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공사 설립은 국토개발에 환경이라는 개념을 도입했기 때문이었다. 좀 더 큰 범위에서는 국토녹화 사업을 하자는 취지였다.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는 조경공사가 독점계약을 했다. 그때 조경공사가 가장 먼저 정부공사를 발주 받아 한 공사는 <주택공사>가 짓는 아파트단지의 조경이었다.
가슴 아프게도 조경공사 1호 공사는 1974년 8·15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문세광[文世光, 1951. - 1974. 12.20]의 총에 맞아 운명한 육영수[陸英修, 1925. - 1974. 8.15] 여사 묘소였다. 그래서 그 해에 국립묘지에 연못을 조성하고 대대적으로 나무를 심어 국립묘지 전체를 리모델링 하는 공사를 했다.
조경공사는 출범하자마자 고속도로, 공업단지, 국영기업체 등 전국적으로 녹화 조경공사를 해나갔다. 이때 조경한 곳을 보면 <참전용사 기념비 주변>. <포항공단 지역녹화>, <칠백의총>, <순천 인터체인지>, <서울대학 종합캠퍼스 환경조성>, <경주 월성지구>, <부산 AID아파트>, <수원 새마을지도자 연수원>, <이리공단 주변>, <국회의사당>, <중앙교육연수원>, <광주 연초제조창> 등이 있다.
특히 양택식[梁鐸植, 1924. - 2012.] 서울시장 에게 봄 여름에는 푸르고 가을에는 노랗게 물드는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심자고 하고, 여의도 윤중로에 벚꽃나무 심자고 해서 성사시킨 것도 보람된 일이다. 대개 우리나라 사람들은 벚꽃이 일본이 원산지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벚꽃의 원산지는 제주도다.
또 양 시장이 남산에 선인장 식물원을 조성한 것도 나의 견해를 받아들인 것이었다. 사실 나는 선인장에 대해서는 각별한 애착을 갖고 있었다.
내가 선인장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957년 공병재생창장으로 있던 부산 시절이다. 독직사건 등 골치 아픈 일이 많아 동래에 있는 식물원으로 머리를 식히러 갔는데 그곳은 육종학자로 유명한 우장춘[禹長春, 1898. - 1959.] 박사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다른 식물도 있었지만 선인장이 특히 많았고 눈에 띄었다. 우 박사로부터 극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것이 선인장 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는 선인장에 관심이 갔다.
선인장은 극한 환경을 극복하고 생존을 해야 하니 성장이 매우 더딘데 선인장의 가시는 동물에게 먹히지 않으려는 보호막이면서 사막의 태양열을 받아서 방열을 하는 라지에터 구실을 한다. 나는 사람도 선인장처럼 역경을 극복하고 끈기 있게 발전해나가야 큰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우장춘 박사가 키우던 선인장 몇 개를 얻어와 창가에 놓고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재미를 붙여 나갔고 종류도 하나하나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 후 남의 집에서 세를 얻어 비좁게 살던 나는 AID자금을 얻어 부산 영도 청학동에 50평짜리 땅을 마련해 15평짜리 주택을 짓고, 10평 가까운 온실을 만들었다.
영도 청학동에는 외항선원들이 많이 살았다. 나는 그들에게 부탁을 해서 멕시코 등 원산지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희귀한 선인장을 구해달라고 해서 수집해 키웠다. 그러다보니 나중에 서울 서교동에 살 때는 선인장이 1000여종이 되었다.
사실 선인장은 키우기가 매우 까다롭고 끈기가 필요한 식물이다. 70년대 말경으로 연희동 살 때다. 결혼 20주년이 되어 아내와 함께 강원도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따뜻했던 날씨였는데 밤중에 갑자기 한파가 몰아쳤다. 나는 불현듯 걱정이 들어 잠에서 깨 서울로 전화를 걸어 온실에 난방을 넣었는지 확인해봤다.
우려대로 갑작스런 한파에 미처 난방을 넣지 않았고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당시는 차고 위에다 온실을 만들어 키웠는데 많은 선인장이 얼어 죽었다. 선인장은 한 번 얼면 피부 전체가 죽는 게 아니고 얼음이 점점으로 박힌다. 그러면서 썩어 들어간다. 사람으로 치면 마치 곰보가 되는 것과 같다. 그때 살아남은 것만 골라 삼풍농원으로 가져왔지만 나의 선인장 키우기 취미는 한풀 꺾이고 말았다.
이야기가 잠깐 다른 데로 빠졌는데, 각설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경사업을 하려면 최소한 수 백 종류의 나무와 수십만 평의 땅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막 설립한 조경공사가 나무를 제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나무는 하루아침에 키울 수도 없다. 결국은 민간 조경업자한테 나무를 사다가 쓰게 되었고 그들과 이런저런 관계가 얽히며 갈등이 심했다.
민간업자가 하는 공사수주는 고작 정원(庭園) 정도고 큰 사업은 조경공사가 독점하다보니 그들의 불만은 팽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사장인 나를 표적으로 삼아 비방하고 모함하는 갖은 진정서를 보내는 등 난리를 쳤다. 그러면 사장인 나와 간부들은 해명하러 다녀야 하고 보통 골치 아픈 일이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