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고려대학 데모대 습격사건’으로 혁명재판에 회부되었던 정치깡패 유지광(柳志光ㆍ원심 징역 20년)도 상소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감형되었고 대한반공청년당 총본부장으로 같은 사건을 주도했던 신도환(辛道煥)은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혁명재판에서 정치인으로는 ‘부정선거 원흉 자유당 기획사건’으로 한희석(韓熙錫ㆍ사형, 이후 감형), 박용익(무기징역), 임철호(징역 15년), 정존수(징역 7년), 이재학 의원(징역 3년 6월) 등이 형을 선고받았으며 홍진기(洪璡基) 내무장관은 4·19 당시 발포명령 책임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4·19 혁명으로 자유당 정권이 무너진 후 허정(許政) 과도내각이 들어섰으며, 의원내각제 개헌이 이루어졌다. 이어 1960년 7월 29일 실시된 제5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고귀한 혁명정신과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외면한 자유당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 겨우 2석을 얻는 데 그치고 말았다.
자유당 후보로 당선된 이재학, 이정석(李丁錫) 두 의원은 지역에서 워낙 큰 신망을 얻었기에 이때도 원내 재진출이 가능했던 것이다. 특히 이재학 씨는 옥중 당선까지 되었으나 두 의원은 5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소급입법으로 공민권이 제한되어 곧바로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말았다.
예상대로 제5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었으나 조병옥 박사의 서거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구심점이 없어 정국은 혼미를 거듭했다.
민주당 신파의 장면 박사와 구파의 김도연(金度演) 씨 간의 총리 경쟁도 지나치게 과열돼 신·구파의 골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다.
의원내각제 개헌으로 국회에서 당선된 윤보선(尹潽善) 대통령은 같은 구파인 김도역 박사를 총리에 지명했으나, 국회 표결 결과 111대 112, 단 1표 차이로 부결돼 어쩔 수 없이 신파인 장면 박사를 다시 지명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19회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17표, 반대 107표로 장면 박사의 총리 지명이 가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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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본회의 투표에서 가결된 장면 총리 지명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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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허정 수반이 장면 박사를 지지하였으며 허정 수반과 가까웠던 구파의 정헌주(鄭憲柱) 의원이 투표 직전 장면 박사 쪽으로 넘어감으로써 상황이 역전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총리가 된 장면 박사는 첫 내각 구성부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인재등용이라는 큰 흐름보다 신·구파의 안배에 급급하다 보니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하지 못했다. 예컨대 총도 한 번 만져보지 못한 사람이 국방장관에 임명돼 군인들의 불신과 불만을 사는 등 아무튼 정부 내 불협화음은 끊이질 않았다. 이러다 보니 사회도 제대로 굴러갈 리 없었다.
학생들의 데모는 끊이질 않았다. 심지어 국민 학생들까지 데모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있었으며, 경찰관들이 국회 앞에서 데모를 하는가 하면 상이군인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난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치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국 구파가 유진산 씨를 중심으로 떨어져나가 ‘신민당’을 창당하는 등 정치, 경제, 사회 어느 한 분야도 질서가 잡히질 않아 사회 전체가 극도로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해가 바뀌자 자연히 ‘바뀌어도 소용없더라’ 라는 얘기가 나오게 됐고, 급기야 ‘4월 군사혁명설’이니 ‘5월 군사혁명설’이 공공연하게 나돌았고, 신문기자인 내 귀에까지 들릴 정도였다.
나는 나라가 걱정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았다. 그때 나라를 걱정하는 소장파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청조회(靑潮會)’라는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김영삼·박준규(朴浚圭), 백남억(白南億), 조윤형(趙尹衡), 홍춘식(洪椿植), 이상신(李尙信) 의원 등이 회원이었는데, 그들은 참신한 정치의 실현을 위해 자주 모여 나랏일을 걱정하고, 근검절약을 솔선수범한다는 의미에서 값이 싼 청색 코르덴 양복을 입었다. 나도 이 운동을 적극 뒷받침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정국은 혼미해졌고, 불안한 사회를 그대로 두고 볼 수 는 없었다. 나는 비록 신문기자였지만 사회 각계의 젊은 지식인들을 모아 1961년 3월 1일 ‘개진회(改進會)’를 조직했다.
내가 초대 회장이 됐고, 50여 명의 회원 중엔 언론계에서 《코리아헤럴드》 김각 기자(전《코리아헤럴드》논설위원)·《중앙일보》의 김건진金建鎭 기자(전 《중앙일보》미주 지사장), 이인원李寅源 기자(전《문화일보》부사장)가 있었다. 학계에서는 윤형섭 박사(전 교육부 장관), 김순겸(전 이화여대 교수), 한정일(韓貞一ㆍ건국대 교수,) 김정후(金井厚), 문철한(文哲漢ㆍ강원대 교수) 씨 등이 있었다.
이 밖에 주성규(朱聖奎ㆍ전 고합건설 사장), 남홍우(南洪祐ㆍ전 대사), 황규진(黃圭鎭ㆍ아산상선 회장), 김진휴(金秦休ㆍ전 대공기공 회장), 조덕행(趙悳行ㆍ4·19 당시 연세대 학생대표, 전 농어촌진흥공사 본부장), 김정길(金正吉ㆍ천안대 부총장), 이호정(李浩呈ㆍ목사), 천홍진(千弘振ㆍ남덕南德 연구원장), 그리고 김준호(金濬浩ㆍ현 고리아나투어 회장) 씨 등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