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으로써 나는 11월 6일 제11차 외무위원회에서 이 결의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요지의 설명을 하게 되었다.
“신금단 부녀가 서로 부둥켜안고 부녀의 정을 나눌 때, 그 광경을 보고 이 나라 민족이라면 누구나 눈시울이 뜨거웠으리라고 믿는 바입니다. 그리고 또한 신금단 부녀와 같이 비극적인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가습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신봉하는 자유 민주주의가 인간의 존엄성, 즉 휴머니즘을 그 바탕으로 한다면 친부모나 형제들을 서로 만나게 하는 인도주의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우리가 앞장서 추진해 나가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일부에서는 가족 면회소가 간첩 활동이나 정보 교환의 장소가 되지 않을까 하며 걱정하는 이도 있지만, 제가 생각할 때는 이러한 주장은 패배주의적 사고입니다.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나간다면 두려울 게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신금단 선수가 그의 아버지를 만나는 순간 거기에는 아무런 정치성이나 이데올로기도 없었습니다. 적어도 혈육이 서로 만난다는 사실은 정치 이전의 문제요, 사상 이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녀도 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사전 교육을 받았으리라고 짐작합니다만 막상 아버지를 만나는 순간만은 어떠한 복선도 있을 수 없었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았던 강대국 간의 흥정에 의해 만들어진 3·8선이라는 장벽은 영원히 존재할 수 없으며, 언젠가는 무너뜨려야만 될 것이고, 또 무너뜨리는 날에는 반드시 자유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통일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유 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라도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앞장서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결의안도 자유 민주주의에 의한 통일을 향한 1보 전진이라는 신념에서 제안한 것입니다.”
그러나 내 결의안은 외무위원회에서 심각하게 논의를 거듭하였으나 끝내 본회의에 상정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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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대국회 개원식에서 이원만 의원과 나란히 앉아 있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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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보부의 압력을 받은 여당 당직자들이 내 결의안 채택을 주저했기 때문이었다. 당시는 중앙정부부가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당을 마음대로 장악할 때였다.
당시 신문들은 이 문제를 대서특필했다. 대부분은 주요 일간지들은 사설을 통해 내 결의안을 지지해 주었다. 특히 신문기자 출신의 여류 작가인 최정희(崔貞熙) 여사는 그 후 1967년 3월 22일자 《영남일보》를 통해 내 생각을 적극 지지해 주었다.
“…… 나는 이만섭 의원의 남북 가족 면회소 설치 결의안에 대해 큰 기대를 걸었었다. 애국애족에 불타는 젊은 분이 아니면 이런 일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하루 속히 면회소가 설치되어 남북으로 흩어진 혈육들이 서로 만나는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이번 국회에서 안타깝게 결실을 보지 못했으나 7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이를 관철시켜 주길 바란다…….”
비록 결실을 얻지는 못했지만 내 결의안은 남북을 통틀어 흩어져 있는 부모·형제를 만나게 하자는 최초의 제안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남겼다.
내가 ‘’남북 가족 면회소 설치에 관한 결의안‘을 국회에 제안하자 4일 후인 10월 31일 북한에서는 홍명희(洪命憙)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이름으로 담화문을 발표하고 환영의 뜻을 비쳤던 것이다. 이 일이 나중에 김형욱이 나를 반공법 위반으로 몰아세우는 원인이 되었다.
그 당시는 합리적인 제안을 하더라도 이북에서 그것을 찬성하면 무조건 반공법 및 보안법 위반으로 몰리던 경직된 시대였다. 그러나 그때 내가 뿌린 씨는 후일 1971년 8월이 돼서야 대한적십자사 최두선(崔斗善) 총재의 남북 가족 찾기 운동 제의로 이어졌고 1972년 7·4 공동선언으로 마침내 남북 교류가 구체적으로 시도됐다.
그 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도 2000년 6·15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이후 남북으로 흩어진 혈육들이 가격적인 상봉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만날 때마다 절차 문제로 남북 대표 간에 힘겨루기를 하거나 다른 사안과 연계시켜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그때 내가 주장한 대로 하루빨리 남북 가족 면회소를 설치하여 정례적으로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