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학우는 공춘택(孔春澤), 김교명(金敎命), 김종설(金鐘卨), 김정진(金楨鎭), 김찬수(金燦洙), 박찬무(朴贊武), 백만기(白萬基), 성수현(成守賢), 송선보(宋宣普), 윤경현(尹炅鉉), 이상일(李相一), 이영환(李英環), 임광세(林光世), 조진규(趙軫奎), 송정균(宋鼎均), 허 걸(許 杰), 홍장의(洪障義) 형과 본인 등 18명이다.
공춘택(孔春澤) 형은 일본 경도대학(京都大學)에서 공부하다가 함께 된 학우인데 대구(大邱)에서 오랫동안 개업을 한 외과의사이다. 김교명(金敎命) 형과는 그야말로 고락을 함께 해 온 첮이다. 학생시절에는 혜화동 댁에 가서 무던히 폐를 끼치기도 했다. 내 자신이 중매인이 되어 결혼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내과의 권위자이며 옛 한전(韓電(병원에서 존재를 과시했고 한강성심병원(漢江聖心病院)에서도 역시 관록을 자랑했다. 행정력도 대단하여 병원장으로서도 십이분 실력을 발휘했다. 후에 춘천성심병원으로 자리를 얾겨 진료에 몰두하는 한편 한림대(翰林大) 교수로서 교육분야에 남다른 공헌을 하였다. 만년 청년형의 김(金)형은 언제나 젊다. 학우들과 어울리면 사제지간으로 생각될 정도로 젊게 보인다. 이런 데서 생기는 해프닝도 적지 않다. 일제 말기에는 대한협동당(大韓協働黨) 사건에 연루되어 도피생활을 하기도 했다. 근년에는 한국은행 의무실장으로 근무하면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노래솜씨도 젊은이에 뒤지지 않는다.
김종설(金鐘卨) 형은 여러모로 특징있는 인물이다. 나와는 중학교 이래의 친우여서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비교적 다변(多辯)이지만 절대로 남의 흉을 보지 않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화술도 좋고 어학 실력도 좋은데 이제까지 타인을 비방하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내과의사로도 대단하지만 행정가로서도 잘 알려져 있다. 국립의료원에 이어 한양대학에서 많은 업적을 냈다. 그런가 하면 괌에 있던 마리아나 병원에서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대구(大邱)에 소재하는 영남대학교병원 건무를 설계하고 운영하면서 의료원장으로서 진가를 보인 그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영남대학에 이어 경주(慶州)에 있는 동국(東國)대학교 의과대학의 학장으로 임명되어 이 대학의 기초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부속병원장으로서 병원행정가의 참모습을 과시하기도 했다. 근년에는 대전(大田) 근교에 있는 선(宣) 병원의 원장직을 맡아 유유자적 하고 있다.
김정진(金楨鎭) 형은 대학예과 시절에 축구선수로서 유명했다. 6척 장신의 김(金)형은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에 걸쳐 만능선수였다. 학생 시절에는 철학에 관심이 커서 이 분야에 골몰하기도 했다. 일제시대에는 대한협동당(大韓協働黨) 사건을 주도하여 44년 체포 직전에 도피한 애국투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방사선의학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이며, 특히 치료 방사선의학을 도입한 공로자로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오랫동안 한양대학교병원에서 방사선과장으로 활약하다가 정년이 된 후에는 대한건강관리협회(大韓健康管理協會)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데도 남에게 그런 인상을 주지않는다. 김(金)형은 악(惡)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일컬어진다. 그의 신앙생활이 바탕이라고 생각된다. 근인회 모임에서는 언제나 사회자 역할과 가수역할을 담당한다. 수필가로서도 일가견이 있는가 하면 그의 번역솜씨는 범상인의 범주를 넘고 있다.
김찬수(金燦洙) 형은 해방 후에 함께 된 학우이다. 이화(梨花)여자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미생물학 교수로 활약하다가 경희대학으로 옮겼다. 정년 후에는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일생을 미생물학 교육에 바친 학자이자 교육자이다. 온순한 성격의 김(金)형은 모든 일을 차분하게 처리한다. 나는 54년 9월부터 1년 동안 이화대학에 출강(出講)해서 예방의학을 강의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김(金)형으로부터 많은 신세를 진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학생 시절에 이미 '조교수'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는데 당시 이돈희(李敦熙) 교수가 지어 준 별명이다.
백만기(白萬基) 형 역시 해방 후에 함께 된 학우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이비인후과학의 권위자이다. 모교의 교수로서 정년이 될 때까지 후진양성에 이바지하였다. 한때는 서울대학교병원 부원장으로서 행정력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문필에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그는 많은 글을 써왔다. 전문서적과 더불어 그의 수필집은 유명하다. 또한 의학사(醫學史)에도 조예가 깊어서 그가 펴낸 '서울의대사'나 '시계탑(時計塔)의 역사'등은 영원히 남을 귀한 역사자료들이다.
