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자유당은 또한 반대세력을 관제 공산세력으로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심지어 민주당의 통일정책, 즉 ‘유엔 감시 하의 남북자유 총선거’ 방안마저 이를 ‘용공통일론’으로 밀어붙여 야당의 극심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1954년 한국전쟁의 정치적 종결을 위해 소집된 제네바 정치회담에서 당시 변영태 외무부 장관이 제시한 14개 조항의 통일방안에 대해 여야가 해석을 달리해 감동과 대립이 심화되었던 것이다.
병 장관이 제시한 통일 방안의 핵심내용은 ‘통일, 독립, 민주 한국을 수립할 목적으로 종전의 유엔 제 결의에 의거하여 유엔 감시 하에 자유선거를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네바 정치회담 이후 자유당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의 결의에 의해 수립되고 유엔에 의하여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로서 인정되었다‘는 전제 하에 ”유엔 감시 하에 공산군이 철퇴한 후 북한 지역에서만 선거를 실시하여 대한민국 주권을 확충하는 것이 국시“임을 천명함으로써 사실상 남북 자유 총선거 방안을 유명무실화시키고 말았다.
이에 민주당은 변 장관이 제시한 14개 조항의 통일방안의 요체는 ‘유엔 감시 하의 남북자유 총선거’라고 주장하였으며 정부 여당은 이를 ‘용공통일론’으로 몰아붙여 여야 간에 극심한 갈등과 대립을 빚었던 것이다. 특히 통일문제를 다루었던 1958년 12월 10일에는 이로 인해 국회 본회의장이 크게 소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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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도심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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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본회의에서는 문교부 장관을 지낸 자유당의 최규남 의원과 손도심 의원 등이 앞장서 민주당의 ‘남북 총선거’를 용공통일론이라고 심하게 몰아붙였으며 이를 보다 못한 민주당의 조병옥 당수가 등단하여 연희전문 당시 제자였던 최규남 의원에게 “최 의원은 자유당이지만 양심이 있는 줄 알았는데 왜 궤변을 늘어놓는 거요!”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 나는 국회 복도에서 당시 <서울신문>사장을 겸하고 있는 손도심 의원과 마주쳤는데 나에게 손을 내민 손도심 의원에게 “당신과 악수를 하면 내 손이 더려워져!”라고 소리를 지르며 거절했던 일도 있다.
당시는 자유당 정권의 독재가 극에 달해 민심은 완전히 정부로부터 떠났고 나라를 위해 자유당 정권이 하루 빨리 무너져야 한다는 심정으로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생활을 했던 나는 자유당의 어느 의원과도 식사나 차 한 잔 하기를 꺼려했던 것이다.
이렇듯 민주당의 통일론에 대해서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던 자유당은 결국 ‘24 보안법파동’이란 큰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24보안법 파동’이란 자유당 정권이 1958년 12월 24일, 공산주의자들의 활동을 철저히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신국가보안법’을 제안하면서 발생했다. 그러나 사실 따져보면 문제가 많았다. 이미 1948년에 제정된 국가보안법이 있음에도 새로운 법을 제정한다는 건 정권연장을 위한 술수에 불과했다. 기존 법률로는 정권 유지에 어려움이 있기에 더 강력한 법을 만들려는 수법이었다. 당연히 야당은 “경찰국가를 만들려는 음모다” 또는 “관제 공산주의자를 양산하려는 악법이다”라며 범국민운동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그 날은 야당인 민주당이 5일째 의사당에서 농성을 벌이던 23일 저녁이었다. 평소처럼 저녁식사를 한 뒤 민주당의 농성을 취재하던 중이었다. 화장실에 다녀올 때였는데, 우연힌 국회 총무과 창문을 통해 직원들이 어둠 속에서 뭔가 창문 밖으로 나르고 있는 걸 목격했다. 순간적으로 수상하다고 판단하고 곧 밖으로 나가보니 그건 무슨 서류뭉치였다. 뭔가 음모가 있음을 직감했다. 그 사이 서류뭉치는 검은 지프에 실렸고, 곧 출발할 태세였다.
나는 황급히 기자실로 달려가 그곳에 있던 한국일보 이원홍 기자(전 문공부장관)를 불러내 영업용 택시를 타고 그 검은 지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있었다. 서울역 앞을 지나 간 그 수상한 지프는 한강다리와 노량진, 영등포를 거쳐 인천 쪽으로 달리더니 부평 경찰전문학교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택시를 대기시켜놓고 밖에서 기다렸다. 그러나 30분이 지나도 그 차량이 나오지 않아 일단 서울로 돌아와 알아보기로 했다. 서울에서 보충취재를 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당국에서 그날 밤 전국의 무술경찰관들을 긴급히 국회 무술경위로 급조, 특채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싣고 나간 것은 이력서 등 채용에 필요한 관련 서류임이 분명했다.
우리는 곧 경향신문의 정종식 기자(전 연합통신 사장)에게도 이 사실을 알린 뒤, 다음날 조간에 이를 보도함으로써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국회 특채 무술경위의 동원을 막자고 의논했다. 그러나 확실한 증거 없이 추측만 가지고 이를 크게 기사화 할 수는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