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大學總長)의 농담 (166회)
  제20장 수상(隨想)1

농담(弄談)을 잘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대인관계(對人關係)가 좋다. 상대를 유쾌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농담을 잘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전연 농담 없이 무뚝뚝한 사람도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는 사람들보다 많을 지도 모른다.

농담이 지나치면 인격(人格)을 의심받는다. 건실(健實)한 생활을 하는 사람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게 된다. 사실 무슨 말이든 농담 식(式)으로 하는 사람치고 존경받는 사람은 없다. 얄팍하고 잔꾀나 부리는 사람같이 보인다.

상대에게 호감(好感)을 주고 좌석을 명랑하게 만드는 농담은 참으로 바람직하다. 이러한 농담을 구사하는 사람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농담을 점잖게 농담으로 받아 넘기는 사람을 보면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이름난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이러한 농담과 관계가 깊다. 후진(後進)을 양성하는 교수(敎授)의 입장에서는 건전한 농담이 더욱 알찬 효과를 나타낸다. 강의가 지루하지 않고 학생들이 싫어하지 않는다. 강의에서도 그렇지만 사제지간(師弟之間)의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교수의 여유 있는 자세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다. 알맞은 농담을 구사할 줄 아는 교수는 인기가 있게 마련이다.

나의 경험으로는 55세가 지나니까 학생들이 농담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어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세대 차이 때문인가 하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농담이 오고가지 않는 관계는 차갑게 느껴진다. 그러나 교수의 농담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인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수는 근엄해야 한다는 사고가 그 바탕이다. 총장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대제학에 해당 되는 직분이니만큼 철두철미 근엄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옛날의 대제학이 근엄했던 것은 물론이지만 많은 해학과 일화가 붙어 다녔다는 점에서 그들의 인품을 평가하는 면도 있다.

여성의 지위향상을 목적으로 세워진 여성개발원이 1983년 4월 21일에 개원하였다. 남대문 옆 남산 진입로에 있던 여성복지회관에서 개원식이 있었는데 서울대 총장이던 나도 초청받아 참가하였다. 초청객들의 대부분이 여성이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두환(全斗煥) 대통령 영부인 이순자(李順子) 여사가 도착하자 개식되었다.

식에 이어 다과회가 계속되었다. 옆에 서 있던 이화여자대학교의 정의숙(鄭義淑) 총장과 농담이 벌어졌다. 이때뿐만 아니라 만나면 언제나 부담 없이 농담을 주고받았다. 끝나면 “디스코나 추러 갑시다.” “그럽시다” 하는 식의 농담이었다.

모든 것이 끝나고 해산하게 되었다. 출구로 가는 길인데 누군가가 어깨를 친다. 돌아다보니 성신여대의 이숙종(李淑鐘) 이사장이다. 아까 하던 이야기가 사실이냐고 묻는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어떤 이야기를 말씀하시느냐고 되물었더니 디스코 운운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농담을 한 것뿐인데 하고 웃었더니, 총장께서 그런 농담을 할 수 있느냐고 정색하며 탓하신다. 별것도 아닌데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앞으로는 그런 농담 말라고 하면서 사라지셨다.
 
▲ 개교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1982.)

매년 10월 15일은 서울대학교 개교기념일(開校紀念日)이다. 이날은 서울대학교만의 휴일이다. 기념행사도 조촐하게 거행하지만 모든 것이 휴무(休務)이다. 한번은 총장자격으로 교수골프대회를 주관했다. 나의 골프경력은 비교적 길다. 68년부터 손을 대기는 했지만 치다말다 하여 핸디는 언제나 30이다. 20명 정도의 교수들이 모인 것으로 생각난다. 경기를 끝마치고 목욕을 한 다음에 식사 겸 시상 순서로 이어지는 것은 어느 경우나 마찬가지다.

시상(施賞)하기 전에 스코어에 따라 수상자들을 결정한다. 교수 한 분의 ‘핸디’가 6으로 되어 있었다. ‘교수의 핸디가 6이라면 문제가 있는데’하고 농담조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당사자가 이 농담을 들은 모양이다. 슬그머니 없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결코 탓하려는 것도 아니고 물론 미워서 그랬던 것도 아니다. 농담으로 한 것인데 상대에게는 심각하게 들린 모양이다. 당사자가 없는 자리였지만 나름대로 사과를 했다. 당사자는 얼마 전에 신규로 채용된 젊은 조교수인데 미국생활을 하는 동안에 골프에 익숙해진 것이라고 어느 교수가 설명해주었다.
 
▲ 13회 골프모임 / 남서울 컨트리에서 (왼쪽부터 이홍구, 김창수, 박경서, 윤승두, 김상홍, 나, 박승구, 장윤걸, 이충선, 김영옥 제씨 200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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