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나는 본의 아니게 총리, 부총리를 제칠 정도로 대통령의 신임이 있다는 대단한 사람으로 소문이 돌기도 했다.
결국 우리 소양강댐은 건설부가 주도하는 것을 결정되며 경제기획원, 상공부, 한전은 소위 물 먹은 셈이 되었다. 더구나 중앙정보부까지 개입되어 있었던 탓에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고 난 후 김형욱[金炯旭, 1925. - 1979. / 서류상 사망일은 1984년 10월 8일] 중앙정보부장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너 어쩌자고 그걸 뒤집어 엎느냐.”라며 노발대발 했다.
사실 나는 그때서야 마르베니 일본기업과 조총련과 중앙정보부가 얽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중앙정보부가 개입되어 있었다는 것을 미리부터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었을지 나 자신도 의문이다.
그때는 내가 30대니까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앞만 보고 일을 할 때였다. 그러다보니 정부여당 내외에서는 “최종성이는 공사 벌리는 전문가” “ 고집이 세다”는 등의 말들이 돌았다. 또한 김종필 당의장은 나를 만나면 “어, 다목적댐법 오는구먼.”하면서 놀려대기도 했다. 어쨌든 오늘날의 소양강 댐은 이런 우여곡절의 산물인 것이다.
소양강댐이 다목적댐으로 결정은 났으나 예산이 문제였다. 결국 건설부가 한강 유역 유수지(遊水池)인 동부이촌동을 매립해 택지로 만들어 그것을 팔아 착공을 했다. 특히 소양강댐 건설 당시는 철근 빔이 국내 생산이 되지 않을 때여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수입을 피해 철근 콘크리트 공법이 아닌 모래, 자갈 공법으로 건설했다. 따라서 소양강댐은 시멘트를 쓰지 않고 시공한 댐인 것이다.
|
|
| ▲ 국획건설분과위원회에서 질의에 답변하는 필자 / 오른쪽은 서상린 의원, 왼쪽은 방성철 의원이다 |
|
팔당댐은 프랑스의 기술원조를 받아서 시공했다. 프랑스는 수력발전 수출을 많이 했다. 1966년 나는 한국의 입지조건과 비슷한 프랑스 리옹강 종합개발 유역을 보고 돌아왔다. 그 후 우리 건설부는 한강유역 종합개발 계획을 수립, 추진했다.
리옹강 모델케이스가 팔당댐이었고, 프랑스의 기술원조를 받아 건설한 댐이었다. 프랑스는 수력발전이 발전한 나라로 리옹강 개발유역은 프랑스가 개발한 수차발전식 댐이었다. 수차발전식은 댐의 낙차가 4ｍ만 되어도 발전이 가능한 기술로 석유로 동력을 개발하는 게 아니고 수차발전기로 조력발전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건설부는 수력발전으로 여주(驪州), 영월(寧越), 평창(平昌), 홍천(洪川) 등지에 댐을 수십 군데를 만들 계획이었다. 4만㎞의 발전이 된다 해도 10개면 40만㎞가 되기 때문이었다.
북한강(北漢江)의 소양강 댐에 이은 남한강(南漢江)의 충주댐 건설 프로젝트는 수도 서울의 젖줄뿐만 아니라 유수지인 잠실 등 강변지대를 오늘날 아파트단지, 고속도로 터미널 등 각종 도시 시설을 만드는데도 공헌되었다.
원래 잠실, 반포, 동부이촌동, 구의동, 난지도 이런 강변지대는 다 유수지였다. 지형적으로 한강이 홍수가 지면 이 지역에 물이 딱 저장되게 되어 있었다. 서해안에 조수(潮水)가 져서 한강 홍수하고 부딪히면 9ｍ가 상승해 한강 물이 못 내려가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선시대부터 일제시대까지 잠실, 동부이촌동, 구의동, 반포 등지는 수시로 물이 범람하는 지역으로 써먹지 못하는 모래밭이었다. 말하자면 그 엄청난 땅이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유휴지였던 것이다. 그것을 소양강댐, 충주댐을 만들어 홍수를 가둔 것이다. 그 물은 수도 서울의 젖줄이 되었고 강변의 유수지가 수도권의 아파트 대단지가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