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2월 16일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를 담당할 특별검사에 김진흥(金鎭興) 변호사를 임명했으며 2004년 1월 6일부터 특검수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특검이 시작되기 전인 2003년 12월 29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결과 “일부 측근 비리에 노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고 발표하여 큰 파장이 일어나기도 했다.
검찰은 먼저 측근들이 돈을 받은 현장에 노 대통령이 두 차례 참석했다고 발표했다. 2002년 11월 9일 서울 강남 한 호텔에서 노 대통령이 이광재(李光宰) 전 국정상황실장, 문병욱(文炳旭) 썬앤문그룹 회장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자리를 떠난 직후 이광재 씨가 문병욱 씨로부터 1억 원을 받았으며 또한 2002년 12월 7일 김해 관광호텔에서 여택수(呂澤壽) 당시 노무현 수행팀장에게 현금 3천만 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할 때 여택수 씨 옆에 노 대통령이 있었다고 검찰은 발표했다.
검찰은 또한 노 대통령이 자신이 경영했던 생수회사 ‘장수천’의 빚 문제를 선거 잔금 등으로 변제하라고 2002년 5월과 7월 측근인 안희정(安熙正), 최도술(崔導術) 씨에게 지시했으며 노 대통령 자신의 후원회장 출신인 이기명(李基明) 씨의 ‘용인 땅’ 위장거래도 사전에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검찰 수사에 의해 노무현 대통령이 측근들의 비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남으로써 노 대통령은 도덕성에 엄청난 타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야당으로부터 “석고대죄하고 진퇴를 결정하라”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김진홍 특검팀은 막상 3개월간의 수사를 끝내고 2004년 3월 31일에 발표한 수사 결과를 보면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지난 대선을 전후해 4억 9100만 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를 밝혀냈을 뿐 나머지 측근들의 의혹은 검찰수사 이상으로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이 먼저 한 번 수사한 것을 다시 조사해야 하고 또 살아 있는 권력의 벽을 넘지 못한 한계 상황도 있었겠지만 특별검사들이 좀더 철저히 수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하지만 특검수사가 전혀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검이 밝혀낸 비리 사실을 통해 검찰에 이어 특검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의 비도덕적 행태가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특검이 일반검사의 수사결과를 크게 뛰어넘지 못했음을 지적하면서 “정치권은 특검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 ‘코드 인사’, 각종 정책혼선, 경제상황 악화 등으로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SK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SK로부터 10억여 원의 돈을 받았다는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 중이라는 언론보도가 흘러나왔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10월 7일~8일 양일간 개최된 제7차 ‘아세안+3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검찰수사 결과 사실이 다 밝혀지겠지만, 그러나 그 행위에 대해 내가 모른다고 할 수 없다. 입이 열 개라도 그에게 잘 못이 있다면 내가 책임지겠다. 우선 이와 같은 불미스런 일이 생긴 것에 대해 국민에게 깊이 사죄하고 아울러 책임을 지려고 한다. 수사가 끝나면 그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이 문제를 포함해서 그동안 축적된, 국민들의 불신에 대해 재신임을 묻겠다”라고 전격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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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sk그룹 비자금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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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또 재신임 방법과 시기에 대해 “국민투표도 생각해 봤는데 거기에는 안보상의 제한이 붙어 있어서 재신임 방법으로 적절한지 모르겠다. 적절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시기에 관해서는 역시 공론에 붙이겠지만, 국정 공백과 혼란이 가장 적은 시점에 하는 것이 옳다. 오래 끌지 않고, 총선 전후에 재신임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20년 최측근’인 최도술 전 청와대 비서관의 SK 비자금 수수의혹에서 비롯된 ‘도덕적 자신감’ 상실을 들어 재신임을 묻겠다던 노 대통령의 태도는 하루 만에 갑자기 공세적으로 돌아섰다.
바로 다음 날 11일에 또다시 기자회견을 가진 노 대통령은 자신이 재신임 뜻을 밝히게 된 배경이 국정 혼란에 있으며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이 국회와 야당, 그리고 언론에 있다는 공세적 태도를 취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재신임 전격 제안으로 국정 혼란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재신임을 해나가는 과정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지난 몇 달 동안의 국정 혼란보다 더 혼란스러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유로 장관(김두관金斗官 행자부 장관)이 국회에서 쫓겨나고, 감사원장(윤성식尹聖植) 동의가 거부되고, 대통령이 이렇게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이 안정됐다고 할 수 있나?”라며 국회와 한나라당에 국정 혼란에 대한 책임을 떠넘긴 뒤, “이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결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또다시 노 대통령의 말은 바뀌었다.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처음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최도술 씨 사건에 대한 보도를 보았을 때 눈앞이 캄캄했다”고 고백하면서도 “대통령직을 걸고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역설함으로써 자신이 제안한 재신임 결단이 정치개혁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12월 15일을 전후해 재신임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전격적인 ‘재신임’ 제안에 각 정당들도 우왕좌왕 갈팡질팡했다. 처음 노 대통령이 재신임 문제를 들고 나오자 이에 대해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재신임 문제는 기정사실화됐으며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결심을 밝힌 이상 이른 시일 안에 가장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자신이 약속한 이 문제를 처리해 주기 바란다”고 말하였으며 홍사덕 원내 총무는 “내년까지 갈 것 없이 연내에 하는 것이 어떠냐”고 연내 국민투표 실사를 요구했다. 그리고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대통령 측근 비리뿐만 아니라 총체적 국정 혼란에 대해 재신임을 묻는 것이 되어야 하며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채(鄭東采) 홍보기획단장은 “대통령의 말은 엄격한 도덕적 재무장을 통해 대통령직을 걸고 국정을 쇄신하고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받아들인다”면서도, 국민투표를 통한 재신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