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 정기자(鄭冀子)는 어느 모로 보나 훌륭한 여성이다. 현모양처라는 말에 걸 맞는 사람이다. 자녀를 나름대로 키운 후에는 손자 손녀를 키우는 일에 여념이 없다. 집안 살림을 도맡고 있어서 나의 짐을 덜어주고 있다. 사회 봉사활동에도 정열을 쏟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한결핵협회 적십자> 부인회 회장으로 남다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돋보인다. 남을 돕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있을 정도로 너그러운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운동신경이 전무한 나와는 비교가 안 되는 자질을 가지고 있으며 어렸을 때에는 스케이트 선수였다.
이미 고인이 된 지 오래지만 장인, 장모도 다 같이 훌륭한 분이셨다. 장인어른은 옛 제일고보(現 경기고) 출신으로 나에게는 대선배였는데 기업가로서 독특한 존재를 과시하셨다. <경성서비스>를 사촌 형과 함께 경영하면서 놀라운 솜씨를 보이셨다. ‘자동차공업’ 부회장으로서 우리나라 자동차 공업 발전에 기여하시기도 하였다. 해방 후에는 <국제신문사> <국도신문사>를 운영하셨고 <대영토건>도 경영하셨다.
건축가로서도 명성을 떨치셨다.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관이 그의 작품인데, 때 마침 6‧25 동란이 발발하여 재정상 지대한 피해를 입기도 하였다. 내가 20여 년간 거처하던 성북동 자택을 비롯하여 대학 동기생인 박찬무 박사의 서대문 네거리 병원 건물, 세검동 사저건물, 고 이성윤 박사의 돈암동 네거리 병원건물 등을 건축하는데 심혈을 기울이셨으며, 지금도 이 작품들이 자랑스럽게 옛 영광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이 석조건물인데 소유주들이 거의 바뀐 것이 아쉽기만 하다. 장인께서는 1982년 12월 9일 79세로 일생을 마치셨다. 장모님께서 별세하신 후 15년을 혼자서 지내셨다.
장모는 어진 분이셨다. 인정 많고 요리솜씨가 대단했던 장모님은 누구와도 비할 수 없는 부덕(婦德)을 간직하셨고, 나에게는 정성어린 후견인이셨다. 손님대접이 취미라고 할 만큼 많은 손님을 맞이하셨는데, 그 중에는 나의 대학 동기생들도 한 몫을 차지하였다. 아깝게도 1969년 8월 14일 64세를 일기로 저 세상으로 가셨다.
나에게는 두 처남과 세 처제가 있다. 집 사람이 2남 4녀 중 장녀인데, 처남들이 어릴 때에는 내가 장남 노릇을 하였다. 큰 처남 정기창 씨는 경기고를 졸업한 후 도미하여 <킴볼 유니온 아카데미>를 거쳐 <노르위치>대학(토목학 전공)을 나오고 오랫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귀국하였는데, 1989년 6월 23일 북한산 등산을 하다가 심장병으로 55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둘째 처남 제남 씨는 경기고와 성균관 대학을 거쳐 미국의 <웨스턴 일로노이>대학에서 MBA학위와 뉴햄프셔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청마여행사> 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드럽고 성실한 성격이며 일요일마다 우리 내외와 함께 지내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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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 칠순연에서 / 앞줄 왼쪽부터 3번째가 셋째 처제 민자여사, 우리 부부, 서세옥 화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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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처제인 ‘영자’ 여사는 젊어서 부산대학교 공대 학장을 지낸 후 원자력청장을 역임하고, 그 후 인하대교 기계학과 교수로 93년 말에 정년퇴임한 민수홍 박사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는데, 아깝게도 1981년 49세로 요절하였다. 둘째 처제인 ‘송자’ 여사는 서울공대와 미국 MIT를 나온 박두하 씨와의 사이에 2녀를 두고 있는데, 박 씨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셋째 처제 ‘민자’ 여사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장을 지내고 후진양성에 골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불세출의 한국화가로 손꼽히고 있는 서세옥 화백과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처남과 처제 그리도 동서들은 나에게는 친형제 자매와 다름없는 가족들이다. 나의 가정생활 대부분이 이들과 함께 영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가 이야기 나오면 빙장의 사촌인 정형묵 회장과의 관계를 접어둘 수 없게 된다. 사촌간이라고 하지만 두 분은 친형제 이상의 관계였으며 사업도 같이 하셨다. 정형묵 회장은 기업경영보다는 보기 힘든 실력을 가진 기술자라고 할 수 있다. 일제 밑에서 경성서비스를 경영하면서 발휘한 기술적 솜씨는 대단하셨다. 선생과 부인 신남식 선생은 다같이 1905년생이며, 다같이 1985년에 세상을 하직하셨다. 두 분 다 개성이 강한 분이었으며 일화도 많이 남기셨다. 나에게는 참으로 잘해 주신 분들이다. 힘든 일이라 할지라도 나의 요청은 반드시 받아주셨다. 내외분은 1남 2녀를 두셨다.
장녀 ‘기순’ 여사는 나와 동기생인 김정근 형과 3녀를 두셨는데, 일찍 세상을 떠났다. 장남 기석 씨는 서울공대 재학 중 해방을 맞이하자 곧 도미하며 <킴볼 유니온 아카데미>를 거쳐 <다트마우트(Dartmouth)> 공과대학을 졸업하였다. 미국 군인으로서 복무를 마친 후,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아시아 여러 나라의 군 시설을 관리하는 미 육군 공병단에서 일하기 시작하여 민간인으로서는 최고위에 올랐다. 레이건 대통령으로부터 여러 차례 표창도 받고 상금도 받았다. 부시 대통령 때에도 그러했다. 근래에는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한마디로 대단한 인재이다.
차녀 ‘옥희’ 여사는 서울공대와 MIT에서 공부하였고 서울공대에서 교수생활을 하다가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하여 한국계 호주 시민 제1호가 된 우제린 박사와의 사이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우 박사는 호주 <사우스 웨일즈> 대학의 교수로 봉직하다가 뜻한 바 있어 귀국하여 경희대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부총장이 되기도 하였다. 정년 후에도 계속 <기초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자녀들은 호주에서 거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