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새삼 돌이켜보면 결국 자유당이 망한 것은 권력 내부의 강경파들 때문이었다. 무술 경관을 의사당에 투입, 의원들을 끌어내는 ‘힘의 정치’를 행사한 ‘24 보안법 파동’에서 시작, 이승만 박사의 장기집권에도 불구하고 병약한 이기붕 씨까지 무리하게 부통령에 당선시키려 한 권력의 과욕이 결국 4·19를 부른 것이었다.
조병옥 박사의 서거로 이승만 대통령은 이미 무투표 당선 상태였는데 무리하게 이기붕 씨까지 부통령에 당선시키려 획책하다가 결국 ‘3·15 부정선거’를 일으키고야 말았던 것이다. 보안법 파동으로 정국이 경색 되었을 때부터 자유당 강경파들의 행태는 눈에 띄게 드러났다. 당시 보안법 파동에도 불구하고 조병옥 박사는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울 수 없다”며 국립의료원에 입원 중이던 이기붕 국회의장을 방문, 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를 사전에 알아낸 자유당 강경파 증진들이 경무대의 박 모 비서관을 사주해 스케줄이 변경되었다고 거짓을 꾸밈으로써 이·조 회담이 무산되고, 정국은 결국 이들 강경파들에 의해 끝내 4·19라는 격랑으로까지 밀려들어갔던 것이다.
또한 4·19의 와중에서 노도와 같은 민심에 밀려 이기붕 부통령 당선자가 사퇴키로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광화문 네거리에 있던 이승만 박사의 동상이 학생들에 의해 넘어져 새끼줄로 끌려 다닐 때에야 비로소 이기붕 씨가 사퇴를 결심했지만 이때 이 사퇴 성명에서도 ‘사퇴’ 뒤에 ‘고려’ 자를 붙이는 잔꾀를 부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이기붕 씨 일가 자살이라는 비극에까지 이르게 만든 것도 당시 자유당 강경파들의 죄악이었던 것이다.
| |
|
|
| |
▲ 국민이 원한다면 사임하겠다고 하야성명을 발표하고 12년 간 대통령으로 머물렀던 경무대를 떠나 이화장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승만 (1960년 4월 28일) |
|
그 후 바로 자유당 정권의 강경파들은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1960년 5월 3일 국회에서 이승만 대통령 사임서가 처리되어 제3대 부통령직 사직과 제4대 대통령 당선 사퇴가 선언되었으며 독재정권과 부정선거 획책의 선봉에 섰던 최인규(崔仁圭), 박만원(朴晩元), 장경근(張暻根), 이존화(李存華), 신도환(辛道煥), 손도심 등 자유당 소속 의원 6명의 사직이 본회의에서 표결로 처리되었다.
이어 5월 24일에는 정부가 ‘부정선거를 모의하였으며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체포구속 동의 요청을 해온 자유당 소속 박용익(朴容益), 정존수(鄭存秀), 조순(趙淳), 이재학(李在鶴, 임철호, 정문흠(鄭文欽) 등 의원 6명에 대한 표결처리가 진행되고 있었다.
제일 먼저 표결한 박용익 의원 구속동의안은 총 투표수 170표 중 가(可) 109표, 부(否) 52표, 기권 6표로 가결되었으나 뒤이어 표결한 정존수 의원의 구속동의안은 총 투표수 164표 중 가 75표, 부 87표, 기권 2표로 부결 되었으며, 조순 의원의 구속동의안은 총 투표수 159표 중 가 78표, 부 76표, 무효 1표, 기권 4표로 가부 어느 쪽도 과반수를 넘지 못하여 국회법에 따라 미결(未決) 처리되고 말았다. 당시 2층 기자석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나는 고귀한 4·19 혁명정신을 짓밟고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는 자유당 의원들의 행태가 너무 한심하고 분통 터져 본회의장을 향해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자유당 나쁜 놈들아, 이럴 수가 있는 거야?”
그러자 당시 사회를 보고 있던 곽상훈 의장이 기자석을 향해 “동아일보, 이만섭 기자! 조용하시오”라고 한마디 했다. 곽 의장의 이 말은 당시 국회속기록에 게재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 속기록 재정리 과정에서 삭제되었다. 정존수 의원의 구속동의안이 부결되고 조순 의원의 구속동의안이 미결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본회의장은 크게 술렁였다. 자유당의 반혁명적, 반국민적 행태에 대한 민주당 소속 의원과 무소속 의원들의 성토 발언이 이어졌고, 결국 결론과 장내 소란 끝에 나머지 3명의 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안 표결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국회는 산회하고 말았다.
이후 5월 26일 본회의가 속개되어 24일 미결된 조순 의원의 체포구속동의안과 정문흠 의원의 체포구속동의안은 가결되었으며, 24일 구속 동의안이 부결되었던 정존수 의원은 본인이 스스로 사직하였고, 이재학, 임철호 의원도 자진사퇴함으로써 구속동의안이 폐기되었다.
또한 3·15 부정선거 주모자들에 대한 재판이 장면 정권에서 진행되거나 또는 마무리되었으나 ‘죄질에 비해 형량이 지나치게 적다’는 국민의 여론이 들끓자 5·16혁명 이후 혁명재판소는 3·15 부정선서 주모자 최인규, 4·19 당시 발포 명령 책임자 곽영주(郭永周), 정치깡패로 악명 높았던 이정재(李丁載), 임화수(林和秀) 등에게 사형을 선고하였으며 1961년 12월 21일 형이 집행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