성수현(成守賢) 형 역시 예고 이래의 동기생이다. 예과 시절에는 축구선수로서 많은 활약을 했다. 음악 분야에도 조예가 깊어서 음악평론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영화관람을 좋아했으며 학생 시절에는 가끔 동행했다. 겨울철에는 관람 후 포장마차에서 따끈한 정종을 들기도 했다. 가끔 그 때의 향수를 느끼기도 한다. 얼마쯤이라도 서울에 남아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처지였는데도, 고향인 거창(巨昌)으로 내려가서 개업의 생활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인술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지방유지로서 의료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송선보(宋宣普) 형은 휘문중학 4년을 수료하고 예과에 입학한 수재다. 호흡기내과의 권위자이며 오랫동안 신당동에서 개업했다. 대한결핵협회(大韓結核協會)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결핵사업에는 남다른 정열을 쏟고 있다. 학생시절에는 농구선수 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성악에도 일가견이 있다. 종교가로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장로의 입장에서 종교계에 헌신한 바가 크다. 내가 학술원 회장으로 선출되자 자기 일같이 좋아하며 우리 내외를 초대해 준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윤경현(尹炅鉉) 형은 예과시절 이래 가장 가까이 지내고 있는 학우 중의 하나이다. 정형외과학의 대가로서 오랫동안 삼선교에서 개업해왔다. 학생시절에는 농구선수로서 많은 활약을 했다. 김정진(金楨鎭) 형과 더불어 6척 장신을 자랑하는 윤(尹)형은 축구선수로서도 손색이 없는 운동가였다. 사람좋기로 이름이 높았으며 누구에게도 신세를지지 않으려 하는 반면에 베풀기를 좋아했다. 우리 집안의 여러 사람들이 신세를 끼치고 있다. 몸이 불편하면 덮어놓고 윤(尹)형을 찾아가서 도움을 받는다. 시종일관 개업에 충실하며 일요일이나 공휴일을 빼놓고는 진료를 게을리하는 법이 없다. 윤(尹)형은 박찬무(朴贊武) 형과 1년 후배인 최원로(崔源老)박사, 그리고 나와 함께 한조가 되어 골프를 치는 것이 낙이었는데, 이것 조차도 여의치 못할 때가 많다. 노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일(李相一) 형은 예과시절부터 인생을 함께 걸어온 처지이다. 황해도(黃海道) 명문 출신이다. 예과시절에는 해주(海州)에서 멀지않은 그의 고향에 가 본 일이 있다(예과시절 참조). 그 때 받은 인상과 겪은 경험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李)형을 만날 때마다 옛 일들이 떠오른다. 이(李)형은 다정다감한 성격의 소유자인 동시에 불의와는 타협을 하지 않는 강직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보문동(普門洞)에서 수양(首陽)의원을 경영하던 이(李)형은 몇 년 전에 의료생활을 청산하고 강남으로 옮겨가 홀가분한 아파트 생활을 즐기고 있다. 대가의 장남으로 태어나 삼팔선의 비극을 한 몸에 안고 대가족의 생계를 돌보아 온 그가 거룩하기만 하다. 이(李)형은 우리 근인회(槿仁會)의 간사로서 모든 일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영환(李英環) 형은 일본 경도대학(京都大學)을 거쳐 해방 후에 함께 된 학우이다. 영등포에서 오랫도안 개업의로서 활동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이며 교리(敎理)에 따라서 모든 생활을 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장로생활을 하고 있다. 근인회(槿仁會) 모임에 가끔 나와서 회포를 푼다. 평안도 출신인 이(李)형은 군민회 일을 맡아서 활약하기도 한다.
임광세(林光世) 형은 예과시절 이래 학우이다. 모든 일에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신경외과의로서 천부적인 자질을 지니고 있다. 개성(開城)이 고향인 그는 학생시절에는 가끔 우리들을 개성으로 초청하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특색있고 푸짐했던 개성요리를 대접해주던 일이 회상된다. 일제 말기에는 대한협동당(大韓協働黨) 사건에 연루되어 체포되었다. 모진 고문과 참을 수 없는 수모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감방에서 도주하려다가 붙잡혀서 더욱 심한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음악소질이 뛰어난 그는 기타를 치기도 하였는데 노래 역시 일품이다. 낚시에 있어서도 명성을 날리고 있으며 여러 차례 월척을 하였다. 가톨릭대학의 신경외과 교수로서 명성을 떨친 후에 중앙대학교 필동 성심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병원장 일을 맡기도 했다. 정년 후에는 자동차보험의 자문의사로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일에 대한 그의 정력은 예나 다름이 없다. 김교명(金敎命) 형과는 동기생 중에서는 유일하게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