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6·15 남북공동선언은 남과 북을 대결의 장에서 화해 협력의 장으로 바꾼 역사적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남북 간의 화해는 이미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시작되었다. 1972년 7월 4일 남북한이 공동으로 발표한 ‘7·4 남북공동성명’ 에서는 ‘자주 · 평화 · 민족대단결’의 3대 원칙을 기조로 7개의 합의사항을 채택한 바 있다.
또한 노태우 대통령 때인 1992년 2월 19일 평양에서 개최된 제6차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는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발효시켰다. 특히 같은 날 남한의 정원식(鄭元植) 총리와 북한의 연형묵(延亨默) 총리가 공동으로 서명하고 발효시킨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 선언’은 그 의의가 큰 것이었다.
남북한이 바로 이 공동 선언에 충실하다면 북핵 문제도 민족끼리 해결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과 직접 만나 남북문제를 협의하려 하였으나 그 직전 김 주석이 사망하여 그 회담은 성사되지 못했고 남북 간에 다시 냉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의 극정인 정상 회담과 6·15 공동 선언은 민족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이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인도적 지원, 경제 협력과 문화 및 스포츠 교류 등 남북 간의 화해 협력과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또한 노무현 정권도 이 햇볕정책을 그대로 승계하여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남북 간의 진정한 화합을 위해 이 햇볕정책에 따른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눈치를 보며 일방적으로 퍼주기만 한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준 것이다. 도와 줄 것은 도와주되 따질 것은 따지고 할 말은 해야 한다.
비전향 장기수는 북으로 보내면서 왜 우리 국군 포로의 송환 문제는 소홀히 하는가? 우리 정부는 국군 포로의 명단조차 요구한 일이 없지 않는가? 정부는 이에 대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답답한 이야기이다.
또한 2004년 4월 15일에 제네바에서 열린 UN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왜 당당하게 투표에 임하지 않고 북의 눈치를 보며 기권했단 말인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우리가 남한의 인권 문제는 논의하면서도 왜 북한의 인권 문제는 애써 피하려 하는가?
우리가 북한 인민을 굶주림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은 바로 북한 인민의 인권을 위해서이다.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북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인권 문제 표결에서 기권했다고 하나, 우리가 북한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계속 눈치를 본다면 북한 정권은 북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더욱 고자세로 강경해질 것이고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오히려 더 멀어질 것이다.
따라서 나는 우리 정부가 앞으로도 햇볕정책을 계속 추진하되 남북 간의 진정한 화해와 북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그리고 평화 통일을 위해서는 우리도 북에 대해 가슴을 열고 당당하게 할 이야기는 하는 것이 남북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북한 당국은 남한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때만 ‘민족 공조’를 내세우고 핵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는 우리를 제치고 미국만 상대하겠다는 태도를 버리고 우리와 함께 민족 공조로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