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2년여의 근무 끝에 나는 조경공사 사장직에서 퇴임하고 창설하는 <대한건설진흥회>회장을 맡았다. 대한건설진흥회는 퇴직한 건설부 공직자들의 모임으로 건설부 산하 단체로서는 가장 큰 단체였다.
나는 대한건설 진흥회를 사단법인으로 만들고 2대까지 연임하며 1978년 역시 창설되는 <한국주택사업협회장>으로 임명되어 겸직했다.
주택사업협회는 민간 건설 회사들의 단체다. 당시 건설사들이 30여 업체가 있었는데 주택건설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주택사업협회에 신고를 해야 했다. 협회의 주업무는 건설사들의 신고를 받으면 심사를 해서 주택은행의 융자알선과 주택단지를 배당해주는 일이었다.
그때 아파트건설 붐이 일면서 반포, 동부이촌동 등 대규모 주택단지가 조성되었다. 결국은 부지조성도 주택공사 단독으로는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했으므로 민간기업이 대거 참여해야 했다. 즉, 건설사들이 참여해 주택단지를 조성하고 단지를 배당받아서 짓게 되는 일련의 과정과 절차를 주택건설협회가 주관한 것이다.
건설차관 시절 매립한 잠실 등에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를 뒷받침하고 관리하는 마무리를 맡게 되었으니 결자해지였고 어쩌면 숙명(宿命)이었다. 내가 건설차관 시절 잠실, 반포, 개포동, 목동아파트 단지를 매립했는데 주택사업협회장을 맡아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일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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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5년 주택사업협회 토론회에서 인사말 하는 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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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가 민간사업자, 건설사를 선정하고 단지의 배당과 은행융자를 알선하다보니 압력이나 청탁도 많았다. 심지어 도배나 전기공사를 하는 하청업체에서도 공사에 들어오게 해 달라는 청탁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압력이나 청탁은 일절 배격했다. 10년 동안 장기 재임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할 때 회장 직을 맡았지만 전두환 대통령 집권기인 1986년까지 근무하다가 퇴임했기 때문이다. 1980년 신군부가 전권을 장악한 뒤 전두환 국보위원장 쪽에서 “정치를 다시 하겠느냐?”고 의사를 타진해왔지만 나는 “정치는 다시 안 한다.”고 했고, 그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사임압력 없이 계속 재임을 보장해주었다.
당시 주택건설의 호황 속에 많은 건설회사가 부침했다. 특히 70년대 중반부터 중동(中東)건설 붐이 일면서 건설사들이 종동으로 진출해 많은 돈을 벌어와 국내 주택건설에 뛰어들어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토목공사가 침체기에 들어서자 <라이프주택>, <경남기업>, <한신공영> 등의 주택건설기업들이 쇠락하고 말았는데,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느껴진다.
나는 2년 임기의 주택사업협회장 직을 초대에서 4대까지 연임하고 1986년 퇴임했다. 그러면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임관하며 시작된 35년여의 공직을 사실상 마감한 것이다. 그때 나는 환갑이 되어 있었다.
