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나는 네덜란드의 노테르담 댐 등 서유럽 나라를 견학하고 돌아왔다. 단순한 견학을 넘어 기술원조를 받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네덜란드의 노테르담은 전형적인 운하(運河)도시였다. 바둑판처럼 운하가 있고 도시가 조성되어 있는데 폐일언하고 구조나 미학적으로 빼앗고 싶을 정도로 욕심이 났다.
그것을 흉내 낸 것이 울산공업단지다. 라인강 하구에 광범위하게 매립지를 만들어 석유콤비나트를 세운 것을 보고 “우리도 하자.”라고 해서 울산 태화강 하류를 매립해 임해 공업단지를 만든 것이다.
원래 네덜란드를 견학하고 돌아온 후 건설부가 세웠던 계획은 한강유역 수도권에 경인운하(京仁運河)를 만들어 산업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노테르담을 모델로 해서 수도권 종합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런데 1968넌 김신조의 1·21 청와대 습격사건이 터지면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 하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설하는 수도권 산업도시 건설은 국가안보 상 취약하다는 결론이 나왔던 것이다.
결국 수도권 산업단지는 다 백지화하고 구미, 창원, 울산, 포항, 여수 등의 한반도 남쪽으로 내려 보낸 것이다. 다만 이때의 결정이 영남 쪽에 치우쳐 있어 영호남의 경제격차가 심화되고 지역갈등의 한 요인이 되었다는 측면에서 보면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산업단지를 추진할 때 건설부는 한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낙동강 등 5대강을 수계별로 나누어 6개 지방권역 별로 건설국을 만들었다. 이때 경제기획원에 있는 국토기획국 등의 부서를 건설부로 이관해 옴과 동시에 국토건설종합계획법을 만들었다.
경제개발 계획은 5년 단위인데 반해 국토건설종합 계획은 10년 단위로 하게끔 했다. 말하자면 국토건설종합계획은 국토건설의 청사진(靑寫眞)으로 건설부가 추진한 대한민국 국토건설의 기본계획이었다.
오늘날 세계적인 철강 생산단지인 포항종합제철도 내가 차관으로 있던 시절 조성했다. 참고로 부지선정과 조성까지만 건설부 소관이고 입주업체 선정과 입주는 상공부가 한다. 물론 부지조성에는 상하수도 등 용수시설도 포함된다.
종합제철소를 세울 계획이 잡힌 후 내가 제철공장부지 선정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당초 종합제철 후보지는 인천, 아산, 삼천포, 울산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포항으로 최종 낙점되었는데 당시 유치경쟁이 굉장히 치열했다.
1967년 나는 선정위원들과 함께 심사 차 포항에 갔다. 지금도 생생한 게 수십만 여의 환영인파가 대구에서부터 포항까지 연도에 늘어서 “경상북도에 제철단지를 세워라.” 등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연호를 하며 난리가 아니었다.
당시 경북지사는 김인(金仁) 씨였고 포항의 해병사단장은 정광호(鄭光鎬) 장군이었다. 정 장군은 우리가 포항에 갔을 때 기념패 같은 것을 주면서 “우리 훈련장을 종합제철 부지로 내놓겠습니다!”라며 포항의 부지 선정을 강력히 읍소했다. 나는 그의 그런 행태에서 “참 정치성이 강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는 나중에 4성 장군까지 올랐다.
산업단지가 한반도의 남부, 영남권으로 몰리면서 필연적으로 수도권과 연계하는 물류(物流) 문제가 대두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