 32년 만에 문민정부(文民政府) 탄생의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경기도민회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대선에 적극 참여하여 문민정부를 수립하는데 앞장서자고 다짐하였다. 그리고 경기도민의 목소리도 높이자고 외치기도 하였다.
도민회장(道民會長)으로서 나는 회원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수 없이 들어왔다. 한마디로 경기도민회의 존재를 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민회 회원의 단결에는 어디엔가 어수룩한 점이 있다. 우리들의 목소리를 높이자고 외치기는 하지만 구호로만 그치는 경우가 비일비재이다. 도민회 사업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으뜸가는 것은 역시 장학사업이다.
장학금을 수여하는 외에 장학관(獎學舘)이 있어 경기도(京畿道) 출신 남녀 대학생 238명을 수용하고 있으며, 근년에는 대학원생도 받아들이고 있다. 93년 10월 현재 대학생 221명, 대학원생 17명이다. 93년 10월 현재로 63억 원의 기금이 마련되어 있으며 장학사업은 비교적 활발하다. 장학사업은 재단법인 경기도민회장학회(財團法人 京畿道民會獎學會)가 관장하고 있는데 그 임원은 특수한 경우를 빼놓고는 도민회(道民會) 임원과 일치시키고 있다. 88년부터 93년도까지 총 1,589명에게 9억3천1백만 원의 장학금이 지급되었다.
연 2회 고적탐방행사도 실시되고 있다. 전에는 연 1회 실시하였으나 회원들의 참여율이 높아 2회로 늘렸다. 93년 6월 23일에는 이천군(利川郡)을 대상으로 한 고적탐방이 있었는데 이 행사에는 예상외로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여 사절하는 사태까지 생겼다. 나는 처음으로 이천(利川)행사에 참가하여 하루를 즐겼는데 대단히 값진 경험을 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 외에도 등산대회, 낚시대회 등이 있으며, 잡지 ‘경기인(京畿人)’이 격월간으로 발행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