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나는 졸업 전 당시 AP및 AFP와 특약을 맺어 새로 창설된 <동화통신사>에 1956년 가을 정치부 기자로 입사했다. 졸업을 몇 달 앞두고 있었지만 군복무를 마친 졸업예정자였고 학교에서 추천을 해주었기에 입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곤 얼마 뒤 나는 입학 후 7년만에 졸업을 하게 되었다. 당시 정외과 졸업 동기로는 윤형섭(전 교육부 장관), 김순겸(전 이화여대 교수), 서정갑(전 연세대 교수), 동원모(재미 교수) 등이 있으며 법과 출신으로 윤관(전 대법원장)이 있다.
동화통신사에서 처음엔 영어 경제판을 만드는 특신부에서 근무했으며, 그때 정춘택 씨(전 산업은행 총재)도 같은 부에 있었다. 당시 한국 최고의 통신사를 지향하며 새로 창설된 동화통신사의 편집국장은 심정섭 상무에 이어 바로 정인준 씨가 맡았고, 정치부장은 노석찬(그 후 대사 역임), 사회부장은 박성환 씨가 각각 맡았다. 그 후 정치부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건 인생에서 정치를 접하게 된 시초였다. 때는 3대 국회 후반이었으며, 김환영 선배 기자와 함께 국회를 출입했다.
직장을 얻어 자리를 얻은 나는 1957년 4월 7일 곧바로 그녀와 명동성당에서 혼배식을 올렸다. 물론 그때까지 종교를 갖지 않았으나 천주교 신자인 아내와 결혼하기 위해 천주교를 믿게 되었고, 약현성당의 김쳘규 신부(그 후 장면 총리의 정치고문)로부터 영세를 받았다.
그러나 신혼여행을 가지 않았다. 물론 당시는 어려운 때이기도 했다. 명동성당에서 혼례식을 마친 우리는 차를 타고 남산을 한 바퀴 돌고는 남대문에 있는 소복호텔(지금의 국제보험 빌딩 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밤에는 서대문 천연동의 처가로 들어가서 첫날밤을 보냈다. 그러고는 다음 날 바로 출근을 했다. 통신사 일을 소홀히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젊은이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리라. 그리고 지금도 기억 나는 건 양가 모두가 당시 축의금을 우리에게 준 점이다. 그리고 그 돈은 바로 우리 인생의 출발 자금이 됐다. 서울에 연고도 없는데다 돈도 없는 나는 당분간은 처가살이를 해야 했다. 그래도 인생의 동반자가 생겼다는 생각에 마냥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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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7년 명동성당에서 올린 결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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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통신사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1년여 만인 1958년 초 대학 선배인 이동수 기자(전 동아일보 상무)의 추천으로 동아일보정치부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내 이름은 우리나라 정치부 기자로 알려졌다. 내가 동아일보에 입사할 때 신원보증은 유석 조병옥 박사가 서주었다. 조병옥 박사는 나를 남달리 아끼고 사랑해주었다.
당시 동아일보 사장은 최두선 씨(후일 국무총리)였고, 주필은 고재욱 씨(그 후 동아일보 사장)였다. 또한 정경부장은 변영권 씨에 이어 김성열 씨(후일 동아일보 사장)가 맡았다. 함께 일한 기자로는 경향신문 폐간 후 동아일보로 자리를 옮긴 권오기 씨(전 통일 부총리), 이웅희 씨(전 문공부 장관)가 있으며 후배인 공채 1기에는 박경석 씨(전 국회의원), 남시욱 씨(전 문화일보 사장), 그리고 2기에는 김원기 씨(전 국회의장), 이진희 씨(전 문공부 장관)가 있었다.
나는 3대국회후반부터 5대까지 8년간 국회를 취재하면서 애국투사와 같은 마음으로 젊음과 열정을 다 쏟았다.
그런데 내가 국회를 출입하기 전에 이미 민심은 자유당을 떠나고 있었다. 그것은 54년 11월 제 3대 국회에서 자유당이 무리하게 사사오입 개헌으로 이승만 박사의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승만 박사의 영구집권을 위해 초대 대통령에 한하여 중임제한을 철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개헌안은 54년 11월 27일 국회 표결에서 제헌의원 203명 가운데 202명이 출석해 찬성 135표, 반대 60표, 기권 7표로 헌법 개정에 필요한 재석 3분의 2, 곧 136표에서 1표가 부족하여 자유당 소속의 최순주 국회부의장도 어쩔 수 없이 부결을 선포했다.
그러나 자유당은 비록 135가 203의 3분의 2인 135,333에 못 미치기는 하지만, 그 소수점 이하를 사사오입해 0.333을 버리면 135명으로도 제적 3분의 2가 된다는 해괴한 논리를 만들어 이틀 후 부결선포를 번복하고 가결을 선포했다.
어처구니없는 이 사사오입 개헌파동은 자유당 안에서도 심각한 내부 분쟁을 일으켜 김영삼, 민관식, 손권배 의원 등 14명이 탈당했다. 그리고 개헌안에 반대하다가 표결 때 김창룡에 의해 감금되어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던 김두한 의원도 자유당에서 제명하려고 하자 스스로 탈당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